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관중 침묵' 한국, 중국과 8강 전반전 2-0 리드…홍현석+송민규 연속골 [AG 현장]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5만 관중을 잠재웠다. 15억 대륙을 탄식에 빠트렸다.
황선홍호가 중국전에서 전반 이른 시간 선제골, 전반 종료 전 추가골을 터트리면서 200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전반전을 2-0으로 앞섰다.
한국은 1일(한국시간) 오후 9시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준결승에서 전반 18분 홍현석의 그림 같은 프리킥 선제골, 전반 35분 송민규의 과감한 쇄도에 이은 오른발 골이 터져 전반전을 2-0으로 리드하고 후반전을 맞게 됐다. 기선 제압을 확실하게 이뤘다.
이날 승리하는 팀은 앞서 같은 경기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꺾은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한국과 중국은 이번에 아시안게임에서의 5번째 대결이다. 한국은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2라운드 조별리그에서 중국을 처음 만나 1-0 승리를 챙겼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한 차범근이 독일 진출 직전에 열린 대회에서 중국전에서 결승포를 꽂아넣었다.
이어 홈에서 열린 1986 서울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다시 만나 박창선, 김주성, 이태호, 조민국의 릴레이 골을 묶어 4-2로 쾌승했고,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도 조별리그에서 서정원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2-0으로 이겼다. 이 때까진 국가대표팀이 참가했기 때문에 A매치로 인정됐다.
이후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종목이 23세 이하(U-23) 연령 선수들에 24세 초과 선수(와일드카드) 3명 포함으로 바뀐 뒤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16강에서 만났는데 박주영과 김정우, 조영철이 연속골을 넣으면서 3-0 완승을 일궈냈다.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한국이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반면 중국은 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각각 16강전에서 패해 한국과 붙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 8강전을 통해 13년 만에 다시 격돌했다.
황선홍 감독은 이날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는 에이스 이강인을 벤치에 대기시키면서 미드필더 5명을 세운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이광연(강원)이 골문을 지키고 황재원(대구), 박진섭(전북), 이한범(미트윌란), 박규현(드레스덴)이 백4를 형성했다. 중원은 홍현석(헨트), 백승호(전북), 고영준(포항)이 맡았다. 최전방엔 조영욱(김천)이 가운데 섰으며 안재준(부천)과 송민규(전북)가 측면에 자리잡았다.
세르비아 출신 데얀 두르데지치 감독이 이끄는 5-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중국은 한자치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리우양, 주천지, 왕전아오, 장웨이, 황지아휘가 수비 라인에 나섰다. 왕하이젠, 할리크 아불라한, 타오치앙룽, 다이웨이쥔이 중원에 배치됐으며 와일드카드인 탄룽 홀로 공격 라인에 섰다.
한국은 중국과의 U-23 대표팀간 맞대결에서는 대표팀이 17전 13승3무2패로 절대 우세를 기록하고 있다.
킥오프하자마자 박진섭이 공중볼 다툼을 하다가 크게 넘어져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 조금씩 볼점유율을 끌어올리며 홈팀 공략에 나섰다. 전반 3분엔 다이웨이쥔이 볼이 빠진 상태에서 박진섭을 거칠게 넘어트렸다.
한국은 전반 6분 상대 수비라인에서 볼 돌릴 때 압박을 통해 볼을 탈취한 뒤 조영욱의 패스를 고영준이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 위로 떴다.
전반 7분엔 홍현석 왼발 크로스를 조영욱이 머리를 뒤로 돌리는 벡헤딩슛으로 이어봤으나 왼쪽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전반 10분이 지나면서 한국이 중국을 수비진영에 다 몰아넣고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양상이 전개됐다. 차근차근 상대 수비를 벗겨내던 한국은 전반 14분 박규현이 왼쪽 측면 돌파한 뒤 크로스한 볼이 중국 선수 맞고 나오자 고영준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침착하게 슛을 했으나 한자치에 잡혔다.
이후 줄기차게 상대를 압박하던 한국은 전반 18분 벨기에 1부리그 정상급 미드필더 홍현석이 프리킥 골을 넣어 중국 5만 관중의 함성을 잠재웠다. 황재원이 공격 가담하다가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반칙을 얻어냈다. 볼 앞에 백승호와 홍현석이 섰고 홍현석이 장기인 왼발 프리킥으로 중국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을 흔들었다. 한자치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골이었다.
홍현석은 득점 뒤 중국 관중을 조용히하라는 듯 쉿 세리머니를 펼쳐 한국 축구팬들을 더욱 환호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이날 수비에 중심을 둔 포메이션으로 그럭저럭 버텼으나 홍현석의 칼날 같은 프리킥까지 막을 순 없었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첫 득점이 비교적 이른 시간 터지면서 한국의 공격은 더욱 힘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이 조금씩 밀고나올 때 이를 역이용, 전반 22분 황재원이 올린 크로스를 홍현석이 헤더 슛으로 연결했고 이를 한자치가 간신히 걷어낸 것이다. 골은 아니었으나 황 감독이 박수를 칠 만큼 좋은 장면이었다.
이후에도 중국을 계속 괴롭힌 한국은 전반 35분 추가골을 넣으면서 또 한 번 5만 관중을 침묵시켰다. 안재준이 오른쪽 측면 파고들던 조영욱에 전진 패스를 뿌렸고 그가 반대편으로 배달한 횡패스가 한자치와 중국 수비수 사이로 파고든 것이다. 한자치가 조영욱의 패스를 쳐냈으나 마침 쇄도하던 송민규 오른발에 닿으면서 볼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송민규는 풍차 세리머니로 기쁨은 만끽했다. 중국은 한자치와 수비수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등 일찌감치 무너지는 징조를 드러냈다.
한국의 완벽한 전반 경기 운영에 반칙할 틈도 없었던 중국은 전반 40분 압둘라한이 볼이 빠진 상태에서 백승호의 발을 밟는 등 조금씩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게다가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을 안고도 한국전에 뛰었던 주천제가 전반 42분 결국 교체사인을 내면서 허위펑이 투입되는 등 용병술에서도 한국에 뒤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라 자중지란에 빠졌다.
반면 한국은 이강인과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유럽파 핵심 미드필더 둘을 벤치에 두면서 컨디션 좋은 선수들 투입한 황선홍 감독 전술이 잘 맞아떨어져 후반에 중국을 더욱 더 가둬놓고 공격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패스 미스를 범한 것이 상대의 기습 공격으로 이어져 위기를 맞았으나 슛이 골대 맞고 나오는 행운까지 따랐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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