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노인의 날 메시지, 독립투쟁 빠지고 공산세력 들어갔다
[이정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노인의 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27회 노인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어르신들께 경의를 표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공산 세력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해 성장의 기틀을 세운 어르신들의 헌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정부는 어르신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꼼꼼히 살피고 챙기겠다"면서도 "어르신들이 소중하게 지켜낸 자유 대한민국을 확고히 지켜나가겠다"고 앞서 밝혔던 각오를 재차 다짐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뜻을 짧은 글에서 두 차례나 강조한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10월 2일 노인의 날 축하 메시지 |
ⓒ 페이스북 |
이날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작년 노인의 날 그것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우선 분량이 짧아졌다. 윤 대통령은 작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200자 원고지 기준 약 3매 분량(아래 사진 참조)이었다. 올해 메시지는 약 1.6매로 분량에서는 작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내용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윤 대통령은 작년 "대한민국은 어르신들의 헌신과 노고로 눈부신 성장과 번영을 이뤄낼 수 있었다"면서 노인 세대의 공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일제 강점기 독립 투쟁의 현장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조국 수호의 현장, 가난을 벗어나게 한 산업 발전의 현장,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 인재를 키워낸 교육과 문화의 현장에도 모두 우리 어르신들이 계셨습니다." (2022년 노인의 날)
이와 비교하면 올해의 경우에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조국 수호"에 해당하는 내용이 "공산 세력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라는 문장으로 바뀌었다. 대신, 어르신들의 공로로 언급했던 '일제 강점기 독립 투쟁'과 '교육과 문화 인재 육성'의 경우는 올해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10월 2일 노인의 날 축하 메시지. |
ⓒ 페이스북 |
노인의 날을 맞아 대통령으로서 각오를 밝히는 지점에서도 작년과 올해는 차이를 보인다.
작년의 경우 윤 대통령은 "정부는 100세 시대를 맞아 어르신 관련 내년 예산을 대폭 늘렸다"며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의료와 요양을 받으실 수 있도록 지역 내 돌봄 체계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혔다. "앞으로도 불편하신 점이 없는지 더욱 꼼꼼히 살피고 부족함 없이 챙겨나가겠다"고도 했다.
노인 세대 복지 강화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의지를 밝히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었던 셈이다. 이에 비해 올해의 경우는 "앞으로도 정부는 어르신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꼼꼼히 살피고 챙기겠다"는 원론적 서술만 있었을 뿐 작년과 같은 구체적인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서두에 밝혔던 "어르신들이 소중하게 지켜낸 자유 대한민국을 확고히 지켜나가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최근 윤 대통령의 이른바 '이념 전쟁 정치' 행보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에도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주관하면서 "공산주의 세력과 그 추종 세력, 반국가 세력들은 허위 조작과 선전 선동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분석: 한국의 윤 대통령은 비판자들을 향해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
ⓒ 로이터통신 보도 갈무리 |
"오늘(2일)은 노인의 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노인이 행복한 나라'를 약속했지만,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OECD 34개 회원국 중 1위입니다." (2014년 10월 2일자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
2023년 현재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38개국 중 노인빈곤율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기준 노인빈곤율은 50%로 OECD 평균 수준(13.5%)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노인빈곤 해결을 위한 정부 재정 투입 역시 꼴찌 수준이란 사실도 공개된 바 있다.
지난 8월 27일 OECD가 공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1 OECD(Pensions at a Glance 2021)'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정부가 공적 연금에 투입한 재정 지출은 전체의 9.4%로 전체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6.2%) 다음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노인 예산 대폭 확대나 지역 내 돌봄 체계 강화 등의 뜻을 밝힌 작년 노인의 날 메시지가, 올해 경우보다는 훨씬 더 현실 정치와 부합했다. 대통령의 이념 정치가 '노인의 날'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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