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AG, 첫 경기에 다 걸렸다.. 베트남과 4강 결판
[박진철 기자]
▲ 한국 대표팀 강소휘(왼쪽)-베트남 대표팀 쩐티타인 투이 |
ⓒ 아시아배구연맹 |
한국 여자배구가 '결코 져서는 안되는' 경기를 코앞에 두고 있다.
10월 1일 오전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베트남과 경기다. 승리하면 4강 진출 유력, 패하면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여자배구에게 아시안게임 4강 진출, 더 나아가 메달 획득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올해 열리는 마지막 국제대회인 데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극심한 부진을 거듭해 온 수모를 끊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아시안게임 종료 후 일주일 뒤에 개막하는 2023-2024시즌 V리그 흥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더군다나 남자배구가 지난 26일 종료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아시안게임 출전 역사상 최악의 성적인 7위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팬과 언론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남자배구는 내용 면에서도 최악이었다. 여전히 세계 배구 추세와 정반대로 구태의연한 대표팀 선수 구성과 플레이 패턴을 고수했다. 그러다 이번 대회에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 선진 배구 스타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아시아 중하위권 팀들에게도 크게 밀려났다. 결국 세계랭킹 51위~73위 팀들에게 연거푸 패하거나, 풀세트 접전 끝에 겨우 이기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문제는 남자배구 참사가 여자배구에도 '남의 일'이 아니란 점이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모습대로 경기를 한다면, 또다시 베트남에게 패하고 조기에 4강 진출 실패가 확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자배구는 이미 지난 8월 30일 태국에서 열린 2023 아시아선수권 대회 조별 예선 리그에서 베트남에게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한 바 있다. 1~2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3~5세트를 모두 내주고 리버스 스윕 패를 당했다. 대표팀 선수 전원이 강렬한 투지로 똘똘 뭉쳐 베트남전에 임하지 않는다면, 지난 번보다 더 허무하게 완패할 가능성도 있다.
핵심 문제 개선 안 하면... 여자배구도 '참사' 우려
아시안게임 4강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자주 노출된 '무기력한 수비 조직력', 'V리그에서 하던 대로 공격', '감독의 경기 운영 패착' 등 핵심 문제들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상대 팀의 공격이 우리 팀 전위 선수들에게 유효 블로킹이 됐을 때, 또한 상대 팀의 페인트 공격이 들어올 때는 끈질긴 수비와 정교한 연결 동작을 통해 반드시 반격 득점에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서로 쳐다만 보다 수비에 실패하거나 연결 동작마저 불안해서 득점 찬스 상황에서 상대 팀에게 공을 넘겨주기 급급한 모습이 너무 많다. 전형적인 약팀들에게서 나타나는 수비 조직력이다. 수비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 내가 먼저 받겠다는 투지 없이는 결코 개선되지 않는다.
또한 공격수들도 반격 상황에서 모든 공이 자기한테 온다고 생각하고 몸놀림부터 빠르게 움직여서 공격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 블로킹을 보면서 빠르고 강한 파워로 공을 때려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V리그에서 공격하던 습성대로 때리거나, 페인트만 해대서는 상대 팀의 블로킹에 막히거나 수비와 반격으로 역 실점을 당할 가능성이 거의 100%다.
세자르(46) 감독의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도 패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일부 선수가 안 풀리거나 부진할 경우 빠른 교체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함에도 팀이 연속 실점으로 회생 불능 상태가 될 때까지 부진한 선수를 코트에 그대로 두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한 한국이 많이 앞서가는 상황에서 상대 팀이 점수를 따라올 경우, 역전이 되기 전에 작전 타임을 불러서 적절한 대응 방안과 사기 재충전을 시켜야 하는 데도, 역전을 당하고 나서야 작전 타임을 부르는 장면도 종종 있었다. 그런 작전 타임은 분위기만 더 다운시킬 공산이 크다.
첫 경기에 다 걸렸다.. 베트남 이겨야 '4강 유력'
한편,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 대회와 경기 방식이 똑같다. 아시아배구연맹(AVC)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주로 적용되는 독특한 방식 그대로다.
이번 아시안게임 여자배구는 총 13개 참가국이 4개 조로 나뉘어 조별 예선 리그를 치른다. 그리고 각 조의 1~2위가 8강 리그에 진출한다.
