[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땀 흘려 기운 얻기
아이고, 아프겠다. 어릴 때는 그저 멋진 전사들처럼만 보이던 선수들인데 이제는 그들이 느낄 법한 고통이 간접적으로 전해진다. 마루에서 체조하는 선수들을 보면서는 무릎이 걱정되고, 10㎞씩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선수들을 보면서는 내 허벅지가 다 터질 것 같다. 나이 때문일까. 멋진 펜싱 경기를 보며 펜싱장을 검색하다가 상태가 좋지 않은 왼쪽 무릎을 떠올리면서 슬그머니 검색창을 닫은 것은 분명히 나이 때문일 테다.
하지만 그들이 땀을 흘리고 있기에 보기를 멈출 수가 없다. 마지막 1초까지 최선을 다해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어떻게 외면하겠는가. 수없이 많은 훈련으로 흘렸을 땀과 경기에 집중하며 흘리는 땀은 그들이 보낸 시간의 가치를 증명한다. 기원전 776년 처음 열린 고대 올림픽은 바로 이 땀에서 권위를 얻었다. “선수들은 매년 10개월을 쉬지 않고 훈련해 왔다고 맹세해야 하고, 그 조건이 충족되면 경기가 시작되기 전 30일 동안 근처의 합숙소에서 다 함께 치열한 훈련을 해야만 했다. 이 훈련은 올림픽 경기 자체보다 더 어려웠다고 알려져 있다.”(『스웨트』) 오로지 땀 흘리는 자에게만 명예가 주어질지니, 이것이 순수하게 보호되는 권위다.
선수들처럼 운동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며 운동을 한다고 무슨 명예가 주어지지도 않을 테지만, 그렇게 땀 흘리는 선수들을 며칠째 보고 있자니 그들처럼 몸을 움직이고 싶어진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면 저렇게 무엇 하나에 열중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로. 몸을 움직이고 난 후의 보람과 상쾌함도, 머리와 마음의 개운함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이미 오래전, ‘어깨 깡패’ 플라톤도 말하지 않았다던가. 정신을 수련하는 만큼 신체도 단련해야 한다고. 그러니 무릎이 아리고 허리가 시큰거려도 다시 슬그머니 검색창을 열어보는 것이다. 집 근처에 수영장이 어디 있더라.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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