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프라니요 고향에 자리 잡은 ‘와인의 사원’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해당 와인을 만든 와이너리 이름은 ‘보데가스 도메코 데 자라우타’다. 스페인 전통의 와인 산지인 ‘리오하(Rioja)’에 위치해 있다. 리오하는 바스크 지역과 맞닿아 있는 스페인 북부 지방으로 프랑스 보르도와도 그리 멀지 않다. 지금의 와이너리가 생긴 건 2005년 무렵이지만, 창업주 조상과 그 가족은 지난 수백 년 동안 대대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를 업으로 하며 살아왔다. 와이너리는 가문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 걸맞게, 리오하 지역에서도 가장 오래된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요세 비센테 도메코 데 자라우타(Jose Vicente Domeco de Jarauta)가 아들이 양조학을 공부하고 고향에 돌아온 것을 계기로 아들을 위해 현대식 와이너리를 지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자라우타 가문 와인 양조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1898년 요세의 할아버지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박람회에서 출품한 와인이 금상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그들의 와인이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도 이쯤부터다.
현대식 와이너리 건물은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인 ‘샤토’ 형태로 건축됐다.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은 독특한 건축물의 스타일에 놀라고는 한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둘러싸인, 크루즈 모양의 와이너리다. 평온과 휴식을 추구하는, 일종의 ‘사원’과 같은 느낌을 풍기는 와이너리는 방문자에게도 평안한 느낌을 선사한다. 중앙 통로에서 바로 보이는 정문을 덮고 있는 거대한 장미창이 시선을 사로잡으며, 와이너리 중앙 본당을 비춰주는 부드러운 자연광이 매우 매력적이다. 옥상에는 모든 포도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또, 가업을 잇는 아들에게 자신의 양조 철학을 전수하며 단일 가족 와이너리의 가풍을 이어가는 그들만의 ‘스토리텔링’이 와이너리 곳곳에 소개돼 있어 눈길을 끈다.
보데가스 도메코 데 자라우타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은 가족 소유 리오하 포도밭에서 나온다. 대부분 수령 60년 이상 된 포도나무로, 매우 적은 양을 손수확한다. 토양은 뿌리 침투력이 좋고, 배수가 잘되는 돌과 바위로 구성된 석회질 점토다. 이 지역은 극단적인 기후 조건인 습하고 추운 겨울, 그리고 건조한 여름으로 인해 전형적인 고품질 리오하 토착 포도 품종 재배에 최적화돼 있다. 템프라니요(Tempranillo), 가르나차(Garnacha), 마주엘로(Mazuelo) 그리고 그라시아노(Graciano) 포도로 와인을 양조한다. 수확한 포도는 프랑스·미국·루마니아산 225ℓ 오크통에서 24~36개월간 숙성한 후 최소 병입 숙성을 9개월 이상 거친다.
필자는 와이너리에서 만든 ‘셀레도니오 그랜드 리저브 2012(Zeledonio Grand Reserva 2012)’ 와인을 우연히 테이스팅할 기회를 가졌다. 템프라니요 85%, 마주엘로 10%, 가르나차 5%를 블렌딩했으며, 40개월 숙성한 와인이다. 우아한 체리 색에 아로마는 스파이스, 훈제, 후추, 블랙커런트 등 복합적인 향이 났다. 마셔보니 우아하고 매끄럽고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여운이 매우 길고 개성이 빛났다.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양갈비구이, 숯불 양념갈비, 파스타 등과 함께 마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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