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참패, 핑계 대지 않은 캡틴…박정아 "우리가 부족해 실수 반복" [항저우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의 주장 박정아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 충격적인 역전패에 고개를 숙였다. 패인에 대해 "핑계 대고 싶지 않고 우리가 부족했다"고 말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이끄는 세계랭킹 40위 한국은 1일 항저우 사범대학 장첸캠퍼스 체육관(Hangzhou Normal University Cangqian Gymnas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39위 베트남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2-3(25-16 25-22 22-25 22-25 11-15)으로 졌다.
한국은 지난 8월 태국에서 열린 2023 아시아배구선수권에서 베트남에 풀세트로 무릎을 꿇은 데 이어 2개월 만에 리턴 매치에서 또 한 번 패배의 쓴맛을 봤다. 1, 2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3, 4, 5세트를 내리 내주면서 베트남 역전 드라마의 희생양이 됐다.
박정아는 베트남전 종료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아쉽다"며 "아시아 국가들의 실력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더 잘 준비했어야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열심히 하기는 했지는 결과를 내지 못했고 같은 상대에게 똑같이(풀세트로) 졌다"고 말했다.
박정아는 이날 23득점을 올린 강소휘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8득점을 책임졌지만 한국의 패배 앞에 의미가 없었다. 이번 베트남전 역전패는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박정아에게도 충격이 큰 듯 보였다.
한국 여자배구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4강 신화를 일궈낸 뒤 최근 2년간 국제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라바리니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세자르 감독 체제에서 세대교체에 진통을 겪고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을 비롯해 양효진, 김수지 등 2010년대부터 한국 여자배구를 지탱해 온 주축 선수들의 국가대표팀 은퇴 후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생각보다 더디다.
최근에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전 참가한 2024 파리올림픽 예선에서는 7전 전패로 무너졌다. 이어 베트남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 패배로 메달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 2일 네팔과 조별리그 2차전을 승리하면 C조 2위로 1위 베트남과 함께 8강 라운드 진출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A조 1, 2위가 유력한 중국, 북한과 편성될 8강 라운드 E조에서 4강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8강 라운드에서는 조별리그에서 맞붙었던 베트남과 재대결 없이 조별리그 패배가 순위 산정 시 적용된다. 베트남은 1승을, 한국은 1패를 안고 8강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 중국에게 무릎을 꿇는 즉시 사실상 탈락하게 된다. 베트남전 패배로 많은 것을 잃은 셈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아시안게임 무대에서는 뚜렷한 강세를 보여왔다.
1962 뉴델리 아시안게임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15번 대회에 참가하는 동안 2006 도하 아시안게임 5위를 제외하고 모두 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올랐다.
그러나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발부터 베트남에게 무릎을 꿇으며 많은 걸 잃었다. 8강 토너먼트에서 파키스탄에 지면서 61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당했던 남자 대표팀에 이어 여자 대표팀까지 빈손으로 귀국길에 오를 위기에 몰렸다.
박정아는 일단 베트남전 패배에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강행군을 펼친 점을 감안하더라도 베트남전 결과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박정아는 "체력적으로 힘든 건 맞지만 이것도 사실 다 핑계다. 그래서 핑계 대고 싶지 않다. 그냥 우리가 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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