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처럼 살면 보이는 것…유명 철학자의 마음챙김 비결 [더,마음]
‘더, 마음’ 섹션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매주 1권씩 추천합니다. 첫 번째 책은 파리 가톨릭대(ICP) 철학과 교수 로랑스 드빌레르의『모든 삶은 흐른다』입니다. 드빌레르 교수가 한창 우울하고 위로가 필요했던 시기에 쓴 책이라고 하는데요. 저자가 찾은 해답은 바로 ‘바다’ 입니다. 바다를 벗 삼아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는 여정이 펼쳐지는데요. 어떤 책인지 자세하게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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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는 어떤 책?
철학과 삶, 바다를 한데 아우르는 이 책은 프랑스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지난 3월 번역 출간했는데, 벌써 44쇄를 찍었다고 해요. 프랑스의 유명 철학자인 로랑스 드빌레르는 대중적인 철학 도서를 다수 집필한 바 있고 “누구에게나 철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왔어요.
2012년『스무살에 만난 지혜가 평생을 먹여 살린다』(명진출판)에서 플라톤, 세네카, 몽테뉴, 데카르트, 루소 등의 통찰을 정리해 삶의 지혜를 전한 바 있죠. 『모든 삶은 흐른다』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서정적인 에세이입니다. 다만 저자의 경험보다는 사유의 과정을 풀어냈는데요. 삶을 바다에 빗대 설명합니다. 바다가 우리의 삶과 가장 흡사한 자연이기 때문이죠. 해가 뜨는 곳이자 지는 곳이고 생이 시작되는 곳이자 끝나는 곳이며 늘 오르락내리락하는 곳인 바다처럼 살자고 말합니다.
책은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제목이 참 낭만적입니다. 1장은 ‘vague(파도)_곡예와 같은 삶을 지나다’, 2장은 ‘mareebaute(밀물)_저 멀리 삶이 밀려오다’, 3장은 ‘mareebasse(썰물)_삶으로부터 잠시 물러나다’입니다. 바다를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책 전체를 디자인했어요. 각 장을 펼칠 때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듯한 수평선이 펼쳐지고, 그 위에 이런 문장을 발견할 수 있어요.
" 인생은 멀리 떠나는 항해와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
" 파도처럼 인생에도 게으름과 탄생, 상실과 풍요, 회의와 확신이 나름의 속도로 온다. "
독자들은 저자의 사유가 집약된 이런 문장에서 오래 머물 수밖에 없는데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울림이 있는 문장이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천천히 읽고 묵상하는 것이 이 책을 가장 잘 읽어내는 방법입니다. '밀물과 썰물' '무인도' '헤엄' '항해' '닻'처럼 바다와 관련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저자의 생각을 펼쳐냅니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목차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키워드로 향하면 됩니다. 인상적인 대목을 소개해 볼게요.
인생의 파도를 타는 법
우리는 파도를 보며 바다가 살아있다고 느끼죠. 저 멀리 물러나기도 하고, 드세게 밀려오기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데요. 오랫동안 많은 철학자들은 파도를 고난과 역경의 상징으로 생각해왔어요. 이 책의 저자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밀물과 썰물처럼 늘 나름의 속도로 찾아온다고 말하죠.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하는데요. 포기하고 파도에 휩쓸리자는 게 아닙니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있듯 인생에도 올라갈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있다’며 ‘그 움직임을 거스르기보다는 곁에서 함께 움직이는 편이 낫다’고 조언하죠.
결국 삶에서 고난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요? 바로 난파에 대비하는 자세입니다. 1912년 타이태닉호가 빙하를 피하려다 침몰하고 말죠. 책에 따르면, 1824년부터 1962년까지 발생한 난파 사고는 1만3000건에 달합니다. 연간 100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죠. 저자는 이토록 위험성이 도사리는 바다에서 선원의 지혜를 익힐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멀리 항해를 떠나는 선원들은 구조 램프나 밧줄 같은 안전 장비를 철저히 확인하는데요.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살리는 것은 선원의 ‘분별력과 차가운 머리’ ‘신중함의 기술’임을 강조해요.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삶은 무엇일까요? 바로 상어의 삶입니다. ‘상어처럼 살자’고 제안하는데요. 바다 생명체는 대부분 헤엄도 치고 쉬기도 하죠. 그런데 상어는 5~7쌍의 아가미를 가지고 있어서 계속 움직여야 숨을 쉴 수 있어요. 끊임없이 활동합니다. 모든 아가미를 열어놓고 산화를 억제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죠. 게다가 상어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데요. 같은 바다를 두 번 헤엄치지 않아요. 저자는 이런 상어를 보며 배울 점이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 상어처럼 살려면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도덕과 양심에 따라 살며 이익의 법칙만을 따르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수동적으로 살아간다. 다시는 안 하겠다고 하면서 어느 순간 똑같은 일을 또 반복한다. 하지만 새롭게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관성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 수 있다. "
섬처럼 살아가는 법
세상에는 고유한 이름이 있는 섬이 3만 개가 넘습니다. 스카이섬, 프랑슈가렌섬, 코르세르섬, 세르팡섬, 앙티포드섬, 코르푸섬…. 이런 섬은 지각판끼리 부딪쳐서 탄생하기도 하고요. 프랑스 몽생미셸처럼 바다 한가운데에서 나타나기도 하죠. 이런 섬들은 하나같이 자기만의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저자는 인간도 섬과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각자 하나의 섬’으로 태어나고 섬처럼 살 수 있다고요.
