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섬 내려 되레 북한군 허 찔렀다…하늘도 도운 인천상륙 [Focus 인사이드]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당시에 유엔군의 선두부대였던 미 해병 제1사단이 세 곳으로 나누어 상륙했던 사실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당시 오전 6시 33분에 녹색해안으로 명명한 해수욕장으로 제5연대 3대대가 상륙에 성공해 월미도를 순식간 장악한 것을 시작으로 원대한 작전이 시작됐고, 그날 오후 제5연대 본대가 적색해안, 제1연대가 청색해안에 각각 상륙해 대미를 장식했다.
이렇게 상륙지점을 분산했던 이유는 최대한 빨리 인천(이하 현재의 중구ㆍ동구 일대)을 점령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일대가 매립되어 해안이 일직선처럼 보이지만, 원래 인천은 바다 쪽으로 돌출한 반도여서 동시에 정면과 배후로 상륙해 포위망을 형성한다면 손쉽게 장악할 수 있는 지형이었다. 따라서 오후에 동시에 이뤄진 적색해안과 청색해안으로의 상륙은 작전의 하이라이트였다.
예정대로 아군은 신속히 도심과 인천항을 확보하고 목표로 했던 진격선까지 전진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첫날 작전을 마무리 지었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모두의 반대를 물리치고 작전을 밀어붙였을 때 예측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처럼 자신이 있어서였는지는 모르나, 6ㆍ25 전쟁의 기록물 중에서 인천상륙작전은 영상 자료가 많은 편이다. 특히 해병대의 상륙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극적인 사진은 당시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전해지는 사진 대부분은 적색해안과 관련이 많다. 물론 사진이 적게 찍히거나 남아있지 않는다고 녹색해안이나 청색해안으로의 상륙이 쉬웠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세 곳의 상륙지점 중에서 유독 적색해안의 사진이 많은 이유는 아마도 종군기자나 사진병이 이곳으로 투입됐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어쨌든 생생한 사진들이 남아있을 만큼 인천상륙작전은 의도대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작전이 되었다.
하지만 결국 전쟁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거대한 승리 이면에 소소한 잘못도 많이 벌어졌다. 사실 그 정도 거대한 작전을 수행하는 데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척척 맞아서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불가능하다. 다만 그렇더라도 의도대로 진행된 것이 더 많거나 아니면 실수가 적어야 승리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다음에 소개할 내용은 상륙 당일 청색해안에서 벌어진 실수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되었던 경우였다.
청색해안에서 제5연대는 제2대대가 좌측 1호 해변으로, 제3대대가 우측 2호 해변으로 각각 상륙하고 45분 후 예비대인 제1대대가 후속 투입될 예정이었다. 작전이 개시되자 제2대대는 별다른 저항 없이 상륙했다. 반면 제3대대는 적의 맹렬한 대응을 받으며 해안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예비대인 제1대대가 분투 중인 제3대대를 도우려 예정보다 빨리 출동을 감행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통제함이 진로를 잘못 잡아 LVT들이 예정지인 원도(猿島ㆍ낙섬)의 왼쪽에 있는 독각리 염전 일대(현재의 낙섬 사거리)로 돌입한 것이었다. 당시 해안가에는 고만고만한 섬들이 많았는데, 땅거미가 지면서 다른 섬을 애초 이정표로 삼았던 원도로 오인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제1대대 1, 2진을 이끌고 작전에 나선 호킨스 중령은 LVT들이 해변에 도착한 뒤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한마디로 지휘관들이 부하로부터 가장 욕을 먹는 경우인 “앗! 여기가 아닌가 보다”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상륙정들을 돌릴 수도 없었다. 호킨스는 후속 상륙할 3, 4진에게 방향을 바로 잡도록 조치한 뒤 1, 2진을 이끌고 집결지인 용현역(현재의 인하대역)으로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직선거리로 1.5㎞ 정도에 불과하지만, 당시에는 매립이 되지 않아 해안과 섬을 연결한 방파제를 3㎞ 정도 돌아서 가야만 했다.
그런데 이러한 우회 진격은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해안가에 방어선을 구축한 적의 배후를 본의 아니게 차단하면서 약 1개 중대 규모의 북한군을 생포하는 전과를 올린 것이었다. 만일 오판하지 않았다면 적의 방어선 정면으로 상륙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틀림없이 상당히 애를 먹었을 것이다. 이처럼 청색해안에서 벌어진 제1대대의 상륙 오판은 전화위복으로 끝났다.
사실 전쟁은 NG가 있어도 다시 촬영할 수 없는 생방송과 같다. 그래서 지휘관은 신중에 신중히 처리할 수밖에 없고, 잘못되거나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대안도 미리 마련해 둬야 한다. 그런데도 실수나 오판은 벌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대개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청색해안에서 있었던 사례처럼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어쩌면 이런 운도 따라주어야 할 것 같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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