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를 의심케 한 "어흥"…둘레길 걸으며 호랑이 만나는 곳
추석에서 한글날까지 이어지는 연휴 동안 백두대간 자락에서 호랑이가 뛰노는 모습을 보면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축구장 4배 넓이의 호랑이숲이 있는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다.
26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하 수목원)에서 ‘2023 백두대간 가을 봉자 페스티벌’을 연다. 봉자 페스티벌은 ‘봉화’와 ‘자생식물’ 줄임말로, 지역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우리 꽃으로 연출하는 지역 상생 축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다음 달 6일에는 야간 조명으로 꾸며진 숲속에서 문화공연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야간행사 ‘봉자야(夜)놀자’가, 7일에는 금강소나무가 울창한 숲길과 꽃길을 걷고 즐기는 ‘제1회 백두대간 가든하이킹’이 개최된다.
특히 백두대간 가든하이킹은 외씨버선길 5㎞를 걸으며 호랑이숲을 지난다. 호랑이숲에서는 동물원의 좁은 우리를 떠나 백두대간 자락으로 이사 온 호랑이 6마리를 만날 수 있다.
드넓은 초원에서 뛰노는 호랑이들
축구장 4배를 합친 크기인 3만8000㎡의 초원에서 호랑이가 나무를 뛰어오르며 놀 수 있도록 목재 시설물이 조성돼 있다. 또 호랑이들이 들어가서 쉴 수 있는 인공동굴도 만들었다. 수목원 측은 달라진 환경에 호랑이들이 잘 적응하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호랑이 6마리 이름은 한청·우리·한·도·태범·무궁이다. 서울대공원에서 이사 온 한청(18)은 호랑이숲의 안방마님이다. 같은 곳에서 온 우리(12)는 투쟁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라고 한다. 동갑내기 10살인 한과 도, 3살인 태범과 무궁은 남매다.
백두산호랑이보전센터에서 호랑이를 돌보는 민경록 주임은 “호랑이가 잘 지내고 있고,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고 말했다.
각지에서 온 호랑이는 처음 이곳에 와서 동물관리동에서 30여㎡(10여 평) 방에서 쇠고기와 닭고기 4~6㎏으로 이뤄진 특별 식단을 먹으며 1년여간 숲에 적응했다. 지금은 자연 상태로 조성된 드넓은 방사장에서 백두대간을 만끽하면서 뛰어논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호랑이 숲 외에도 고산습원·야생화언덕·거울연못·어린이 정원 등 전시원만 26개를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다. 전 세계에서도 남아공 국립한탐식물원(6229ha) 다음으로 큰 규모로, 5179만㎡ 일대에 희귀식물 1982종이 전시·보존돼 있다.
수목원에는 세계에서 단 2개뿐인 종자영구저장시설 ‘시드볼트’도 있다. 국내 종자뿐만 아니라 세계 야생식물 종자를 기탁받아 저장해 기후변화 및 자연재해로부터 미래를 지키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추석 맞아 무료 개방, 놀러 오세요”
류광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장은 “일상에 지친 많은 관람객이 이번 가을 축제를 통해 백두대간 대자연에서 힐링과 재충전 기회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봉화=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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