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에 참깨 대신 이것"…같은 듯 다른 북녘 추석
참깨 대신…콩, 팥, 시래기, 감자로 채운다
올해도 연휴 만끽하는 南…당일만 쉬는 北
북한은 추석에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빚는다. 남한에서는 고소한 참깨와 달콤한 설탕으로 속을 채우는 반면, 북한에선 지역에 따라 '특이한' 소를 넣는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북녘의 추석 풍경은 어떤지 알아보자.
북한 당국은 과거 양력설(1월1일·우리의 신정) 하나만 명절로 인정했다. 김일성 주석이 민족 명절을 '낡은' 봉건 자재로 규정하고, 풍습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1967년부터 "사회주의 생활 양식에 어긋난다"며 명절을 전면 금지했다. 당국의 통제가 오래 이어져 온 탓에 북한에서는 여전히 민속 명절보다 김일성의 생일 '태양절' 같은 정치적 명절이 더 큰 행사로 여겨진다.
지금은 북한도 '추석'을 명절로 여긴다. 1972년 추석부터 성묘가 허용됐고, 1988년 들어서는 추석이 명절로 공식 인정됐다. 북한 주민들이 추석을 다시 명절로 지낸 것은 4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추석을 '한가위'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도 불과 20년 전인 2003년이다.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한'은 크다는 뜻이고 '가위'는 좋은 때라는 뜻이라고 한다. 추석 밤 달구경을 하는 데서 추석이라는 명절이 유래됐다는 것이 북한의 해석이다.
만두 같은데…푸짐한 크기, 채소로 속 채운 北 송편
북한도 한가위 송편을 빚는데, 모양도 크기도 '만두'와 닮았다. 북한은 송편을 빚을 때 우리보다 2~3배가량 크게, 성인 남성의 주먹만 한 크기로 빚기 때문이다. 주로 콩과 팥, 시래기로 속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쌀이나 작물이 귀한 북쪽 산간 지방에선 무채와 숙주, 감자 등을 넣기도 한다. 고소한 참깨와 달콤한 설탕, 혹은 밤을 넣는 남한의 송편과 달리 북한의 송편은 푸짐한 크기에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북한 주민들은 추석이 되면 송편 말고도 여러 종류의 떡을 빚는다. 우리와 달리 추운 날씨가 일반적인 한반도 북단은 과거부터 쌀 생산이 어려웠다. 이 때문인지 북한 주민들은 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평소 먹기 어려운 떡을 넉넉하게 만들어 오랜 시간 두고 먹는다고 한다. 10대 때 북한을 떠난 탈북민 신지혜씨(가명)는 "추석이 되면 떡을 빚어서 배불리 먹기도 하고, 평소엔 구경도 하기 어려운 쌀밥이나 돼지고기가 나라에서 배급으로 나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보름달 모양의 '노치(노티)'라는 떡도 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때 다과로 나오기도 했다. 쫀득하면서도 달달 시큰한 맛이 난다고 한다. 먼저 찹쌀과 차조, 찰기장 등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반죽한다. 이후 길금(엿기름)가루에 넣어 삭히면 끝. 기름을 둘러 지지면 완성이다. 발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추석이 끝나도 겨우내 저장해두고 먹을 수 있다.
다만, 이런 이야기는 형편이 넉넉한 집에서나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전통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차례상에 대추와 밤, 배, 감, 사과, 삼색나물, 식혜 등을 올리지만, 북한에서 형편이 마땅치 않은 주민들은 떡과 술, 나물, 고인이 생전에 즐긴 음식 정도만 간소하게 차린다고 한다. 송편을 빚기도 어려운 경우에는 소 없이 하얀 떡을 만들어 먹는다.
명절마다 '연휴' 기다리는 南…당일 하루만 쉬는 北
명절 연휴에 가장 익숙한 풍경은 '꽉 막힌' 도로다. 귀향길에 오르거나 여행을 떠나는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주차장처럼 들어차는 모습이 떠오른다. '민족 대이동'이라는 말 그대로다. 반면, 북한에선 지역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 여행은 상상조차 어렵다. 당국으로부터 '통행증'을 받아야 하는 데다 교통 사정도 상당히 열악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연휴'다. 우리는 추석 당일을 기점으로 앞뒤 하루씩 최소 사흘을 쉰다. 머나먼 고향집을 찾거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올해 추석의 경우 정부가 다음달 2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면서, 28일부터 10월3일(개천절)까지 엿새 간의 연휴가 됐다. 하지만 북한에선 추석 당일 하루만 '휴일'로 인정한다.
이렇다 보니 북한에선 차례를 따로 지내지 않고 성묘를 하러 가서 제를 올리는 일이 흔하다. 남한은 집에서 차례를 지낸 뒤 따로 성묘를 하러 가기도 하지만, 북한은 이동이 어려운 탓에 애초 친인척이 가까운 데 모여 살고 자연스레 산소도 집에서 가까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묘를 하러 가서 만난 이웃들이 각자 가져온 음식을 한데 모아 나눠 먹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좋아해서 욕망 억제 못했다"…10대 성폭행한 교장 발언에 日 공분 - 아시아경제
- "화끈한 2차 계엄 부탁해요" 현수막 내건 교회, 내란죄로 고발당해 - 아시아경제
- "새벽에 전여친 생각나" 이런 사람 많다더니…'카카오톡'이 공개한 검색어 1위 - 아시아경제
- '다이소가 아니다'…급부상한 '화장품 맛집', 3만개 팔린 뷰티템은? - 아시아경제
- "ADHD 약으로 버틴다" 연봉 2.9억 위기의 은행원들…탐욕 판치는 월가 - 아시아경제
- 이젠 어묵 국물도 따로 돈 받네…"1컵 당 100원·포장은 500원" - 아시아경제
- "1인분 손님 1000원 더 내라" 식당 안내문에 갑론을박 - 아시아경제
- 노상원 점집서 "군 배치 계획 메모" 수첩 확보…계엄 당일에도 2차 롯데리아 회동 - 아시아경제
- "배불리 먹고 후식까지 한번에 가능"…다시 전성기 맞은 뷔페·무한리필 - 아시아경제
- "꿈에서 가족들이 한복입고 축하해줘"…2억 당첨자의 사연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