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불신하면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없다

곽규현 2023. 10. 1. 14: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곽규현 기자]

최근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보호 4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관계 기관에서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한참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교권 보호를 위한 이러한 움직임은 다행스럽다. 교육 현장에서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려면 교사의 교권과 교육권이 확고하게 보장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예전의 학교 체육대회 때, 우리반 아이들의 줄넘기 경기를 옆에서 응원하고 있다.
ⓒ 곽규현
 
이에 더해 전직교사로서 우리의 교육 현장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일부 비뚤어진 학부모들의 의식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교직에 들어온 이후, 상당 기간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가졌었다. 자녀 교육에 관한 문제로 가끔 학부모에게 전화 연락을 하면 선생님을 대하는 학부모들의 태도는 대부분 공손했다.

학생에게 좋은 일로 연락할 경우에는 선생님 덕분이라고 감사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학생에게 나쁜 일로 연락할 경우에는 선생님에게 자식 맡겨 둔 부모로서 죄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히려 교사인 내가 더 미안할 정도로 겸손했다.

간혹 학생 간에 다툼이 생겨서 연락을 하는 경우에도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자기 자녀의 피해 정도를 걱정하면서도 가해 학생을 심하게 나무라지는 않았다. 커가는 아이들 간에 있을 수 있는 일로 이해하셨다. 좀처럼 선생님을 탓하는 일도 없었다. 가해 학생의 학부모는 자기 자녀를 강하게 질책하고는 피해 학생의 상처가 심하지는 않는지 걱정하고 살폈다.

학교에서의 흡연이나 무단결석, 결과 등 교칙 위반 행위로 통고를 하면 '선생님이 어떻게든 우리 애 사람 좀 만들어 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러면 교사인 나는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더욱 아이들의 교육을 잘하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그때는 그때의 사회 분위기란 게 있어서 그랬겠지만, 기본적으로 학부모가 교사를 믿고 자녀 교육을 맡기는 마음은 따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코로나19 때, 우리반 아이가 담임인 나를 비롯해 학급 아이들의 특징을 살려 미술 시간에 컴퓨터를 활용해 작업한 작품이다.
ⓒ 곽규현
   
지금은 어떤가. 지금도 많은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을 믿고 자녀 교육을 맡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그런지, 자기 자식의 말만 믿으려고 한다. 선생님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믿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런 학부모가 늘어나고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불과 몇 년 전, 교사로 재직하고 있을 때 어느 학생의 지도 문제로 한 학부모를 만난 적이 있다. 그 학부모는 내가 통상적으로 하는 교육 활동을 문제 삼았다. 내가 아무리 설명하고 학부모님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씀드려도 도무지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자녀 입장에서 아이가 기분 나빠하니까 선생님이 잘못한 거 아니냐는 것이다. 왜 아이를 기분 나쁘게 하냐는 거다. 지도 당시의 상황이나 맥락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기 자식의 말만 듣고 거기에 따라서만 판단했다. 그러다보니 착한 자기 자식을 능력 부족한 교사가 나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가정에서 부모에게 이야기할 때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특히나 아이가 학교에서 자기가 잘못한 일이나 기분 나빴던 일을 이야기할 때는 더욱 그렇다.

아이가 실제로 일어난 일을 자기 입장에서 유리하게 이야기하거나, 실제보다 부풀리거나 왜곡해서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거다. 아이들이야 아직 어리고 사리 판단력이 부족해서 그렇다손 치더라도 학부모가 앞뒤 맥락이나 상황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자식 말만 믿고 교사를 불신하기 시작하면 올바른 교육이 될 수가 없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자기 자식 중심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남의 자식은 안중에도 없는 학부모가 있다. 남의 지식이야 어찌 되든 자기 자식만 잘 되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결국 교육 현장을 좀먹는다. 학교는 일반 사회와는 다르다. 대개 아이들 간의 다툼이나 갈등은 서로 친한 사이에 장난이 지나쳐서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고, 서로 간에 사소한 일로 감정이 틀어져서 관계가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자기 아이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어야 되지만, 상대 아이의 입장도 생각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이 아이들은 졸업 때까지 같은 공간에서 어우러져 생활해야 할 친구들이며, 사회에 나가서도 같은 학교를 졸업한 동창으로서 관계는 이어진다.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믿고 남의 아이도 내 아이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선생님들도 더 신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

분란을 일으키는 일부 학부모들 때문에 교육 현장이 혼탁해지고, 교사가 고통 받으며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이 방해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학부모가 교사를 불신하고 학교를 믿지 못하면 학교교육은 살아날 수가 없다. 아무리 법이 바뀌어도 그 법을 받아들이는 학부모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

학부모들이 교사를 믿어주고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면 교사들은 충심으로 아이들을 가르침으로써 양질의 교육으로 기여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 실릴 수도 있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