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돈까스' 괴담에 발칵…먹방 휩쓴 '최애 간식'은 아예 금지

이가람 2023. 9. 30. 11: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서울디저트페어' 한 부스에서 판매용 탕후루를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달고나, 눈알젤리, 탕후루까지….

초등학생이 열광한 간식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과일 꼬치에 설탕물을 입힌 ‘탕후루’가 최근 설탕 과다 섭취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처럼, 과거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이른바 ‘최애’ 간식이 학부모들을 불안에 떨게 한 사례는 적지 않다.


달고나 혼자 만들다 화상 피해 속출


달고나 자동판매기의 모습. 사진 유튜브 채널 푸디랜드 FoodieLand 화면 캡처
1960년대에 등장한 설탕 과자의 일종인 ‘달고나’는 우리나라 길거리 간식의 원조격으로 꼽히지만, 한때 어린이 화상 피해의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학교 앞 노점상에서 팔던 달고나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자동판매기가 90년대부터 등장하면서다. 주로 문방구 앞 자동판매기에 아이들이 홀로 앉아 36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는 열판을 이용해 설탕을 녹이는 과정에서 화상을 입는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 2000년 11월 16일 KBS 9시 뉴스에선 달고나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다 화상을 입은 아이들의 사연이 다뤄졌다. 사진 KBS 홈페이지 캡처
2000년 11월 저녁 뉴스에선 달고나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다가 뜨거운 설탕물이 얼굴에 튀어 흉터가 생기거나 열판에 손을 데인 아이가 피부 이식 수술까지 받은 사고가 다뤄지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실태조사 결과 1999~2000년 사이 달고나 자동판매기로 화상 피해를 입은 어린이는 29명이었고, 대부분이 3도 화상의 심한 상해를 입었다. 기계 개선만으로 근본적인 사고 예방을 할 수 없다고 평가한 한국소비자원이 정부에 제품 리콜과 판매금지를 요청한 이후 달고나 자동판매기는 대부분 사라졌다.

과자 먹다 치아 깨져…제조사가 50만원 보상까지


학교 앞 문방구에서 주로 팔던 옥수수 낱알 모양 과자의 모습. 사진 유튜브 채널 과자다모임 화면 캡처
한때 학교 앞 불량식품으로 불렸던 옥수수 낱알 모양의 과자도 학부모들을 걱정을 키운 간식 중 하나다. 옥수수를 튀겨서 만든 과자를 씹어 먹다가 이가 깨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서다. 관련 제품의 제조사인 영진식품 유영진 대표는 “자녀의 치아가 부러져 회사로 항의 전화를 한 부모에게 도의적 책임으로 치료비 50만원을 준 적도 있다”며 “현재는 제조공법을 바꿔 옛날보다는 덜 딱딱하게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아 손상 피해가 잇따르자 업체 측은 제품 포장용지 뒷면에 주의사항으로 “제품이 딱딱하오니 치아가 약하신 분은 주의하여 드시기 바랍니다”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팔던 '피카츄 돈까스'의 모습. 사진 유튜브 채널 반디Bandi 화면 캡처
재료를 둘러싼 소문으로 학부모를 놀라게 한 먹거리도 있다. 2000년대부터 학교 앞 분식집에 등장한 이른바 ‘피카츄 돈까스’가 대표적이다. 유명 캐릭터 모양으로 만들어져 하굣길 간식거리로 인기를 끌었던 이 돈가스는 비둘기 고기로 만들어졌다는 괴담이 돌았다. 대학생 이모(22)씨는 “독특한 고기 맛과 달콤한 소스의 조합이 중독성이 있어 초등학생 시절 자주 사 먹었던 간식이었다”며 “어느 순간 비둘기 고기로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돌자 엄마가 사 먹지 말라고 주의를 줬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제품을 판매 중인 두레식품 관계자는 “처음 제품을 출시한 1999년부터 지금까지 닭고기와 대두단백을 섞어서 만들었기에 비둘기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유통되는 공식 제품명도 ‘치킨가스 100g’이다”고 말했다. 돈가스의 생김새로 인해 ‘피카츄’로 불리던 이 제품은 캐릭터 저작권 문제로 인해 현재는 뾰족한 귀 부분을 둥글게 만든 곰 모양으로 바뀌어 생산되고 있다.


“어린이 정서 위협”…눈알젤리 판매금지


일본에서 건너와 소꿉놀이 간식으로 인기를 끌었던 '가루쿡'의 모습. 사진 유튜브 채널 JerryPop 화면 캡처
2010년대 들어 일본에서 건너온 ‘가루쿡’은 불법유통 문제로 논란이 됐다. 식용 분말 가루에 물을 섞어 찰흙처럼 만든 뒤 직접 손으로 초밥이나 붕어빵 등 특정 모양을 만드는 이 간식은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를 갖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소꿉놀이 간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남대문시장의 수입 과자 판매점은 일본에서 수입된 가루쿡을 사기 위한 초등학생과 학부모가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정식 통관을 거치지 않은 제품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경찰은 2015년에 가루쿡을 불법 수입해 유통 판매한 수입 과자 판매업소 7곳을 적발했다.
청소년 정서저해 식품으로 판매금지 품목인 눈알 모양의 젤리 모습. 사진 유튜브 채널 떵개떵 화면 캡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탄 ‘눈알 젤리’는 정서 저해 식품으로 지목돼 단속 대상에 올랐다. 눈알 모양으로 만들어져 씹으면 입 안에서 빨간 시럽이 터져 나오는 이 젤리는 혐오감을 주는 식품으로 논란이 컸지만, 어린이 유튜브 먹방에도 등장할 정도로 아이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논란이 커지자 2020년 6월에 식약처는 “사람의 머리‧눈 등 인체 특정 부위 모양으로 혐오감을 주거나 돈‧화투 등 사행심을 조장하는 도안‧문구가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은 제조와 수입, 판매가 금지돼있다”며 “불법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사례가 있어 단속을 강화하고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건전한 먹거리 문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서 저해 식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