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가 ‘거미집’으로 발견한 영화의 미래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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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과거가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까.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이 어려운 걸 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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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과거가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까.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이 어려운 걸 해낸 작품이다. 모두가 연기로 앙상블을 이루는 이 작품의 중심에 선 건 관록 있는 배우 송강호. 하지만 ‘거미집’은 그에게도 쉽지만은 않았다. 영화와 그 안의 영화, 두 갈래로 진행하는 이야기 속에서 송강호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움을 느꼈다. 언론 시사를 마친 지난달 18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안전하지 않은 새 영화가 두려우면서도 설렜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송강호가 ‘거미집’을 안전하지 않다고 표현한 이유는 간단하다. 요즘 시대에 볼 수 없던 작품이어서다. ‘거미집’에 출연한 배우들은 1970년대 당시 매체 속 어조로 극 중 극에서 연기하고, 동시에 자신이 맡은 역할에 걸맞은 연기를 펼친다. 액자식 구성 중간에 위치한 이가 극 중 감독인 김열(송강호)이다. 그는 다 찍은 영화의 결말만 새롭게 만들면 걸작이 되리란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모두가 저마다 욕심을 챙기는 이 영화에서 김 감독의 욕심은 극을 이어가게 하는 동력이다. 송강호는 김 감독의 마음으로 영화를 탐구했다.
“영화란 대체 무엇일까요?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관객과 어떻게 소통해야 영화의 존재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김지운 감독님이 ‘거미집’을 만들면서 이런 고민을 많이 했대요. 그러면서 영화에 애착이 커졌다더라고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나리오를 볼수록 뻔한 영화가 아니어서 설렜어요. 자괴감, 두려움에 몸서리치다가도 자신감을 얻는 김열처럼 저 또한 같은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영화 속과 현실이 같아지는 신선한 경험을 한 거죠.”

일반적인 영화 문법에 반기를 든 작품이다. 그래서 “부담 없이 장벽을 허무는 게 숙제”였다. 송강호는 김열을 이해하기 전에 배우 사이 호흡, 대사 리듬, 힘의 배분과 발산 등 영화 전반의 골조를 다잡는 데서 출발했다. 긴장감이 솟구칠 때도 있었단다. “김열이 대변하는 한국의 모든 예술가가 가진 고통과 고뇌를 느꼈다”는 설명이다. ‘거미집’은 극이 다루는 세계를 영화 현장으로만 한정 짓지 않는다. 송강호는 “이 사회라는 거대한 세트장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희망·욕망·좌절을 모두 담은 게 김열”이라고 정의했다. 영화는 김열의 미묘한 표정으로 막 내린다. 송강호는 “극 내내 뒤엉키던 욕망이 김열의 마지막 얼굴로 발현한 것”이라고 했다.
“거미는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거미줄을 쳐놓고도 도리어 자신이 갇혀 죽기도 한 대요. 저희 영화가 얘기하는 게 딱 그렇거든요. 인생 역시 마찬가지예요. 작은 욕망이 뭉쳐 파국으로 가잖아요. 그래서 김열의 마지막 표정이 더 오묘해요. ‘내가 진정 원하던 결말인가?’, ‘이 만족스러움을 누가 알아줄까’의 경계에 선 표정입니다. 그 마음은 저조차도 몰라요. 자신의 감독 인생을 비롯해 야망·야심 역시 끝이 아니란 얼굴일 뿐이죠.”

김지운 감독이 가진 예술가로서의 집요함은 김열을 만들어가던 송강호에게 비옥한 토양이 됐다. 그가 거쳐 온 모든 감독이 김열을 연기하는 데 쓰였다. 배우들의 앙상블도 주효했다. 현장에 가있을 때면 종종 김지운 감독과 함께했던 초기 작품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이 떠오를 때도 있었단다. 25년이 흘러 지금은 감독까지도 의지할 수 있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다. 송강호는 “일할 때마다 늘 무게감과 책임감이 잇따르지만 그에 짓눌리진 않는다”면서 “나는 늘 새 영화를 향한 욕심이 큰 사람”이라고 했다.
“팬데믹 이후 영화와 스크린의 소중함을 모든 영화인이 새삼 느낀 것 같아요. 저 역시도 OTT 드라마를 찍긴 했지만 휴대전화로 보는 것과 모든 조건이 갖춰진 큰 스크린에서 관람하는 건 큰 차이가 있다고 보거든요. 배우들의 눈빛과 호흡 등을 극장에서 다 함께 접하고 공감하는 게 로망으로 바뀌는 거죠. 그래서 저는 ‘거미집’이 더 반가웠어요. OTT에서는 도통 볼 수 없는 영화잖아요. 전 세계 영화 산업이 위기인 만큼, 영화가 가진 가치를 보여주는 작업이 늘어가길 바라요. 언젠간 다시 영화라는 예술이 다시 존중받는 시기가 오리라 믿습니다. 그러려면 일단 ‘거미집’이 잘 돼야죠. 하하!”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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