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비만해도 상관없지만…女 과체중만으로도 급여·승진 기회 적어져"
연구진 "비만 벌금이 여성과 소녀들에게 강박 심어줘"
미국·영국·덴마크·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같은 직장 내 정상 체중인 여성 동료와 비교해 과체중 여성의 급여가 10%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남성은 몸무게에 따른 임금 차이가 거의 없었다.
최근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국가 소득 분위와 성별, 비만도 등에 대한 통계 자료를 분석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선진국이라 불리는 부유한 나라일수록 적정 체중에 가까운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고 빈곤할수록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날씬하지 않으면 발생하는 이 같은 ‘비만 벌금’(The penalty for an obese woman)이 여성과 소녀들을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으로 몰아넣는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빈곤층에 가까울수록 식생활에 크게 신경 쓰지 못하고,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 간단하고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어 과체중에 쉽게 노출된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건강한 식생활의 필수 조건인 영양가 높은 신선 식품들을 손에 넣기 어렵다는 통념도 강하다.
하지만 매체는 빈부 격차와 비만의 상관관계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고 짚었다.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는 부유한 남성과 빈곤층 남성이 비슷하게 뚱뚱했지만, 여성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부유한 여성은 빈곤층 여성과 달리 비만도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여성에게는 ‘날씬함’이 사회·경제적 성공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증거”라면서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과체중 또는 비만인 여성은 마른 동료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는 과체중 여성의 급여가 마른 여성 동료 대비 약 10% 낮다고 언급했다.
연구진들은 “날씬하지 않으면 발생하는 이 같은 ‘비만 벌금’(The penalty for an obese woman)이 여성과 소녀들을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으로 몰아넣는 핵심 원인”이라고 짚었다.
데이비드 램버트 미국 텍사스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비만 여성은 직장 생활 전반에서 임금 인상이나 승진 기회가 적었다. 사회 경력을 시작할 때 책정되는 임금 역시 비만이 아닌 여성에 비해 낮았다. 해당 논문에서 램버트 교수는 “2004년 43세 미만 여성이, 1981년 20세 미만 여성보다 더 큰 임금 차별, 즉 '비만 벌금'을 물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비만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거라는 예측도 있다. 이른바 체중 낙인인데,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체중 낙인은 체중과 체격으로 인해 개인을 차별하는 생각과 행동이면서 체중 편견의 결과라고 정의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이 실시한 ‘암묵적 편견’ 테스트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인종·성별·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비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사회적 제도가 비만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작가이자 활동가인 오브리 고든은 '우리가 살에 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괴물 같고' '역겨우며' '전염병 같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고 고백했다. 저자는 뚱뚱한 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다이어트 산업, 공중보건 캠페인, 대중문화 등의 구조적·제도적 문제도 언급했다. 학생들의 체질량지수(BMI) 추적과 같은 교육 보건 정책은 과학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날씬해야 한다'는 편견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램퍼트 교수는 “과거에는 과체중이 더 일반화되면 뚱뚱한 여성에 대한 차별이 감소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1980~2000년 미만 인구가 두 배 증가했지만, 비만 여성에 대한 낙인과 벌금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날씬함이 희소해지면서 프리미엄이 증가해 비만 여성에 대한 더 큰 차별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비만 벌금과 사회적 통념에 따라, 사회적 성공을 꿈꾸는 여성이라면 날씬함을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론이 됐다”고 전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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