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취향저격…‘힙’한 도심 속 양조장

종류부터 맛, 향까지 다양한 우리 전통주.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전통주를 찾는 이가 늘어나면서, 전통주 시장이 부쩍 커졌다. 우리술을 보다 힙하고 깔끔하게 즐길 공간을 꾸미고 안내하는 전통주 양조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 규모(출고 금액 기준)는 2010년 433억원 수준에서 2015년 409억원, 2017년 400억원으로 한때 매년 줄어든 적이 있다. 하지만 2019년 531억원, 2020년 627억원, 2021년 941억원으로 점차 커지다 지난해는 1629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국내 전통주 수출액도 2017년 1727만달러, 2018년 1766만달러, 2019년 1736만달러 수준에서 횡보하다 2021년 2352만달러, 지난해는 2466만달러 수준까지 커졌다. 물론 주류 수입액이 지난해만 1조7219억원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K-전통주의 입지는 여전히 미약하지만, 어쨌든 매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MZ 성지 성수 뚝도청춘시장에 밀집
전통주가 인기를 끌다 보니 최근에는 서울 도심에 전통주 양조장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주로 직접 양조 시설을 두고 시음부터 구매는 물론 홍보관으로 쓰는 공간이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에서 소규모주류면허를 취득한 양조장 수는 95곳으로 3년 전(55곳)보다 75% 늘어났다. 전국에 소규모주류면허를 가진 매장이 359곳인 점을 감안하면 양조장의 4분의 1이 서울에 몰려 있는 셈이다. 서울 소규모양조장은 주종별로는 ▲탁주 52곳 ▲약주 13곳 ▲맥주 25곳 ▲청주 1곳 ▲과실주 1곳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통주(탁주·약주·청주·과실주, 총 67곳)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한강주조의 ‘나루생막걸리’는 술 좀 마신다 하는 2030세대가 꼽는 술 추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나루생막걸리는 서울 지역 특산품인 경복궁 쌀로 빚은 생막걸리다. 요구르트처럼 걸쭉한 질감과 과실 향이 특징. 단맛과 산미의 균형이 좋아 높은 도수에도 거부감이 없다. 세련된 패키지,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은 달콤한 맛도 2030세대의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성수동 뚝도시장 주변 500m 내에는 한강주조 외에도 다양한 양조장이 모여 시너지를 내고 있다. ‘OTOT(오티오티)술도가’는 강진 쌀과 제주도 레몬을 가져와 막걸리를 만들고, ‘페어리플레이’는 나주 배를 서울로 가져와 과실주로 만들어 판다. 이들은 성동양조연합이라는 전통주 양조장 연합 단체에 소속돼 있다. 문래동·성수동처럼 이미 허가가 난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양조장 허가가 좀 더 쉽다고 알려져 있고 또 시너지도 날 수 있어 밀집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서울 약수역 근처 신당동에 문을 연 춘풍양조장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술을 빚는 양조장을 선보였다. 전북 장수군 소재 양조장인 ‘번암주조’의 발효 노하우를 AI 알고리즘으로 설계해 술을 빚는다. AI를 활용하면 언제, 어디, 어떤 조건에서든 균일한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주력 제품은 ‘춘풍미주(春風米酒)’로 하루 최대 300병까지 생산할 수 있고 막걸리 체험도 가능하다.
마포구에서는 ‘대흥동양조장’이 마포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공덕동막걸리’를 만든다. 71.2도짜리 독주 ‘삼해귀주’로 유명한 성산동 ‘삼해소주’는 정기적인 시음회와 북토크를 개최할 뿐 아니라 전통 소주를 제조하는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전통주 마니아 사이에서는 주류 관련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고, 외국인 관광객이 알음알음 체험 코스로 찾는 곳이다.
서울 서부 지역이 생활권이라면 영등포구 문래동의 ‘어릿광대양조장’도 가볼 만하다. 제5원소, 파인애플 막걸리, 스톡홀름 신드롬 같은 프리미엄 막걸리를 생산한다. 과일을 부재료로 사용해 상큼하면서도 단맛이 거의 없으며 산뜻한 산미가 있어 식전주로 적당하다. 또 대학로에는 ‘ㅎ’ 양조장, 서초구에는 ‘서울효모방’, 은평구에는 ‘온지술도가’, 성북구에는 ‘보석양조’ 등 서울 전역 곳곳에서 작은 양조장들이 전통주를 빚는다. 이외에도 배상면주가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홍대, 건대, 강남, 양재, 잠실 등에 느린마을양조장&펍과 동네방네양조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가볼 만한 전국 양조장 찾아보니
전통주가 인기를 끌면서 전국 양조장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소규모주류면허를 취득한 매장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359곳에 달한다. 최근 들어 양조장은 단순히 ‘술 빚는 곳’을 벗어나 하나의 문화 체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누룩 밟기 체험이나 시음 행사를 비롯해 지역 역사, 문화 체험 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올해 추석 가볼 만한 각 지역 양조장을 매경이코노미가 정리해봤다.
