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구 남북전 승리' 북한 감독 "우리 실력, 말할 필요 있나"
"구태여 우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남북전에서 승리한 북한 리유일 감독이 자신감 넘치는 소감을 밝혔다. 콜린 벨(영국)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30일 중국 저장성의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남북대결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북한에 1-4 역전패했다. 손화연(현대제철, 전반 41분)이 퇴장당한 벨호는 끝내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후반에만 3골을 내줬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 북한은 랭킹이 없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한국 여자 축구가 북한을 꺾은 건 18년 전 2005년 8월 동아시아축구연맹컵이 마지막이다. 당시 1-0으로 이긴 한국은 이후 12차례 만나 2무10패로 고전했다. 이날도 완패하며 무승 기록은 13경기로 늘었다.
리유일 감독은 북한의 국제 경쟁력을 묻는 말에 "우리 팀의 실력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리가 다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리유일 감독은 북한 여자 축구리그 격인 '여자 1부류 축구연맹전' 2021∼22시즌 우승팀 '내고향여자축구선수단'의 감독이다. 그는 북한이 지난 3월 선정한 '2022 최우수 감독'에도 선정됐다. 리유일 감독은 또 북한이 1966 잉글랜드 남자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을 당시 골키퍼였던 리찬명의 아들이기도 하다.
2002 부산, 2006 도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북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통산 네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리유일 감독은 "국제 경기든, 무슨 경기든 앞으로 전력을 다할 것이다. 우리가 계획한 목표를 꼭 달성하려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해줬다. 감독으로서 만족하고 있다"며 "4-1로 이겼는데, 무엇보다도 마지막 끝나는 순간까지 열심히 경기를 진행한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북한의 4강전 상대는 이날 앞서 열린 경기에서 대만을 2-1로 꺾은 우즈베키스탄이다. 리유일 감독은 "어느 팀도 완벽한 팀은 없다. 우리가 육체, 기술, 전술적으로 이번 대회를 잘 끝내고 더 발전하는 경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경기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이다. 그 팀에 대한 계획도 구체적으로 짜겠다"고만 밝혔다.
리유일은 감독은 한 한국 기자가 북한을 "북측"이라고 부르자,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며 "그걸 좀 바로 합시다"고 말했다. 전날 여자 농구 남북대결 후 기자회견에서도 기자가 '북한'이라고 말하자, 북한 선수단 관계자가 기자의 "우리는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다.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부르지 말라. 그것은 좋지 않다. 이름을 정확히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항저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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