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만 재건축하니? 대치동 미스코리아 어디? [재건축 임장노트]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3. 10. 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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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1번지’ 대치동 재건축 뽀개기]
② 서울 강남구 우성·선경·미도
2000년대 초 강남 큰손들 사이에서는 ‘우성에서는 백(권력) 자랑 말고, 선경에서는 학벌 자랑 말고, 미도에서는 돈 자랑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지어지기 전 강남에서 처음 10억원을 넘긴 아파트가 이곳에서 나왔고 학계·법조계 등 지도층 인사들이 대치동을 중심으로 모여 살면서 생긴 말이다. 대치동에서는 이들 개포우성1·2차, 선경1·2차, 대치미도(한보미도맨션1·2차)를 묶어 ‘우선미’라고 부른다.

준공된 지 40년 된 노후 단지지만 ‘우선미’는 여전히 대치동 부자를 상징하는 간판 아파트로 통한다. 재건축만 완료되면 대치동 일대에 입지를 견줄 만한 단지가 많지 않다.

한동안 재건축 논의만 진행됐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던 우선미에서는 이제야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맞은편 이웃 단지인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는 등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함께 분위기를 탈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이다. 특히 대치미도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참여를 확정해둔 덕에 ‘35층 룰’에 얽매이지 않게 되면서 인근 동년배 단지들도 날개를 달 가능성이 커졌다. 선경1·2차의 경우 신속통합기획에 신청했다가 철회했지만 재건축 논의가 발을 뗀 이상 일반 재건축과 일대일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재신청 등을 폭넓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매경DB)
대치미도, 2436가구서 3800가구로 신축
1983년 준공된 대치미도는 2017년 정비구역을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냈지만 반려되면서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신청해 사업이 확정됐다. 미도1·2차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신속통합기획 신청을 위해 주민을 대상으로 참여조사를 진행한 당시 찬성률이 90%대였을 정도로 주민 호응도가 높았다.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신속통합기획 설명회 단계부터 대치미도에 35층 이상 층수 상향과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을 제안한 바 있다.

35층 규제 폐지 방침이 신속통합기획안에 반영된 대치미도가 재건축을 마치면 현재 2436가구에서 최고 50층 높이의 3800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막상 기획안이 발표된 후 주민 반응은 시큰둥하다. 신속통합기획안에서 서울시는 공공 임대주택 등의 기부채납을 요구한다. 지난해 11월 주민 설명회 당시 서울시는 임대주택 물량을 약 630가구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임대 물량이 너무 많다는 반대 여론이 조성됐다. 일각에서는 신속통합기획으로 빼곡한 주택을 짓느니 차라리 ‘35층 룰’을 적용한 민간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현재 대치미도는 임대주택을 줄이는 대신 공공청사나 체육시설, 도서관 등 공공·기반시설을 기부채납하는 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논의 중이다. 강남구청이 논의 결과를 반영해 정비사업 공고를 내는 수순이다.

아직 정비구역 지정 전인 데다 신속통합기획이 적용되는 첫 강남 아파트인 만큼 민간 아파트 대비 사업성이 얼마나 좋아질지도 계산하기 쉽지 않다. 다만 일반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다고 가정해도 대치미도 재건축 사업성은 꽤 높은 편이다.

대치미도는 14층짜리 중층 아파트인 데다 용적률이 179%에 달한다.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79.86㎡(24.2평)다. 소위 재건축 사업성이 가장 높다는 5층 이하 저층 단지들과 비교하면 용적률이 낮은 편이 아닌데도 대지지분이 높은 이유는 대치미도가 중대형 평형(전용 84~191㎡·34~66평)으로만 이뤄진 단지기 때문이다. 가장 작은 평형이 전용 84~85㎡(34평)고,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40평대(1344가구)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존 평형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크기의 새 아파트 분양받아도 추가 분담금 없이 이익을 환급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선경, 둘로 나뉜 추진위…일단 신통기획 철회
우선미의 또 다른 기대주인 선경1·2차는 1983년 준공된 1034가구 규모 아파트로 전용 84~174㎡ 중대형 면적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는 대치미도와 여건이 비슷하다.

다만 선경1·2차의 경우 재건축 사업이 출발부터 녹록잖다. 추진준비위원회가 둘로 나뉘어 각기 다른 방식의 재건축을 추진 중이어서다. 선경1·2차는 2021년 발족해 지난해 여름께부터 주민 동의서를 모으고 있는 ‘클린신속통합선경재건축준비위원회(이하 클선재)’와 후발 주자인 ‘대치선경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대선재)’가 활동 중이다.

하나의 단지에 추진위가 둘로 나뉜 가장 큰 이유는 재건축 방식 때문이다. 두 추진위 모두 용적률을 현 179%에서 300%까지 상향하는 것을 가정하고 계획안을 마련했지만 클선재는 일반분양분을 최대한 확보한 통상적인 재건축을, 대선재는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은 있다.

우선 일반분양분을 확보하는 재건축은 분양수익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만큼 조합원이 내야 할 추가 분담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클선재는 일반분양을 통해 현재 1034가구를 최고 49층 아파트 1678가구(임대주택 204가구 포함)로 신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분양 물량을 400여가구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한정된 용적률 범위 내에서 일반분양분을 확보하고 소형 아파트 의무 비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가구별 면적이 전체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선경1·2차 소유주 중에는 평형을 기존보다 줄여 배정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력이 있고 중대형 평형을 선호하는 일부 주민 입장에선 문제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대일 재건축은 가구 수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최소한으로 늘리는 방식이다. 대선재가 제안하는 ‘하이브리드 일대일 재건축’ 계획안에 따르면 가구별로 평균 약 7평(115%)씩 넓힐 경우 1477가구(일반분양 279가구, 임대 164가구)를 지을 수 있고, 평균 약 9평(118%)씩 넓힐 경우 1452가구(일반분양 226가구, 임대 192가구)로 탈바꿈할 수 있다. 일반 재건축과 비교해 분담금 차이가 크지 않지만 향후 자산가치는 더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조합원 배정 평형이 15~18%가량 늘어나는 것이 일반 재건축과 비교해 큰 차별화 포인트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 추진위가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지난 7월 선경1·2차는 앞서 신청했던 신속통합기획 참여 신청을 철회했다. 클선재가 지난 3월 주민 동의서 30%를 모아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했는데 대선재가 또 다른 주민 10% 의견을 모아 2주 만인 4월 철회 신청을 접수한 데 따른 것이다.

재신청이 가능한 단계에서 철회가 이뤄진 만큼, 선경1·2차는 향후 일반 재건축과 일대일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재신청 등을 폭넓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건축 밑그림을 확정하는 정비구역 지정도 이뤄지지 않은 단계여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주민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개포우성, 타워팰리스 맞서 고층 주택으로?
한편 대지 17만4159.461㎡ 규모 개포우성1·2차(1140가구)아파트는 재건축준비위원회를 만들어져 있기는 하지만 아직 주변 단지 대비 큰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 신속통합기획 등을 제시했고 이웃 단지들을 비롯해 압구정 3구역 등 강남권 주요 단지의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되자 개포우성1·2차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개포우성1·2차는 일단 동의율을 일정 수준까지 받으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할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개포우성1·2차 단지까지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할 경우 대치미도와 비슷한 층수를 적용한 고층 아파트로 지어질 전망이다. 전반적인 주변 환경은 이웃 단지인 선경, 대치미도와 비슷하지만 지하철 3호선과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도곡역을 단지 바로 옆에 끼고 있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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