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강원도서만 자란다고? 사과의 운명 가른 숫자 하나
기후변화, 한반도 온난화로 사과의 재배지가 북상한다는 얘기는 이미 오래됐다.
지금 추세대로 기온이 상승한다면 오는 2100년 무렵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가 생산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나오는 얘기다.
사과 재배지가 점차 북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전체 사과재배 면적은 1679㏊이고, 대구·경북지역은 강원도의 12배인 2만151㏊나 된다.
아직은 사과 주산지가 대구·경북이지만, 대구·경북은 지난 30년 동안 44% 줄었고, 강원도는 반대로 3.8배로 늘어났다.
양구 재배 면적 20년 새 4.4배로
영천시 통계자료를 보면 20년 전인 2002년 영천 지역의 사과 재배 면적이 972㏊였는데, 2020년에는 662㏊로 32%나 줄었다.
생산량은 2만1781톤에서 1만2576톤으로 42%나 줄었다.
반면 양구군 통계를 보면 2002년 44.3㏊에 불과하던 사과 재배 면적이 2020년에는 4.4배인 196.3㏊로 늘었다.
생산량도 422.1톤에서 7.5배인 3165톤으로 크게 늘었다.
영천 기온 최적 재배 범위 벗어나
영천시의 경우 과거(1961~1990년 평년) 연평균 기온이 12.2도였는데, 현재(1991~2020년 평년값)는 연평균 기온이 12.8도로 상승했다.
양구군의 경우 현재(1991~2020년) 연평균 기온은 10도다.
과거(1961~1990년) 자료는 인근 춘천시 자료를 봐야 하는데, 춘천시는 과거 10.6도에서 현재 11.4도로 상승했다.
사과 재배에서 가장 적당한 연평균 기온은 8~11도인 것으로 알려졌다(신인식 등 한국협동조합연구 제36집 제3호, 2018년 12월).
영천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최적 범위를 훌쩍 벗어났고, 양구는 최적 범위에 든다.
연평균 기온이라는 숫자 하나가 두 지역 사과의 운명을 가른 셈이다.
더욱이 사과 생육기의 평균기온은 15~18도가 적당하다.
영천은 평년값(1991~2020년 평균)으로 볼 때 4~10월 7개월 평균 기온이 19.6도이지만, 양구는 17.8도다.
이 역시도 영천은 재배 적합지 범위에서 벗어났지만, 양구는 범위 안에 든다.
기후 요소 중에서도 강수량이나 일조량은 두 지역 모두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영천시의 경우 행정구역 면적이 920㎢ 안팎으로 거의 변함이 없고, 인구는 11만6523명에서 10만4499명으로 약 10% 줄었다.
양구군의 경우도 면적은 700㎢에서 705㎢로 늘었지만, 인구는 2만2621명에서 2만2526명으로 별 차이가 없다.
사과재배 면적 변화는 인구나 행정구역 면적 등 다른 요인보다는 기후변화 탓이 크다는 얘기다.
지역 맞춤형 품종 보급
대표적으로 강원도 홍천군에는 '컬러플' 생산 단지를, 대구광역시 군위군에는 '골든볼' 생산 전문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홍천에 보급하는 우리 사과 ‘컬러플’(2019년 품종등록)은 수확기가 10월 상·중순(중만생종)이다.
홍천군은 일교차가 커 수확기가 늦은 ‘컬러플’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노란 사과인 '골든볼'은 껍질을 빨갛게 물들이는 색들임(착색)이 필요 없고 여름 수확이 가능하다.
열매를 이리저리 돌려주거나, 잎을 따주고 나무 밑에 반사판을 까는 등 사과를 붉게 물들이는 데 드는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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