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 IPO, 배당 매력적이지만…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9.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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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보다 비싼 국내 유일 종합보험사

국내 유일 종합보험사인 서울보증보험이 기업공개(IPO)를 본격 추진한다. 보증보험이란 보험 계약 당사자 간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보증보험 계약에 따라 보험사가 손해를 보상해주는 것을 뜻한다. 안정적인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한 높은 배당 성향이 서울보증보험의 투자 포인트로 평가된다. 다만, 신주 발행 없이 100% 구주 매각을 위한 목적으로 IPO를 진행한다는 점과 대주주의 오버행(대량 매도 물량 출회) 우려는 투자 매력도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서울보증보험은 1998년 외환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린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예금보험공사 등으로부터 공적자금 10조2500억원을 수혈받았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 예보가 보유한 서울보증보험 지분(지분율 93.85%)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예보는 이번 공모를 통해 서울보증보험 지분의 10%를 시장에 매각하고 향후 2~3년간 단계적으로 지분의 50% 이상을 매각할 계획이다.

서울보증보험은 각종 이행보증을 비롯해 신원보증, 휴대전화 할부보증, 중금리 대출보증, 전세자금 대출보증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한다. 글로벌 기준인 국제신용보험·보증보험협회(ICISA) 회원사의 원수보험료를 기준으로 글로벌 톱4에 자리한다.

덕분에 안정적인 실적과 뛰어난 재무건전성을 갖췄다.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은 5조411억원 규모다. 이 기간 매출액(영업수익)은 2조6363억원, 당기순이익은 568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1조3268억원, 순이익은 1891억원이다. 보험수익은 1조1218억원으로 이 가운데 보증보험이 89.5%(1조38억원)를 차지한다. 재무건전성은 흠잡을 곳이 없다. 보험사의 건전성 측정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은 지난 1분기 기준 413%를 기록했다. 보험업법상 감독 기준(100%)과 국내 일반 손해보험사의 평균 비율(207%)을 큰 폭 웃돈다.

서울보증보험의 핵심 투자 포인트는 배당이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최근 3년간 배당 성향은 2020년 32%, 2021년 50%, 2022년 50%를 각각 기록했다. 배당 성향은 회사가 해당 회계연도에 벌어들인 순이익 가운데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을 뜻한다. 배당 성향 50%라는 의미는 당해연도에 이 회사가 벌어들인 주주 몫 순이익 가운데 절반 정도를 배당금으로 책정했다는 뜻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할 대목이다.

배당 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포인트다. 회사 측은 상장 후에도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의 배당 성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보증보험 측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타 보험사 대비 압도적인 지급여력비율을 기록하고 있어 향후에도 50% 이상 수준의 배당 성향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안정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50% 배당 성향 유지 계획

순이익 둔화로 투자자 우려

시장은 서울보증보험의 ‘몸값(기업가치)’을 대략 2조원에서 3조원 사이로 보고 있다. 상장 주관사는 서울보증보험의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으로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2개사(삼성화재해상보험·DB손해보험)와 해외 전업 보증보험사 코페이스(Coface), 트래블러스(Travelers) 등 총 4개 사를 선정했다. 이들 기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코페이스는 1946년 설립된 프랑스 보험사로 프랑스 정부를 대신해 수출보험 업무와 국내 신용보험, 보증 업무 등을 주요 사업으로 두고 있다. 원수보험료 기준 글로벌 보증보험 기업 중 3위다. 트래블러스는 미국에서 보증보험을 포함한 손해보험업을 영위하는 종합보험회사다. 2004년 당시 미국 보증보험 시장 업계 1, 2위 사가 합병해 미국 내 최대 우량 보험회사로 탈바꿈했다.

비교그룹을 국내와 해외로 균등하게 섞은 것은 서울보증보험의 특수성이 고려된 결과로 보인다. 이 회사가 영위하는 보증 산업은 일반적인 손해보험업, 생명보험업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다. 그렇다고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해외 보험사로만 구성할 경우 PBR이 고평가될 우려가 있다. 해외 시장은 대체로 국내보다 PBR이 높게 책정된다. 이 경우 국내 보험업 대비 고평가 논란에 휘말려 투자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4개 사 PBR 0.95배를 적용해 적정 시가총액을 4조5560억원, 1주당 평가가액을 6만5396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20~40%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를 3만9500~5만1800원으로 제시했다. 희망 공모가 기준 공모 규모는 2758억~3617억원이다. 희망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7580억~3조6168억원 규모다.

다만, 기업가치 적정성을 두고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국내 상장 보험사를 향한 투자 심리가 좋지 못하다. 최대 40% 할인율을 적용해도 서울보증보험 PBR은 0.6~0.7배 사이로 이는 국내 상장 보험사 대비 2배가량 높다. 국내 1위 손해보험사 삼성화재는 PBR 0.67배(6월 말 자본총계 기준) 수준에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DB손해보험(0.44배), 현대해상(0.3배), 한화손해보험(0.19배) 등 다른 손보사는 이보다 훨씬 낮은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는다.

배당수익률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장동력이 눈에 띄지 않는 점도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서울보증보험의 지난해 배당액은 주당 4000원으로, 배당 성향이 50%다. 하지만 이 배당은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목적에서 책정됐다. 달리 말해, 공적자금 회수가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는 현재와 같은 고배당 정책이 지속될지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서울보증보험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6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해 높은 배당수익률이 이번 기업가치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예상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할 경우 IPO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보증보험의 주력 사업인 이행보증, 전세자금 대출(보증) 등의 성장성이 크지 않아 시장에서는 주요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수요예측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기관 투자자들이 외면해 수요예측이 실패하면 공모가가 크게 낮아지고 정부가 IPO를 전격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2016년에도 정부는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의 IPO를 추진했지만 공모가가 너무 낮아져 상장이 무산됐다.

한편, 서울보증보험은 10월 13~19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같은 달 25~26일 일반 공모를 진행한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이며 코스피 상장 예정일은 오는 11월 3일이다.

국내 유일 종합보험사인 서울보증보험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신주 발행 없이 100% 구주 매각을 위한 목적으로 IPO를 진행한다는 점과 대주주의 오버행(대량 매도물량 출회) 우려는 투자 매력도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SGI서울보증 제공)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8호 (2023.09.27~2023.10.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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