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오는 진보당, 끈질긴 2중대 꼬리표…한계 봉착한 정의당
“우리의 현 모습은 비례대표 정당의 한계를 명확히 노정하고 있다”
정의당의 한 의원이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당 상황을 한탄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대선(3월)과 지방선거(6월)에서 전혀 존재감을 못 보여준 정의당은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재창당을 결의했다. 지난 6월엔 “여러 세력과의 통합과 합당을 통해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겠다”며 ‘혁신 재창당’ 방침을 세웠지만,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내년 선거에서 비례대표 선출방식이 연동형 대신 병립형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악재다. 정의당 관계자는 “여러 가지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서 대비해야 하는데 (지도부가) 뚜렷한 전략이 없는 것 같다”며 “지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같은 상황 변화에 따라 대응할 뿐”이라고 말했다.
① ‘민주당 2중대’ 꼬리표
2019~2020년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협력했던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당시 ‘조국 사태“에 침묵하면서 공고해진 이 오명(汚名)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의당은 ‘투 트랙’ 전략으로 민주당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민생 현안은 공조하되, 민주당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선 날을 세우는 식이다.
21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추진은 민주당과 공조하면서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선 당론으로 가결 방침을 정한 게 대표적이다. 정의당은 이후에도 “배신자를 색출한다는 것은 ‘반국가세력 축출’ 운운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과 닮았다”며 민주당 친명계 지도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정의당 안팎에선 “이도 저도 아니니 오히려 주목도가 더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초에 도덕성 이슈만으로는 민주당과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의당 출신 한 민주당 보좌진은 “현재 정의당은 노란봉투법 같은 노동 이슈도 민주당에 다 뺏겼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맞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1일간 벌인 단식마저 이 대표 단식으로 잊혔다”고 말했다.
② 위협적인 진보당
약진하는 진보당도 정의당에는 부담이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후보가 전멸했던 정의당과 달리, 진보당은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김종훈 후보가 국민의힘 천기옥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진보당은 전남·전북·울산·충북·경기·서울에도 광역 또는 기초의원 20명이 당선됐고, 지난 4·5 재보궐선거에선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전북 전주을에서 승리하며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에 정의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10월 11일)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 5%’을 넘지 못하는 가운데, 진보당의 추격을 받고 있다. 리얼미터가 뉴스피릿 의뢰로 지난 18~19일 조사해 지난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의 권수정 후보는 4.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7%를 기록한 권혜인 진보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번에도 진보당에 밀린다면 지도부 전체가 엎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③ 보이지 않는 연대 대상
정의당은 최근 강서구청장 후보 선정과정에서 이른바 ‘제3지대 통합 후보’를 내는 데 실패했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초반부터 금태섭 전 의원이 이끄는 신당 ‘새로운선택’과 소통하며 여러 루트로 노력했지만, 무위에 그쳤다”며 “김태우 전 구청장에 대한 심판 선거로 프레임이 굳어져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별 지지 기반은 이미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천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이정미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 등이 속해있는 당내 최대 계파인 인천연합도 예전만큼 위협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승자독식 구조에서 지역구 의석을 확보하려면 결국 인물이 핵심이다”며 “미래의 스타를 어떻게든 발굴해서 내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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