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은 참아주세요…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는 韓 1호 캠핑장

천권필 2023. 10. 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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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북한산 사기막야영장. 국립공원공단

수도권에 처음으로 국립공원 캠핑장이 생겼다. 지난 21일 문을 연 북한산국립공원 사기막 야영장이다. 축구장 5개에 해당하는 3만 5000㎡ 면적에 일반 야영지 27동·체류 기반시설 43동과 어린이 놀이터 등의 부대 시설을 갖췄다.

이곳은 전국의 국립공원 야영장과 달리 불편한 점도, 안 되는 것도 많다. 국내 최초의 탄소중립형 야영장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 친환경 캠핑을 체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개장 첫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에 성공했다.


전기·수소차만 입장 가능 “밤에 못 나가 불편”


국내 첫 탄소중립형 야영장인 북한산국립공원 사기막 야영장 입구. 천권필 기자
캠핑 당일, 서울 도심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걸렸을까. 퇴근 시간 무렵인데도 해가 지기 전에 야영장에 도착했다. 입구에 있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전기차, 수소차 등 저공해 1종 차량만 주차 가능하며 그 외 차량은 북한산성 제1주차장을 이용 바랍니다.

북한산국립공원 사기막 야영장에서 운행하는 전기 셔틀버스. 천권필 기자

이곳은 친환경 차량만 야영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도 3.8㎞ 떨어진 북한산성 제1주차장에 차를 둔 뒤에 전기 셔틀버스를 타고 와야 한다. 캠핑 장비가 많다면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김도균 북한산국립공원 주임은 “이용객의 20~25% 정도가 전기·수소차를 가지고 온다”며 “밤에는 셔틀버스 운행을 하지 않고 야영장 내에 매점도 없다 보니 내연기관 차를 타고 오면 미처 챙기지 못한 게 있어도 나가서 사올 수가 없어서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산국립공원 사기막 야영장 내부 모습. 천권필 기자

전기차를 탄 덕분에 야영장 안까지 편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야영장을 둘러싸고 우뚝 솟아 있는 북한산 봉우리들이 석양에 붉게 물들고 있었다. 불과 한 시간 만에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북한산국립공원 사기막 야영장 하우스형 솔막 내부 모습. 천권필 기자

안내센터에 들러 예약해 둔 다회용기를 받았다. 다회용기를 빌려 쓰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짐도 줄일 수 있다. 이날 하루를 보낼 곳은 7만 원(주말 기준)을 내고 예약한 하우스형 솔막이다.

텐트를 치는 게 번거롭거나 익숙하지 않다면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탄소제로 캠핑이라고 볼 수 없다. 진짜 무(無)탄소 캠핑을 하고 싶다면 탄소제로 영지를 이용하면 된다. 그곳에는 자가발전 시설이 있어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방식으로 전기를 만들어 쓸 수 있다.

북한산국립공원 사기막 야영장 탄소제로 영지. 천권필 기자

불멍 못 한다…전기 그릴 무상 대여

북한산국립공원 사기막 야영장에서 전기 그릴에 고기를 굽는 모습. 천권필 기자

짐을 풀고 나니 어느덧 밖이 어두워졌다. 이곳에선 캠핑의 꽃으로 불리는 ‘불멍(불을 보며 멍때린다는 뜻)’이나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없다.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숯불과 화로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대신 전기 그릴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그릴 위에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밤하늘의 별을 감상했다.

다음 날 아침, 가벼운 아침 식사를 하고 주변을 산책하다 보니 어느덧 떠날 시간이 됐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아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는 친환경 음식물 처리 장치에 넣으면 미생물 등을 이용한 발효·분해 방식을 통해 물로 배출된다고 한다.

북한산국립공원 사기막 야영장 내부의 친환경 음식물 처리 장치. 천권필 기자

등산과 산책도 가능…“도심 속 휴식처 제공”

북한산국립공원 사기막 야영장 주변 산책로. 천권필 기자

국립공원 야영장이 자리 잡은 사기막은 과거 이곳에 조선 시대 사기를 굽는 막사가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국립공원공단은 160억 원을 들여 사유지를 매입하고 친환경 야영장을 조성했다. 주변에 북한산 둘레길과 등산로가 있어서 캠핑과 산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앞으로 친환경차 전용 영지의 비율을 늘리고 야영객을 대상으로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이사장은 “북한산에 새롭게 조성된 탄소중립 야영장을 통해 도심 속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하고, 이용자들이 저탄소 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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