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때 나오는 '45%' 정체…與가 기대는 '숨겨진 尹지지율'
“윤석열 대통령을 기존 정치 문법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윤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면 종종 돌아오는 대답이다. 윤 대통령은 통상의 정치 문법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3월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한국 기업이 보상하는 ‘제3자 변제안’을 제안한 뒤 한·일 정상회담을 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는 제3자 변제안 관련 여론이 부정적이고, 지지율도 30%대에 머물렀던 시점. 참모들은 ‘속도 조절론’을 얘기했지만,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복원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근 벌어진 정율성, 홍범도 역사 논쟁과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8월 29일 국민의힘 연찬회)”고 했던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도 마찬가지다. 총선을 앞두면 중도층을 포섭하는 게 일반적인 정치 문법인데, 윤 대통령은 달랐다.
윤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대통령실과 여당 인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이념→외교→민생'으로 이어지는 윤 대통령의 외교관(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숨겨진 지지율’이라고도 불리는 정치 고관여층의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세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올해 초 윤 대통령에게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했다가 크게 질책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미·중 갈등으로 첨단 기술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일과 한·미·일 협력 없이는 한국 경제의 장래가 어둡다는 점을 한 시간 가까이 설명했다. 외교와 경제, 외교와 민생은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참모들의 반대에도 밀어붙인 강제징용 해법과 그 이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한·미·일 간의 밀착도 이같은 윤 대통령의 외교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이념도 결국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하는 외교 안보 노선을 정하는 문제와 연결돼있다”고 말했다.
정율성 논란에서 시작된 역사 논쟁과 여러 강경 발언 등 윤 대통령의 ‘오른쪽 행보’를 두고서는 여권 내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중반(갤럽 기준)에 머무는 점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여론조사 속 숨겨진 수치가 있다. 조사 때마다 꾸준히 40% 이상 나오는 정치 고관여층의 윤 대통령 지지율이다.
지난달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성인남녀 1001명, 9월 19일~21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2%였다. 하지만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이 있다”고 답한 고관여층의 응답만 별도로 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2%까지 올라갔다. 반면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다”고 답한 이들의 지지율은 27%였다. 9월 첫째 주 같은 조사에선 고관여층의 지지율이 45%까지 나왔다.
대통령실이 이 수치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치 고관여층의 투표율이 저관여층보다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투표율은 50~60%로 70~80%대인 대선보다 낮다”며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투표장에 나오는 지지층을 더 결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각종 여론조사에선 부동층의 규모가 크지만, 0.73%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린 지난 대선처럼 총선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이 양당으로 수렴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이 양극화된 상태”라며 “결집된 지지층의 중요성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층이 결집할수록, 민주당 등 야당의 지지층도 결집하는 건 여전한 숙제다. 박빙의 승부처가 많은 총선 특성상, 소수일지라도 중도·무당층을 무시할 순 없다는 시각도 있다. 엄 소장은 “여론이 교차하는 추석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 추이에 따라 또 다른 총선 전략이 거론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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