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뿌리' 거장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 93세 일기로 별세
'건반 위의 철학자'로 불리는 미국의 저명한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이 93세 일기로 별세했다. 미국 보스턴의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인 셔먼은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뿌리'로, 임윤찬이 사사한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스승이다.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는 1일(현지시간) "위대한 미국 피아니스트 셔먼이 지난 토요일 렉싱턴 자택에서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1930년 3월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6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11살에 부조니와 쇤베르크의 제자였던 에드워드 스토이얼먼을 사사하고, 15세 때 뉴욕 타운 홀에서 데뷔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했고, 이런 인문학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연주를 해 '건반 위 철학자'로 유명하다.
1967년 명문 음악학교인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1986년에는 줄리어드 스쿨 교수로, 1990년에는 하버드 대학교 객원 교수로 부임하기도 했다.
그는 생전 제자들에게 "음악도 스토리텔링이다. 문학과 비슷해 작곡가의 인생과 철학이 녹아있어 그 뜻을 이해해야 한다"며 "나만의 음악을 완성하려면 끊임없는 사색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악보를 대본에, 연주를 연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셔먼은 "피아니스트는 명배우처럼 연주해야 한다"며 "대사를 정확하게 읽으면서 개성과 영혼을 불어넣어야 훌륭한 연기가 나오듯 연주도 악보에 충실하면서 나만의 색깔을 입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셔먼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자신의 제자인 한국인 피아니스트 변화경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와 1974년 결혼했다. 변 교수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한 이후 뉴욕에서 유학하던 1970년 셔먼을 찾아간 게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셔먼은 백혜선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와 손민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가르치기도 했다.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자신의 스승인 손 교수를 따라 올 가을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편입을 결정했다.
임윤찬은 평소 셔먼을 존경한다면서 셔먼의 에세이 『피아노 이야기』를 자주 언급했다. 이 책은 1996년 미국에서 출간됐고, 2009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홀딱 벗으세요, 나이스샷~ 전세계 이런 골프장 봤어? | 중앙일보
- "여보 힘내자! 병원 가자!" 청년 유품은 여친 메모였다 | 중앙일보
- 차례상에 올린 상어고기…조금 먹었는데 수은 농도 충격 | 중앙일보
- 의사·판사·교수 된 서울대 삼남매…엄마의 ‘계룡산 집’ 비밀 ⑤ | 중앙일보
- "북극 바다에 오징어가 있다" 탐사대원 두 눈 의심케한 장면 [창간기획-붉은 바다] | 중앙일보
- ‘똥’이 치매도 암도 고친다? 미생물 개척 나선 한국기업 셋 | 중앙일보
- 애인이 올린 사진 뭐길래…아르헨 상상초월 '정치 스캔들' | 중앙일보
- "기내 조명 끕니다" 밤에 착륙 때 어둡게 한다…낮과 왜 다를까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 중앙일
- "자고나니 죽어 있었다”…이은해 사건 떠오른 이 남자의 운명 | 중앙일보
- "아파트서 몇달간 썩은내 진동"…고독사 추정 40대 남성 발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