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드민턴, 29년 만에 중국 넘고 '단체전 금메달'…무실세트 완벽승

김현기 기자 2023. 10. 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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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여자 배드민턴이 29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한국은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 압승을 거뒀다.

한국 배드민턴의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제패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처음이자 역대 통틀어 두 번째다.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이 중국을 꺾은 것도 29년 만이다.

한국은 1994 히로시마 대회 당시 중국과의 준결승전 승리를 마지막으로 번번이 우승 길목에서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1998년 방콕 대회에서 중국에 1-3으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고 2002년 부산 대회에서도 결승전에서 중국에 1-3으로 패했다.

2006 도하, 2010 광저우 대회에서는 중국을 준결승전에서 만나 모두 0-3으로 완패해 결승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2014 인천 대회 결승전에서도 중국의 벽에 가로막혔다. '노메달' 수모의 2018 자카르타 때는 맞대결 기회조차 없이 8강에서 탈락했다.

그만큼 값진 이번 우승으로 한국 여자 배드민턴은 직전 대회 부진을 설욕하고 새로운 최강자의 등장을 알렸다.

반면 중국은 지난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패한 데 이어 2회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그전까지 중국은 1998년 방콕 대회부터 5회 연속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단체전은 단식-복식-단식-복식-단식 순으로 진행되며 5판 중 3판을 먼저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첫 주자로 나선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천위페이(세계 3위)를 2-0(21-12 21-13)으로 완파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경기 초반부터 경쾌한 움직임을 뽐낸 안세영은 정교한 헤어핀, 클리어, 스매시로 이어지는 공격 조합으로 천위페이를 좌우 앞뒤로 흔들어댔다. 천위페이는 안세영의 탄탄한 수비를 공략할 방도를 찾지 못한 채 셔틀콕을 번번이 코트 밖으로 보냈다.

두 번째 주자인 이소희(인천국제공항)-백하나(MG새마을금고)도 세계랭킹 1위 천칭천-자이판을 2-0(21-18 21-14)으로 완파해 기세를 이어갔다. 이소희-백하나는 1세트 후반 두 차례의 인·아웃 챌린지에서 득점을 인정받아 승기를 잡았다. 한때 18-17까지 추격을 허용했으나 백하나의 푸시 득점과 상대 리시브 범실에 힘입어 달아났다.

2세트 들어서는 초반부터 5-0 리드를 잡았고 인터벌이 끝난 뒤로는 11-8에서 18-10으로 득점 행진을 달리며 승기를 잡았다.

세 번째 주자로 나선 김가은(삼성생명)이 반전을 연출하며 이날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랭킹 18위 김가은은 세계 5위 허빙자오를 2-0(23-21 21-17)으로 제압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대회 기준 상대 전적 2승 6패인 열세를 딛고 만든 깜짝 승리였다. 김가은은 1세트 20-20 듀스에서 아쉽게 세트 포인트를 내줬지만 상대의 연속 범실을 끌어낸 뒤 라인 위에 떨어지는 절묘한 스트로크로 1세트를 따냈다.

여세를 몰아 2세트 초반 리드를 잡은 김가은은 허빙자오의 뒷심에 밀려 16-17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침착하게 17-17 동점을 만들었고 적극적인 네트 플레이와 날카로운 스매시로 21점 고지를 먼저 밟았다.

우승 뒤 김학균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불러 모아 '너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한다. 자부심을 가져라. 우리는 메달 색깔을 선택하러 왔다. 너희 실력을 믿어라'란 말을 했다"고 밝혔다.

29년 만의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놓고 중국과 일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김 감독은 시상식을 마치고 "이런 압승은 예상하지 못했다. 퍼펙트하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것은 아마 한국과 중국 배드민턴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감격해했다.

그는 "모두가 화합이 잘 됐다"면서 "(동메달을 딴) 남자단체가 분위기를 워낙 잘 띄워줬고, 여자 선수들도 부상을 딛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승리를 예감한 순간으로는 세 번째 주자 김가은(삼성생명)이 세계랭킹 5위 허빙자오와 듀스 접전 끝에 1세트를 따낸 순간을 꼽으며 "22-21에서 상대가 실수하자 '우리에게 금메달을 주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선수들을 대해선 "오늘 많이 당황했을 것"이라며 "스트로크 정확도와 스피드가 자신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것이다. 아마 벽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단체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대표팀은 이제 2일부터 엿새간 개인전 5개 종목(남자 단식, 여자 단식, 남자 복식, 여자 복식, 혼합 복식)에 나선다.

김 감독은 "지금은 흥분을 가라앉혀야 할 정도"라면서 "일단은 이 행복을 즐기도록 할 생각이다. 개인전을 다시 긴장감 속에서 치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여러 기록을 깨고 있어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겁날 정도"라면서도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여기서 따는 만큼 메달을 딸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전영오픈(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세계개인선수권(금메달 3개, 동메달 1개) 등 대표팀의 활약을 이끌어오고 있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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