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셧다운' 3시간 전 막았지만…공화당 강경파 "하원의장 관둬라"

김필규 2023. 10. 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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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임시 예산안이 통과된 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오른쪽)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회계연도 종료를 3시간 앞두고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일단 '셧다운(Shutdown)'의 파국은 피했다. 45일간 여야가 추가 협의할 시간을 벌었지만, 이를 추진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공화당 강경파의 거센 반발로 정치적 위기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미 상하원이 모두 임시 예산안 처리를 마친 것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밤 9시를 조금 넘겨서다.
먼저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335표, 반대 91표로 가결됐다. 민주당 의원의 약 99%인 209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서도 57%(126명)가 찬성했다.
이어 상원에서는 찬성 88표, 반대 9표로 통과됐는데, 반대표는 모두 공화당 측에서 나왔다. 이날 자정이 되기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임시 예산안이 발효됐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공무원의 급여 지급이 막히고 일부 연방 정부 업무가 중단되는 '셧다운'을 맞게 된다.
이 경우 미국 국가 신용도와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간 정부 예산안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공화당과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민주당이 강하게 맞서면서 셧다운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였다.

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연설을 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의회에서 임시 예산안이 통과된 것을 환영한다며 밝게 웃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여야의 치킨게임을 끝낸 것은 매카시 의장이었다.
먼저 그는 지난 29일 연방정부 기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의 임시 예산안을 제안했지만 부결됐다.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강경한 이민 제한 정책을 반영해야 한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삭감은 없다"며 거부했다.

다음날 그가 다시 들고 온 임시 예산안에는 오는 11월 17일까지 연방 정부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동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난 지원 예산으로 요구한 160억 달러(약 22조원)도 그대로 들어갔다.
공화당이 민감하게 여기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반영하지 않았지만, 강경파들이 요구한 이민 정책 관련 내용도 여전히 빠져 있었다.

사실상 민주당 측 입장을 반영해 초당적 협조를 구하면서, 공화당 강경파의 저항엔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건물에서 저말 보먼 하원의원(민주)이 화재경보기를 울리는 모습을 의회 경찰이 공개했다. 사진 뉴욕포스트

갑작스러운 제안에 민주당 의원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매카시 의장으로부터 임시 예산안을 넘겨받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검토에만 한 시간 이상은 필요한데 너무 서둘러 투표하려 한다"는 불평이 나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시간을 벌기 위해 정회를 시도하고,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52분간 연설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러는 동안 캐넌하우스(미 의회 하원 건물)에선 화재경보기가 울려 직원들이 대피하고 의회 경찰이 수색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경보기를 누른 이는 저말 보먼 하원의원(민주·뉴욕)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실수였다고 주장했지만, 공화당 측에선 투표를 고의로 지연시키기 위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징계를 요구했다.

결국 임시 예산안을 충분히 읽어본 민주당 의원들은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고, 바이든 대통령은 통과 직후 성명을 통해 "열심히 일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안길뻔한 위기를 막았다"며 환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매카시의 반전으로 연방정부가 계속 운영될 수 있게 됐지만, 매카시 자신은 어느 때보다 정치적으로 취약해졌다고 보도했다.

'매카시표' 임시 예산안에 반대해 온 공화당 강경파 맷 게이츠 하원의원(가운데)은 1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주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1일 공화당 하원 내 강경파 대표주자인 맷 게이츠 의원(공화·플로리다)은 CNN 인터뷰에서 "모두가 매카시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이번 주 그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덤 코커스 의장인 앤디 빅스 하원의원(공화·애리조나) 역시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바이든 정부의 지출과 정책을 유지하는 임시예산안을 처리한 매카시가 하원의장으로 남아있어야 하느냐"고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물었다.

해임 결의안이 가결되려면 단순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매카시 의장이 해임을 면하려면 민주당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게이츠 의원은 "그가 계속 하원의장으로 남는 유일한 방법은 민주당이 도와주는 것이다. 아마 그들(민주당)은 그렇게 할 것이며 매카시도 민주당과 거래할 것"이라며 더 궁지로 몰았다.

한편 임시 예산안의 하원 통과 직후, 매카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누군가는 여기서 어른이 돼야 한다"며 당내 강경파의 비판에 대응했다. 그러면서 "누구라도 나에게 반대해 몰아내려 한다면 (해임 결의안을) 가져와 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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