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위기' 연금개혁…정치권, 칼 빼들 수 있을까
재정안정 vs 노후소득보장 방향 못 잡아
단계별 접근법 고민해야
올해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는 연금개혁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부가 이달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제출할 예정인데,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연금개혁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연금개혁을 방향을 놓고 정치권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2055년부터 국민연금 적자
올해 3월 정부가 공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재정 소진 시점은 2055년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민연금 재정전망에서도 재정 소진 시점은 대동소이하다.
예측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0년 1755조원까지 적립되지만 2041년부터 적자로 전환돼 2055년이면 쌓여 있는 돈이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제4차 재정계산보다 적자 시점은 1년, 기금 고갈 시점은 2년가량이 앞당겨진 것이다.
국민연금 외에도 공무원, 군인, 사립 학교 교직원 등이 가입한 직역연금 재정 사정도 나빠지고 있다. 예정처에 따르면 사학연금의 경우 2043년 기금고갈이 전망되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경우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연금제도에 대한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빈곤율 40.4%…노후 대책 어쩌나
재정고갈이 당면한 문제로 여겨지지만, 근본적으로 국민연금 등의 경우 노후 대책으로서의 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노인빈곤율이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여기에 50대 이상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노후최소생활비와 생계급여 최저보장수준 등과 비교했을 때 국민연금 등의 지급 규모는 현저히 낮다. 실제 지난해 국민연금 평균 지급액은 월 58만원인데 반해 최소 노후생계비는 개인당 124만원, 부부의 경우 199만원이다. 내년도 생계급여와 관련해 최저보장수준은 1인가구 62만원, 2인가구 104만원 선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소득 보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노후소득보장 수단으로서도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재정건전 문제를 마주해야 하는 셈이다.
재정안전화 vs 노후소득보장
쟁점은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안전화와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 수단이 될 수 있도록 노후소득보장 강화 조치를 이룰지에 관한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더 많이 보험료를 내는 것), 수급개시연령 연기 등의 결단이 필요하다. 보험료를 높이고 수급개시연령을 높이면 당연시 더 많이 걷고, 지급액은 줄일 수 있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뒤로 늦출 수 있다. 하지만 개인과 기업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연금개혁에 선뜻 동의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노후소득보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에 대하여 받을 연금액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비율) 인상을 주장한다. 다만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소득대체율을 병행할 경우, 재정안정 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개혁과 함께 또 논의해야 할 것은 현재 기초연금 등 다른 노후소득보장 수단 간의 역할 배분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퇴직연금 등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지만, 기초연금에 있어서는 아직 방향성이 잡히지 않고 있다. 전국민에 대해 기초연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할 것인지, 현재보다 수급자를 줄이되 보다 지원 규모를 늘리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급격히 노령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초연금은 전적으로 세금으로 충당해, 재정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연금개혁 시동걸까
지난해 7월부터 국회 역시 국회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연금 등 4대 공적 연금과 기초연금에 대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이 얼마나 책임감 있게 연금개혁에 시동을 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입법조사처는 "정부는 국회의 논의 결과 등을 반영해 국민연금 운영계획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으나, 국회에서 논의가 가시적인 진전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 확인된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그동안 준비해 온 개혁안의 방향을 선도적으로 발표하는 등 연금개혁의 이니셔티브를 발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개혁 패키지를 마련하겠다는 불가능한 목표보다는 해당 시점에 연금개혁 논의를 본격적으로 촉발한 가장 시급하고 오래된 문제부터 순번을 정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단계별 해결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마치 기본계획을 작성하듯이 개혁의 목표와 순번을 정해두고, 그다음 단계에서 대-중-소과제를 구분하여 1년 계획, 3개년 계획, 5개년 계획 등으로 나눠서 접근해 보는 전략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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