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북, 이달 예고한 정찰위성 가능한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연이어 알리면서 이달 예고한 정찰위성 발사도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달 러시아의 위성 관련 기술자들이 방북해 위성 발사를 도울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6일 한반도에 핵전쟁 위기가 고조됐다면서 자위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김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조선반도는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핵탄두 소형화 등 다양한 기술도 필요하지만 연이어 실패하고 있는 정찰위성 발사체의 기술습득이 우선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방러를 통해 지난 두 번의 발사에서 실패했던 정찰위성은 물론, 그 발사체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제공받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관측통 다수가 예상하듯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제78주년을 전후로 정찰위성 발사 3차 시도에 나설 경우, 이번엔 그 ‘성공’을 위해 러시아 측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북한의 위성 개발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북러 정상회담 과정에서 ‘돕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사안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조만간 위성 개발 등을 담당하는 북한 측 인사들이 러시아로 향하거나 관련 기술 전수를 위해 러시아 기술진이 북한에 파견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러시아 발사체 수용 땐 남북이 동일한 기술위성
기술보다 러시아 위성 임대 가능성
당장 북러 가시적인 성과는 위성보단 경제
◆ 러시아 발사체 사용하나= 전문가들은 이달까지 러시아 기술을 이전받기는 사실상 힘들지만, 러시아 기술진이 사전에 먼저 점검하거나 발사 시점을 늦출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우주기지)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지도자급에서 위성 개발 협력을 공공연히 밝힌 이상 북러는 신속하게 이행에 나설 공산이 크다.
북한이 기술을 이전받으려면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기존에 보유한 발사체를 성능 개량하거나 러시아로부터 새로운 발사체를 이전받아야 한다. 북한은 지난 5월 31일과 8월 24일 두 차례 실패한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천리마 1형’ 발사체를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시간상으로 이달 안에 3차 발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러시아가 ‘천리마 1형’ 개발을 돕는 방안이 제기된다. 북한은 화성-15형 등 기존 ICBM에 들어간 액체연료 백두산 엔진을 토대로 천리마-1형 엔진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애초 백두산 엔진이 러시아제 RD-250 엔진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러시아가 북한의 로켓 엔진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고공 엔진인 2단과 3단 엔진의 작동 환경을 구현할 ‘고공 체임버’를 갖춘 연소시험장 등은 구비하지 못해 러시아가 이들 고급 시험설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북한은 화성-15형 등 기존 ICBM에 들어간 액체연료 백두산 엔진을 토대로 천리마-1형 엔진을 개발했는데 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시험 설비를 제공하거나 시험을 자국에서 대행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권 재진입기술 이전도 필요해 보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력과 관련해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라며 조만간 ICBM 정상 각도 발사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김 부부장은 북한이 ICBM 기술 최종 단계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고 있음을 처음 언급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북한이 ICBM ‘완성’에 필요한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센터장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위성 관련 기술을 받는 것은 확실하지만 발사체계를 다시 바꿀 경우 오랜 시간이 걸려 필요 부분만 도움을 받아 위성을 다시 쏘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발사체를 바로 북한에 제공한다면 우리나라 나로호 엔진을 보유하는 셈이 된다. 북한이 제공받는 시간도 오래 걸려 위성 발사 시점도 미뤄야 한다. 북한이 러시아에 발사체 기술을 도움받는다면 보스토치니 기지에서 살펴본 ‘안가라’ 로켓을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가라 로켓은 2013년 발사에 성공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1단과 엔진이 같다. 나로호 성공 배경에 안가라 로켓이 있었던 것으로, 이 로켓이 북한에 간다면 남북이 러시아 기술을 공유하는 셈이 된다.
◆ 정찰위성 기술이전보단 임대= 위성으로 정찰을 하려면 위성이 저궤도에 위치해야 하는데 북한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위성으로부터 자료를 전송받는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위성사진의 ‘퀄리티’ 문제는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항이다. 북한 위성 본체 ‘만리경 1호’는 지난 5월 1차 발사 실패 이후 우리 군에 인양돼 부실한 성능이 밝혀졌다. 한국과 미국은 공동 조사 결과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시험품에서 촬영했다며 공개한 서울 도심과 인천항 사진을 본 일부 전문가가 ‘조악한 수준’이라고 평가하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누가 일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 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는가"라고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가 보유한 위성체, 위성에 탑재하는 카메라 등을 제공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보유한 위성을 직접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면서 "다만, 러시아 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지나갈 때 정보를 주려면 지상 설비 등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당장 북러 성과는 ‘경제’= 러시아가 지난달 23일 고위급 사절단의 방북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9박 10일 러시아 방문으로 밀착한 북러 관계가 더욱 친밀해지는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이 방북하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0년 7월 평양을 찾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이후 23년 만이다. 2011년 말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론 처음이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위성발사체 기술이전보다는 경제지원을 약속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에 더해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국경 봉쇄’ 조치의 장기화 등 때문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를 해소할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북한의 가장 시급한 과제일 수 있단 것이다.
북러 간 경협 사업으론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이 우선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북한 입장에선 당장 ‘외화벌이’가 가능하고, 러시아도 부족한 노동력을 채울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북한 당국은 그간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귀국을 불허했던 중국 및 러시아 체류 외교관·유학생·노동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여객기를 띄우는 등 국경 봉쇄 조치도 사실상 해제한 상황이다.
그 외에도 북한 당국은 러시아와의 물류 교류 확대, 관광 재개 등을 위한 준비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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