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포털서 "中 이겨라" 92%…與 "차이나 게이트 증거 잡았다"

김준영 2023. 10. 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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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한국 포털 사이트 개입 의혹이 또다시 정치권에 번졌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중국을 2대0으로 꺾은 가운데, 포털 다음에서 중국을 응원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게 발단이다.

1일(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한국 대 중국 경기에서 후반전 한국 이강인이 패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축구 경기 다음 날인 2일 오후 2시 30분 기준 다음에서 한국 대 중국 경기의 '클릭 응원'을 보면 한국을 응원하는 클릭 수는 210만회(8%)인 반면, 중국을 응원하는 클릭 수는 무려 2467만회(92%)였다. 클릭 응원은 출전 선수 라인업, 문자중계 등과 함께 다음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한국 포털 사이트가 한국인을 주 고객으로 만든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 한국과 겨루는 중국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이다.

다른 축구 경기에서도 이상 현상은 여럿 있었다. 지난달 30일 북한에 4대1로 패한 여자 축구팀 8강전 경기에서도 한국을 응원하는 비율(25%·22만회)은 북한을 응원하는 비율(75%·65만회)보다 적었다. 여자 축구팀이 5대0으로 승리한 지난달 28일 조별리그 홍콩전에서도 한국은 9%(11만회), 홍콩은 91%(117만회)의 응원을 받았다.

2일 오후 2시 30분 기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진행 중인 응원 클릭. 위부터 남자 축구팀 8강전, 여자 축구팀 8강전, 여자 축구팀 조별리그. 한국은 대결 상대인 중국ㆍ북한ㆍ홍콩보다 응원이 적다. 사진 다음 캡처
2일 오후 2시 30분 기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진행 중인 응원 클릭. 위부터 남자 축구팀 8강전, 여자 축구팀 8강전, 여자 축구팀 조별리그. 한국은 대결 상대인 중국ㆍ북한ㆍ홍콩보다 응원이많다. 사진 네이버 캡처

하지만 네이버에선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남자 축구팀 8강전은 한국이 94%(565만회), 중국이 6%(37만회) 응원을 받았다. 여자 축구팀 8강전 역시 한국(70%·156만회)이 북한(30%·67만회)을 앞섰고, 홍콩전 역시 한국(87%·43만회)이 홍콩(13%·6만회)보다 응원을 많이 받았다.

이에 대해 다음 관계자는 “클릭 응원은 로그인이나 횟수 제한 없이 가능해서 벌어진 일 같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인 다수가 참여한 게 아니라 특정 누군가가 장난으로 응원 횟수를 늘렸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인위적으로 중국을 위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조작 방식은 링크를 공유해 응원을 누르는 이른바 ‘좌표 찍기’나 매크로 시스템 등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국 사이트에서 중국 편을 드는 의도가 뭐냐”는 논란이 거센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다음에 조작 세력이 가담한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박성중 의원)는 말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 의원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포털에 중국 세력이 개입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북한 개입까지 의심된다”며 “조작세력은 반드시 색출해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과방위 소속인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다음에서 중국인이 여론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은 19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인 ‘드루킹 사건’을 언급하며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여론을 조작해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을 흔들게 놔둘 수는 없다”고 논평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제야 증거가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중국 동포(조선족)와 중국인이 한국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이른바 ‘차이나 게이트’ 의혹을 제기한 이래 중국발 여론 조작을 의심해왔다. 경찰 수사로 넘어간 차이나 게이트 의혹은 아직 뚜렷한 결과가 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여론조작으로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을 흔들게 놔둘 수 없다”(지난해 10월 김기현 의원)며 경계를 놓지 않았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차이나 게이트 의혹 관련, 네티즌이 이를 알리기 위해 만든 사진. 사진 커뮤니티 캡처


올해 인터넷 댓글에 국적 또는 접속 국가 표기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한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 여론 조작이 개입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일 개인 블로그에 “내년이 총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다음과 네이버를 저들(중국)의 광란의 놀이터로 만들 수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썼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중국의 해외 여론 조작은 미국·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불거진 의혹이고, 한국에서도 여론 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진보 성향이 강한 다음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 만큼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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