수도권에서 추석을 보낼 계획이라면 경기도 용인의 ‘수블가’를 찾아가볼 만하다. 전북 익산 지역에서 전해져온 전통주 ‘호산춘’을 복원한 ‘두두물물’을 만드는 곳이다. 두두물물은 2023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주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용인 양조장을 방문하면 제작 과정을 견학하고 무료 시음 등을 즐길 수 있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애주가’에게는 인천 강화도에 자리 잡은 ‘금풍양조장’을 추천한다. 금풍양조장은 강화도에서 3대째 이어오는 가게다. 강화도 쌀을 사용한 무감미료 막걸리를 제조한다. 양조장 투어와 막걸리 만들기 프로그램, 발효된 쌀과 막걸리 지게미를 활용한 막걸리 웰빙 핸드 스파 체험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찾아가는 양조장’ 지정을 받았다.
강원도로 발길을 돌리면 횡성의 ‘국순당 양조장’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 기업으로 꼽히는 국순당이 운영한다. 술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양조장 2층으로 올라가면 ‘주향로’라는 체험 공간이 나온다. ‘술 향기 가득한 길’이라는 뜻이다. 전통주 제조법부터 전통술의 역사 등의 내용이 전시된 공간이다. 갓 생산된 막걸리와 이화주, 백세주 등 다양한 전통주를 맛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충남 당진 ‘신평양조장’은 100년 역사를 자랑한다. 2010년대에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를 휩쓴 백련막걸리를 만든다. 백련막걸리는 청와대 만찬주로 쓰였을 만큼 고품질을 자랑한다. 백련이라는 이름은 제품의 발효 과정에 하얀 연꽃인 백련 잎을 첨가해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 사찰에서 연꽃을 넣어 ‘백련곡차’를 빚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했다.
다도참주가는 호남에서 최근 인기를 끄는 ‘라이징 스타’다. 2023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탁주 부문 대상을 받았다. ‘라봉’은 나주에서 생산된 쌀과 한라봉으로 빚은 알코올 5.5%의 생막걸리다. 한라봉의 향과 맛이 막걸리에 자연스럽게 잘 녹아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는 ‘고소리술’을 맛볼 수 있다. 제주샘주 양조장에서 만드는 증류식 소주다. 제주에서 나온 좁쌀과 누룩으로 빚은 오메기술을 고소리(소줏고리)라는 도기를 사용해 증류시킨 제주의 대표적인 전통주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이볼과 칵테일의 ‘베이스’용 술로 인기다. 제주샘주 양조장은 고소리술로 만든 칵테일 시음, 오메기떡 만들기 등 체험 행사를 제공한다.
경남 함양에 위치한 ‘명가원’은 전통주 솔송주를 빚는다. 조선 성리학의 대가 정여창 선생 집안에서 만든 술이 시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시절 남북정상회담 때 우리 측 공식 만찬주로 쓰였다. 이후로도 건배주나 만찬주로 여러 번 선정됐다. 명가원과 솔송주 문화관은 개평한옥마을 내에 있다.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다모’ ‘미스터 션샤인’ ‘녹두전’ 등 사극의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북 재건축 최대어? 마래푸만큼 거래 활발해진 이곳 [재건축 임장노트] - 매일경제
- “자기야 마곡에 집 구하자”...서울 3억원대 ‘반값아파트’ 예약 시작 - 매일경제
- 슈퍼카를 반값에 그것도 전기차? 폭스바겐 ID.GTI [CAR톡] - 매일경제
- “여보, 우리 서울 살까?”…외지인 아파트 매입, 송파·강동에 몰렸다 - 매일경제
- IPO 흥행 성공한 두산로보틱스, 주가 강세 이어질까? [IPO 따상 감별사] - 매일경제
- 직판에 합병에 ‘신났다~’...셀트리온헬스케어, 유럽 시장 수주 ‘훨훨’ - 매일경제
- 천정 뚫은 美 국채 금리 …‘채권 막차’ 탄 개미들 ‘발 동동’ - 매일경제
- 은마만 재건축하니? 대치동 미스코리아 어디? [재건축 임장노트] - 매일경제
- 결혼 안 해도 ‘신생아 특공’…집 살 땐 최대 5억 저금리 특례 대출 - 매일경제
- 한강 영구 조망 매력에 ‘흠뻑’···작지만 강한 성동 재건축 단지 [재건축 임장노트] - 매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