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계좌 XX" 400만원 받은 학부모, 순직교사에 돈 더 받았다
경기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근무했던 고(故) 이영승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하고 치료비 명목으로 400만 원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가 실제 해당 액수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학부모는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지난 28일 경찰과 MBC 등에 따르면 이 교사가 2016년 1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3년 넘게 계속된 학부모 A씨의 연락으로 매달 50만 원씩 총 400만원을 송금하기 전에 앞서 같은 해 3월 1차 성형수술비 100만원을 더 지급했다.
이 교사가 부임한 첫해인 2016년 이 교사의 수업 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쳤고, 학교안전공제회는 2017년과 2019년 총 2회에 걸쳐 학생 측에 치료비를 보상했다. 그러나 A씨는 이 교사가 휴직 후 군입대를 한 후에도 더 많은 보상을 요구했고, 이 교사는 2018년 2월에 한 번, 3월 휴가 때 세 번, 6월에도 휴가를 내고 A씨를 만났다고 한다. 결국 이 교사는 사망 직전까지 사비를 들여 월 50만원씩 8차례, 총 400만원 치료비를 추가 보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400만원 외에도 이 교사는 1차 치료비 100만원을 먼저 보냈던 사실이 파악됐다. A씨는 자녀의 1차 수술이 끝난 후 이 교사에게 사진 두 장을 보내면서 "오늘 1차 수술받았다. 내일 또 병원에 방문한다. 참 힘들다"라며 "문자 보면 연락 달라"고 재촉했다. 이 교사는 죄송하다는 말을 네 번이나 반복하며 "혹시 계좌번호 하나만 받을 수 있겠느냐.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데 정신적, 심적 의지가 못 되어 드리니 50만원씩 열달 동안 도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수술 열흘 뒤인 2019년 2월 28일 이 교사는 A씨에게 "계좌번호 보내달라"며 "주말 동안에 보내겠다”고 문자를 보냈고, 이에 A씨는 감사하다며 "농협 XXX-XXX(계좌번호), OOO(이름)이다. 즐거운 휴일 되세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런 정황에 따라 이 교사는 1차 성형수술비 100만원을 주말인 3월 2일과 3일 사이에 먼저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 교사는 2019년 4월부터 11월까지 매달 50만원씩 400만원을 더 송금해 약속했던 500만원을 모두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백만 원을 받은 A씨는 그해 12월 31일 "2차 수술이 예정돼 있으니 연락 달라"며 이 교사에게 재차 연락을 취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치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일며 A씨가 근무하는 금융기관에 항의가 쏟아지자 A씨 측은 "고인에게 치료비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내놓겠다"고 한 매체를 통해 밝혔다. 서울의 한 농협에서 예금과 보험 업무를 맡은 부지점장으로 알려진 A씨는 현재 대기발령을 받고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 교사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이정민 변호사는 "'돈을 달라'라고 하는 직접적인 표현이 없더라도, 그 당사자가 공포심을 느껴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 정도로 구성이 됐다면 그건 협박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이 교사의 휴대전화 2대를 확보해 추석 연휴 이후 해당 학부모 등 3명을 소환할 계획이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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