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초에 끝난 100m 허들…조은주는 21년 노력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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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허들 100m 예선 경기가 열린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조은주(34·용인시청)는 한국 선수 중 홀로 이 종목에 출전했다.
조은주는 "원래 잘하던 선수가 아니라 밑바닥부터 0.001초씩 기록을 단축하며 올라갔다. 또 다시 바닥을 찍고 올라가기도 했다"며 "좀 느려도 버티며 도전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후배들도 더 잘할 것 같은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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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아시안게임 육상 여자 허들 100m 예선 경기가 열린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조은주(34·용인시청)는 한국 선수 중 홀로 이 종목에 출전했다. 그는 “내 경기에만 집중하고 달리면 무조건 파이널(결선)에 간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
예선 기록은 13초44. 조은주는 9위에 그쳐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선에 간발의 차로 오르지 못했다. 스스로를 ‘노망주(나이가 많은 유망주)’라고 불렀던 그는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총 15명의 각국 대표가 출전한 예선에서 조은주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20대였다.
조은주에게는 21년간의 선수생활을 모두 쏟아낸 13초였다. 말 그대로 이를 악물고 달렸다. 레이스 시작과 동시에 초속 2.8m의 뒷바람이 불었다. 기준 풍속(초속 2.0m)을 초과해 공인기록으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13초44는 그의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그는 아쉬움을 “시원섭섭하다”는 말로 표현했다. 조은주는 2일 국민일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시합이었다. 13초 만에 끝나 허망하기도 해서 잠깐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자책이나 원망 같은 건 없었다고 한다. 조은주는 “다들 아시안게임을 많이 준비했단 생각이 들었지만 저 역시 최선을 다했다”며 “제 힘을 다 쏟아서 뛰었다. 결선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운동장에서 보낸 21년 동안 우여곡절이 없진 않았다. 고3 때 발가락뼈 골절상을 계기로 400m 허들로 전향했다. 2013년에는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한국 신기록(57초34)을 세웠다. 2014 인천 대회에도 나섰지만 메달은 따지 못했다.
그래도 꿈을 놓진 않았다. 선수생활 초기 주 종목으로 삼았던 100m 허들로 다시 돌아와 도전을 이어왔다.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13초64)에 올랐다. 9년 만에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을 수 있는 단 1장의 티켓을 잡았다. 항저우에선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지만, 뜻대로 이뤄지진 않았다.
사실 조은주는 빠르게 성장한 선수는 아니었다. 자신을 ‘몸치’라고도 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서 처음 허들을 넘을 때까지 동료들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조은주는 “키가 작고 운동신경이 좋지 않아 반복 훈련을 많이 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조은주는 “원래 잘하던 선수가 아니라 밑바닥부터 0.001초씩 기록을 단축하며 올라갔다. 또 다시 바닥을 찍고 올라가기도 했다”며 “좀 느려도 버티며 도전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후배들도 더 잘할 것 같은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선수생활 막바지에 접어든 조은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허들 선수가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로 경쟁하다 보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좋은 라이벌 관계인 허들 선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항저우=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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