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쇼크'에 눈물 흘린 이다현…"또 지기 싫었는데 마음이 쫓겼다" [항저우 인터뷰]

김지수 기자 2023. 10. 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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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늘 밝기만 했던 이다현(현대건설)이 눈물을 쏟았다. 생애 처음으로 밟은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경험한 뼈아픈 역전패에 고개를 숙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자르 곤잘레스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항저우 사범대학 장첸캠퍼스 체육관(Hangzhou Normal University Cangqian Gymnas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39위 베트남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2-3(25-16 25-22 22-25 22-25 11-15)으로 졌다.

세계랭킹 40위 한국은 39위 베트남을 상대로 1, 2세트를 먼저 따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강소휘가 에이스 역할을 해내면서 공격이 원활하게 풀렸고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잦은 범실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베트남 역시 실수를 연발하면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3세트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베트남은 양 측면은 물론 중앙 속공 등 다양한 공격 전개를 통해 한국을 괴롭혔다. 한국은 베트남의 공세에 당황하면서 승부를 끝내지 못했고 결국 4세트로 이어졌다.

한국은 3세트 중반을 시작으로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반면 베트남은 한국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한 듯 수차례 유효 블록을 만든 뒤 공격으로 연결, 득점으로 마무리하는 이상적인 전개를 이뤄냈다. 

한국은 박정아, 강소휘에만 의존하는 패턴이 막히자 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4세트마저 베트남에 뺏기면서 결국 풀세트 혈투를 치러야 했다. 5세트 접전 상황에서는 범실까지 속출하면서 충격적인 '리버스 스윕' 역전패를 당했다.

한국은 오는 2일 네팔과 조별리그 2차전을 이긴다면 8강 진출은 어렵지 않지만 조 2위로 올라갈 경우 아시아 최강 중국, 까다로운 북한과 격돌이 불가피해 4강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기력에서 반전을 만들지 못한다면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17년 만에 하계 아시안게임을 '노메달'로 마칠 위기에 몰렸다.

한국은 지난 8월 태국에서 열린 2023 아시아배구선수권에서 베트남에게 당한 세트스코어 2-3(25-22 25-19 23-25 17-25 13-15) 패배 설욕을 노렸지만 또다시 악몽이 재현됐다.

이다현은 이날 팀 내 3번째로 많은 13득점을 책임졌지만 한국의 패배 앞에 아무 의미가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먹이는 얼굴로 코트를 빠져나왔다.

이다현은 베트남전 종료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오늘 지면 아시안게임이 너무 힘들어져서 우리가 꼭 이기려고 열심히 했는데 너무 아쉽다"며 "우리가 아시아선수권 때도 베트남에게 져서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중요할 때 범실이 많았던 반면 베트남은 점수를 계속 냈다. 이 부분이 우리의 패인이었다". 5세트에서도 사이드에서 리스브가 안 되면 이기가 쉽지 않은데 이것도 아쉽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2021년 도쿄 올림픽 4강 진출 신화를 일궈낸 뒤 최근 2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령탑이 라바리니에서 세자르 감독으로 바뀐 이후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너무 아픈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실패했고 이달 초 폴란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예선에서 7전 전패로 체면을 구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거꾸로 첫 경기부터 '베트남 쇼크'를 당했다.

이다현은 "어쨌든 아시안게임은 결과를 내야 한다. 우리가 지난 8월에 베트남에 졌지만 이번에는 이기기 위해 정말 많이 준비를 했는데 또다시 좋지 않게 끝났다"며 "오늘 베트남에게 지면 앞으로 아시안게임 일정을 풀어가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에 무조건 이겼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모든 선수들이 베트남과 첫 경기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꼭 이기고 싶었다"며 "여자 대표팀이 최근 이긴 경기가 많이 없다보니 심리적으로 쫓기는 부분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아직 대회가 끝난 게 아닌 만큼 네팔전을 꼭 이겨서 앞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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