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넘은 하얀 짬뽕…'30년'은 명함도 못 내민다, 인천 노포 넷

인천에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점이 많다. 특히 개항장이 있는 중구 곳곳에 빛바랜 간판을 단 노포가 포진하고 있다. 1883년 개항 이후 인천항 주변이 일찌감치 번성했고 1985년까지 인천시청 청사(현 중구청)가 있었던 영향도 컸을 테다. 추석 연휴, 나들이 삼아 인천을 간다면 찾아 가볼 만한 오래된 식당 4곳을 소개한다.
담백한 하얀 짬뽕 - 신성루

신성루의 인기 메뉴는 짬뽕이다. 메뉴판을 보니 짬뽕이 세 종류다. 일반 짬뽕, 삼선고추짬뽕 그리고 삼선하얀짬뽕. 단골은 주로 하얀 짬뽕을 먹는다. 면·밥 말고 요리 메뉴가 무척 많다. 새우난자완스와 멘보샤도 맛있다고 알려졌는데 조금 색다른 메뉴를 선택했다. 짜춘권, 그러니까 중국식 계란말이를 주문했다. 하얀 짬뽕은 국물 맛이 담백하고 시원했고, 짜춘권은 새우와 죽순을 씹는 맛이 좋았다. 2대 사장인 장덕영(64)씨는 “1970년대 이후 고춧가루를 널리 쓰기 전에는 한국에서도 하얀 짬뽕을 많이 먹었다”며 “짜춘권은 조리 과정이 번거로워 인천에서도 만드는 식당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주당들의 아지트 - 신포주점


신포주점 내부는 30~40년 전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벽에는 빼곡하게 낙서가 채워져 있고, 오누이의 ‘님의 기도’ 같은 7080 노래가 흘러나왔다. 손님이 몇 명 없는데도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메뉴는 단출했다. 가오리찜·바지락전·돼지찌개 같은 사계절 메뉴와 민어탕·장어조림 같은 제철 음식이 있었다. 바지락전과 가오리찜을 맥주와 함께 주문했다. 가오리찜은 적당히 삭아서 식감이 좋고 감칠맛이 적당했다. 바지락전은 쫄깃쫄깃하고 고소했다. 해산물은 연안부두 어시장에서 직접 사 온단다. 이 사장은 “요즘 20~30대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옆 테이블의 아버지뻘 손님과 술잔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부둣가 노동자의 음식 - 평양옥

요즘처럼 맵고 자극적인 ‘숙취 해소용’ 해장국이 아니라 새벽 부두로 나가는 인부의 든든한 에너지원이 평양옥 해장국의 정체성이다. 3대 사장인 김명천(58)씨는 할머니의 레시피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추를 얼갈이로 바꾼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맑은 국물이 간간하면서도 감칠맛이 깊다. 고기는 부들부들하고 우거지는 입에서 녹을 정도로 푹 삶았다. 김 사장은 “지금도 이른 아침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 새벽 5시에 문을 연다”고 말했다.
월미도 일몰 보며 먹는 돈가스 - 예전


피자·파스타도 팔지만, 예전의 대표 메뉴는 돈가스다. 돈가스·생선까스·부챗살 스테이크 등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예전 정식’을 주문해봤다. 바삭바삭한 돈가스는 추억의 맛 그대로였다. 직접 만든다는 데미 글라스 소스 맛이 돈가스 맛을 훌륭하게 보조해줬다. 적당히 구운 스테이크는 부드럽게 씹혔다. 노포 경양식집의 오랜 노하우가 느껴졌다.
인천=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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