한국은 C조에 속했다. C조에서는 한국(세계랭킹 40위), 베트남(39위), 네팔(84위 이하) 3팀이 풀 리그를 펼친다. 그리고 A조는 중국(6위), 인도(65위), 북한(84위 이하)이 풀 리그를 펼친다.
8강 리그는 A조와 C조의 1~2위 4팀이 다시 한 조(E조)가 돼서 서로 다른 조의 두 팀과 한 번씩 대결한다. 또한 8강 리그 최종 순위 계산 때는 이미 조별 예선 리그에서 대결했던 팀끼리의 승패와 승점 등은 그대로 합산한다. 그렇게 해서 최종 순위 1~2위가 4강(준결승)에 진출한다. B조(태국 포함)와 D조(일본 포함)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조별 예선 리그 같은 조에서 함께 8강 리그에 진출한 팀에게는 반드시 승리를 해놓아야 4강 진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C조에선 한국과 베트남이 8강 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네팔은 전력이 크게 떨어진다.
때문에 한국이 베트남에 승리하면, 8강 리그에서 중국에 패해도 북한 또는 인도에게만 승리하면 4강 진출이 가능하다. 반대로 베트남에게 패하면, 8강 리그에서 중국과 북한 또는 인도에게 모두 승리해야 4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한국과 베트남이 막강한 중국 1군을 이기는 건 결코 쉽지 않고, 베트남이 북한 또는 인도에게는 승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이 베트남에게 패한다면, 아시아선수권 대회와 똑같이 4강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베트남 대표팀 선수들.. 2023 아시아선수권 대회 |
ⓒ 아시아배구연맹 |
여자배구 베트남은 최근 상승세가 뚜렷하다. 중국, 일본, 태국에 이어 '아시아 4강' 자리를 차지할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도 한국을 밀어내고, 4강에 진출해 4위를 차지했다. 그런 점에서도 한국이 이번에 반드시 설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단연 주 공격수인 쩐티타인 투이(26세)다. '베트남판 김연경'이라고 할 수 있을을 정도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신장도 193cm로 장신 공격수다.
또한 베트남 대표팀에서 유일한 해외파다. 2019-2020시즌에는 일본 리그 덴소 팀에서, 2021-2022시즌부터 현재까지 일본 리그 PFU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 일본 리그에서는 미들블로커로 뛰고, 베트남 대표팀에서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고 있다.
베트남은 강팀을 만났을 때 '투이 몰빵'으로 흘러가는 경향을 종종 보인다. 지난 아시아선수권 대회 한국-베트남 경기에서도 투이는 25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폭발하며 역전승을 주도했다. 때문에 베트남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투이 공격에 대한 방어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베트남 대표팀의 주전 멤버를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아웃사이드 히터는 쩐티타인 투이(3번·193cm)가 고정 멤버다. 또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는 쩐뚜 린(20번·178cm), 비티니으 꾸인(16번·175cm), 팜티응우옛 아인(8번·174cm)이 그 날 컨디션과 상대 팀에 따라 주전으로 투입되고, 경기 도중에 자주 교체되기도 한다.
아포짓은 호앙티끼에우 찐(11번·177cm)이 붙박이다. 투이 다음으로 득점력이 높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선수다. 백업 아포짓은 도안티 쑤언(17번·183cm)이다.
미들블로커는 응우옌티 찐(15번·180cm), 쩐티빅 투이(9번·183cm)가 주전이나, 리티 루옌(22번·195cm)도 주전 또는 교체로 자주 투입된다. 세터는 오아인(19번·177cm)이 주전, 토아(14번·173cm)가 백업 멤버다. 리베로는 응우옌카인 당(12번·160cm)이 맡는다.
김연경 첫 해설위원, 이목 쏠릴 듯
한편, 한국-베트남 맞대결은 10월 1일 오전 11시 30분(한국시간)에 열린다. 이 경기는 지상파 3사가 동시 생중계할 예정이다.
특히 KBS 2TV는 경기 시작 30분 전인 11시부터 생중계한다. '배구 황제' 김연경(35)이 처음으로 해설위원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현역 선수인 김연경은 이번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에만 여자배구 해설을 할 예정이다.
배구팬과 일반 대중들은 김연경 은퇴 이후 한국 여자배구가 국제대회에서 극심한 부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이날 김연경이 어떤 멘트를 할지, 특유의 입담 등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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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레이크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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