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자유 (加油)" 침묵시킨 2-0 완승…황선홍호, 우즈벡과 4강 붙는다

피주영 2023. 10. 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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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한 홍현석. 연합뉴스

한국 24세 이하(U-24) 축구대표팀이 개최국 중국의 홈 텃세를 이겨내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 진출했다. 사상 첫 대회 3연패까지 2승만 남겨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일 중국 항저우 황룡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에서 홍현석(헨트), 송민규(전북)의 연속골에 힘 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예상과 달리, 중국은 이렇다 할 공격 찬스 한 번 만들지 못한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황선홍호는 5경기에서 23골 1실점만 기록하는 '무결점 경기력'도 이어갔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우즈벡)과 결승행을 다툰다. 우즈벡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꺾고 준결승에 선착했다.

중국 관중을 바라보고 골 세리머니 하는 송민규(가운데). 연합뉴스

황선홍 감독은 중국을 상대로 조영욱(김천)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뜨린 조영욱은 황 감독이 믿는 공격 카드다. 처진 스트라이커 포지션엔 고영준(대구)이 선발로 나섰다. 왼쪽 측면 공격수엔 안재준(부천), 오른쪽엔 송민규가, 중원엔 홍현석과 '캡틴' 백승호(전북)가 배치됐다. 포백 수비의 왼쪽 측면은 박규현(드레스덴), 오른쪽 수비는 황재원(대구)이 출격한다. 중앙 수비에선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 박진섭(전북)과 이한범(미트윌란)이 나섰고, 골키퍼는 이광연(강원)이 맡았다.

조별리그부터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전까지 항저우 외곽 도시 진화에서 치른 황선홍호는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무대를 옮겨 경기에 나섰다. 한국은 주로 2만여 관중 앞에서 경기했다. 이날 경기장 분위기는 앞선 경기들과는 180도 달랐다.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과 국경일 황금연휴를 맞아 이날 경기장엔 5만여 홈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중국 관중은 경기를 앞두고 애국가가 연주되자 "우우우우" 야유를 퍼부었다. 국가대표간 경기에서도 상대 팀 국가가 울려 퍼질 때 홈 관중이 야유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의 거친 태클에 쓰러지는 고영준(오른쪽). 연합뉴스

경기 시작되자 응원은 더욱 커졌다. 한쪽에서 "자이우(힘내라)"를 외치면 다른 한쪽에선 "우우우" 야유를 퍼부었다. 한국 선수가 공을 잡거나, 전광판에 한국 선수의 모습이라도 잡히면 귀가 쩌렁쩌렁 울리는 야유 소리가 터졌다. 중국 선수의 파울로 한국 선수가 쓰러져도 어김없이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중국 관중의 기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전반 18분 홍현석의 골이 터지자, 경기장은 한순간 고요해졌다. 중국의 파울로 페널티 아크 오른쪽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미드필더 홍현석(헨트)이 그림 같은 왼발 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후 홍현석은 손가락을 '쉿'을 표현하며 관중석을 산책하듯 그라운드를 누볐다. 2010년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은퇴)이 일본 사이타마 원정으로 치러진 한일전 득점 후 펼친 골 세리머니를 연상케 했다. 이 모습에 5만여 중국 관중의 한참 동안 침묵했다. 얼마 후 다시 살아난 중국의 응원 불씨는 송민규의 추가 골로 꺼졌다. 전반 35분에는 조영욱의 패스를 받은 공격수 송민규가 오른발로 추가 골을 넣었다. 이때부터 관중석에선 깊은 탄식이 쏟아졌다. 중국은 전반 내내 이렇다 할 공격 한 번 펼치지 못했다. 후반 막판 헤딩으로 골대를 맞힌 게 유일한 공격이었다.

중국의 거친 플레이에 강하게 항의하는 황선홍 감독. 연합뉴스

한국은 후반에도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주도했다. 조급해진 중국은 시간이 갈수록 거친 태클을 시도했다. 그러자 황선홍 감독이 테크니컬에어리어를 벗어나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황 감독은 18분 이강인,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엄원상(울산)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이강인은 짧은 출전 시간에도 실력을 입증했다.

후반 29분 이강인과 홍현석이 중국 수비수 4명을 두고 패스 게임 하듯 5~6차례 패스를 주고받았다. 중국 선수들은 볼을 따라다니기 바빴다. 중국의 거친 플레이를 터프한 몸싸움을 버텨낸 왼쪽 수비수 박규현의 플레이도 돋보였다. 압도적인 기량에 중국 관중도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홈 관중 응원도 후반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자국 대표팀의 경기력에 실망한 중국 팬들은 후반 중반부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큰 위기 없이 경기를 지배하며 승리를 확정했다.

항저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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