한번 시도해 보세요. 나를 바다에 홀로 있는 섬으로 여기면 삶의 태도가 달라질 겁니다. 신성한 나만의 삶을 살면 되고요. 타협하거나 모방하지 않아도 됩니다. 닮고 싶은 사람과 비슷해지려고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아도 되고요. 살다 보면 남과 비교하느라 에너지를 쏟을 때가 많은데요. 나를 섬이라고 여기면 타인과 견줄 일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는 유일한 섬’으로 살아가면 되니까요.
저자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습니다. 어떤 파도에도 굴복하지 않는 ‘마음속의 등대’를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바다에 있는 사람들은 등대의 불빛을 보며 전진하죠. 등대는 그 자체로 희망이 됩니다. 희망을 품으면 나아갈 힘을 얻고, 과거에 일어난 일을 담담하게 맞게 되죠. 여러분의 등대는 무엇인가요?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나 연인일 수도 있죠. 작가는 종이에 나만의 등대를 적어보고, 파도가 사나워질 때마다 이 목록을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고 말해요.
" 희망을 품으며 마음속의 등대를 계속 간직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마음의 등대가 되는 존재들을 진지하게 정리해보자. 무슨 일이 있어도 배신하지 않을 내 사람, 즐거움 그 자체, 추억의 장소 등을 마음속에 세워보자. 그것들이 나의 마음속에서 흔들림 없이 단단한 고정점이 되어줄 것이다. "
바다처럼 살기 위해서는 잘 쉬는 것도 중요합니다. 로마 사람들은 폭염을 피해 떠나곤 했는데요. 캄파니아, 나폴리, 카프리에서 시간을 보내며 영혼과 정신을 보듬었죠. 이렇게 유유자적하며 사는 삶을 오티움(otium)이라고 한다네요. 반대말은 분주함을 뜻하는 네고티움(negotium)이라고 하는데요. 저자는 현대인이 ‘분주하게’ 쉬기 때문에 충전을 제대로 못 한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는 휴가를 가서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치열하게 보내려고 하죠. 맛집을 찾아다니고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느라 분주해요. 저자는 바닷가에서는 오로지 바다만 경험하자고 말해요. 바다를 보고 바다의 향을 맡고 바닷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바닷물을 만지면서 온몸으로 황홀감을 맛보자고요. 휴가도 분주하게 보내는 한국인들이 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슬픔에서 살아남는 법
살아가면서 덫에 빠진 적이 있을 겁니다. 덫은 후회, 자책, 책망, 비난, 원망으로 나타나는데요. 이 덫에 걸리면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세상에는 사르가소(sargasso)라는 특별한 바다가 있는데요. 이곳에는 해안도 바람도 파도도 없습니다. 종종 커다란 해조류로 뒤덮일 뿐이죠. 이곳을 최초로 탐험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해조류로 뒤덮인 사르가소를 3주나 헤맸다고 합니다. 사람들도 사르가소의 바다처럼 에너지와 희망을 잃어버린 채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죠. 후회하면서 말이죠.
저자는 이렇게 덫에서 허우적대는 대신 ‘살아남으라’고 말합니다. 특별한 생존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애써 뒤돌아보지 말고 너무 앞서가지 말고 묵묵히 나아가라는 거죠. 인생이란 바다에서 살아가려면 내 삶을 받아들이고 가야 한다는 겁니다. 항해라는 것이 정답만 찾아가는 과정은 아니니까요. "이 길이 맞나" 싶고 "이 길을 괜히 왔나" 싶어도 바다를 헤쳐나가라는 겁니다.
덫에 빠지지 않고,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가는 ‘마음의 방파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방파제를 떠올려볼까요? 파도가 거세게 쳐도 방파제가 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요. 방파제는 틈이 생기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계속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도 우리 마음의 방파제를 수시로 재정비해야 합니다. 저자는 ‘방파제를 잘 마련해 자신을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네요. 성난 파도가 몰아쳐도 나 자신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이런 방파제를 마련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나의 존재를 긍정하는 일인데요. 벨기에의 탐험가 아드리앙 드 제를라슈는 19세기 말 극지방 탐험에 나섰어요. 배가 빙하에 둘러싸여도 견뎌내야 했는데요. 그때 3000km를 표류했지만 13개월 뒤 다시 바다를 항해할 수 있었다고 해요. 제를라슈는 "실패해도 모험을 시도하는 건 나 자신에 대해 계속 배우는 것"이라고 했더군요. 우리도 탐험가처럼 스스로에게 이렇게 씩씩하게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 어려움이 닥쳐도 그건 그냥 삶의 한순간일 뿐이다. 결국엔 모두 스쳐 지나갈 순간. 어떤 것에 실패해도 그것이 실패한 것이지, 나의 존재가 실패는 아니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다.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말자. 겨울나기는 여전히 거친 항해와 같지만, 실패해도 우리는 나답게 살 수 있다. "
'더, 마음'의 읽기 가이드
이 책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한다면, 누구라도 읽어보면 좋을 듯합니다. 너울거리는 삶을 버티며 인생이 뭔지 삶이 정말 바다 같은 것인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분께 권합니다. 책을 덮고 나면 여러분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혜민 객원기자 lhm5866@hanmail.net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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