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엔 '금기'였는데…소년소녀 연애 예능에 학부모 '발칵'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이 함께 바닷가를 걸으며 물장난을 친다. 친구처럼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도 “너무 예쁘다”며 칭찬을 주고받는다.
지난 21일 티빙이 공개한 새 연애 리얼리티 ‘소년 소녀 연애하다’의 티저 영상 내용이다. ‘첫사랑을 만나러 온 소년 소녀’라는 카피가 보여주듯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들이 출연해 연애 상대를 찾는다. 티빙은 “다양한 재능을 지닌 전국의 예고생들이 만나, 예술의 원천인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성장하면서 각자의 뮤즈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하이틴 성장 리얼리티”라고 설명했다.
10대 연애 예능에 “청소년 공감대” vs “자극적 소재”
지난 7월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열아홉 스물’은 19세의 마지막 일주일부터 20세 성인이 된 후 일주일까지를 촬영했다. 출연진들은 성인이 되기 전엔 ‘열아홉학교’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이때는 ‘연애 금지’ 규칙이 있지만, 새해가 되자 ‘스물하우스’로 장소가 바뀌고, 연애가 허락된다. 열아홉 스물 제작진은 “10대만의 서툴고 풋풋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출연자들이) 미성년자다 보니 부모님과 면담을 거쳐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0대 연애 예능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상반된다.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성인이 나오는 프로그램보다 더 공감될 것 같다”, “순수하고 솔직해 보여 좋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고등학생 김모(18)양은 “다른 연애 프로그램들도 즐겨 봤는데 또래가 나오니 더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학부모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고등학생 학부모는 “방송에서 나오면 연애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여겨질 것 같다”며 “소재를 점점 자극적으로 만드는 것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 이후…10대 연애, 처벌대상에서 권리로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학교에서의 연애는 처벌 대상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에도 전국 고등학교 중 절반 이상인 1190곳(51.2%)에 이성 교제 관련 교칙이 있었고, 이성 교제를 이유로 교내봉사 이상의 징계를 받은 학생이 431명이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조항에서 ‘학생은 자기가 원하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를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했다. 학생인권조례가 도입된 시·도를 시작으로 각 학교에선 이성 교제를 이유로 학생을 처벌하지 못하도록 학칙이 제·개정됐다.
시대에 변화에 따라 미디어에서 청소년의 이성 교제를 다루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리얼리티 쇼가 대세인 만큼 연애를 매개로 한 청소년들의 관찰물이 등장한 것”이라며 “다만 미성년자인 출연진에 대해 자극적으로 소비하거나 대상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기시 말고 건강한 교제 도와야”
전문가들은 부모 자녀 간의 이성 교제에 대한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칼 피카드트는 자녀의 건강한 이성 교제를 위해 네 가지 질문들을 제시하고 있다. ① 이 관계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잘 대하고 있는가? ② 이 관계에서 나는 상대방에게 잘 대하고 있는가? ③ 이 관계에서 상대방이 나에게 잘 대하고 있는가? ④이 관계에서 상대방은 스스로에게 잘 대하고 있는가? 등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이성 교제를 발달과업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자녀가 보다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며 “부모뿐만 아니라 교사나 상담사 등도 청소년이 성적인 문제에 대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지지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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