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세대' 메달 22개 합작…韓수영 뒤엔 '10대 국대'가 있다
'황금 세대'를 앞세운 한국 수영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끝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종목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 등 총 22개의 메달을 따내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을 올렸다. '마린 보이' 박태환이 버티고 있던 2006년 도하 대회(금 3, 은 2, 동 11)와 2010년 광저우 대회(금 4, 은 3, 동 6)의 성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경영 메달 58개(금메달 28개)를 휩쓴 중국은 아직 넘보기 어렵지만, 아시아 수영 2위를 자부하던 일본(30개)은 거의 따라잡았다. 금메달 수는 한국이 일본(5개)보다 한 개 더 많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경영에서 일본보다 금메달을 많이 딴 건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다관왕도 처음으로 두 명 나왔다. 김우민(22·강원도청)이 남자 자유형 400·800m와 계영 800m 금메달을 따내 3관왕에 올랐다. 한국 선수로는 최윤희(1982년 뉴델리)와 박태환(2006년 도하·2010년 광저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황선우(20·강원도청)는 자유형 200m와 계영 800m 금메달을 목에 걸어 2관왕에 올랐다. 자유형 50m의 지유찬(21·대구시청)과 접영 50m의 백인철(23·부산시중구청)도 나란히 한국신기록으로 깜짝 금메달을 수확했다.
여러 모로 기념비적인 대회다. 개인 8개 종목과 단체 6개 종목에서 한국신기록 14개가 쏟아졌다. 금메달은 남자 자유형 쪽에 집중됐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목에서 나왔다. 한국 수영의 에이스 황선우는 "모든 선수가 전반적으로 좋은 기록을 낸 덕에 '황금 세대'라는 기분 좋은 수식어까지 얻게 됐다"며 "한국 수영은 지금이 전성기가 아니다.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걸 이번 대회를 통해 느꼈다. 내년 세계선수권과 올림픽까지 끊임없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한국 수영은 박태환이 은퇴한 뒤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안방에서 열린 2014년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 없이 은메달과 동메달만 하나씩 따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김서영(29·경북도청)이 유일하게 여자 개인혼영 200m 정상에 올라 간신히 '노골드'를 면했다.
5년이 지난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전성기 나이에 접어든 20대 초반의 '박태환 키즈'들이 한꺼번에 잠재력을 꽃피우고 있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에서 2년째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김우민과 이호준도 점점 세계 정상권에 접근하고 있다. 황선우와 이호준(3위)은 이번 대회 자유형 200m에서 21년 만에 한국 수영 선수 두 명이 나란히 시상대에 오르는 명장면을 남기기도 했다.
황선우, 이호준, 김우민, 양재훈(25·강원도청)이 합작한 첫 단체전 금메달(계영 800m)도 상징적이다. 이들은 7분01초73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워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이 작성했던 종전 기록(7분02초26)을 14년 만에 0.53초 단축했다. 로마 세계선수권은 '과학이 만든 도핑'으로 불리는 전신 수영복 착용이 금지되기 직전에 열린 대회다. 이들은 '맨몸'으로 당시의 기록을 넘어섰다. 내년 2월 도하 세계선수권과 7월 파리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일도 더는 꿈이 아니다.
장래도 밝다. 김영범(17·강원체고), 허연경(17), 이은지(17·이상 방산고), 고하루(14·강원체중) 등 '10대 국가대표'들이 선배들과 함께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올라 값진 경험을 쌓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진 않았지만, 지난달 세계주니어수영선수권 자유형 1500m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은메달을 딴 김준우(16·광성고)도 향후 김우민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힌다.
대한수영연맹 정창훈 회장은 "아시안게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내는 게 목표다. 앞으로 더 많은 선수가 세계 정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저우=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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