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뛰어든 50대 아재들, 이렇게 유쾌할 수 있다고?
많이 간소화됐다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입니다. 귀성길 정체와 가사 노동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긴 연휴, 지친 당신에게 달콤한 휴식을 안겨 줄 유튜브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양형석 기자]
1980~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설날이나 추석 같은 큰 명절엔 당연하다는 듯 전국적으로 '귀성전쟁'이 벌어지곤 했다. 지금은 클릭 몇 번에 인터넷으로 열차표나 버스표를 예매할 수 있지만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엔 명절 기차표와 버스표를 구하기 위해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밤샘도 마다하지 않았다. 명절을 앞두고 주요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것도 매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명절 풍경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명절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다. 복잡한 명절에 무리해서 온 가족이 모이기 보다는 집이 가까운 친척끼리 모이거나 상대적으로 덜 혼잡한 명절 전후에 차례를 지내는 집도 있다. 아예 명절 문화를 없애는 집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나 올해처럼 임시공휴일이 더해져 연휴가 길어질 때는 따로 여행계획을 세우는 사람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향방문 여부와는 별개로 긴 연휴를 보내다 보면 무료함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 적지 않다. 물론 TV에서는 각종 추석 특집프로그램을 편성해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모이게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기존의 TV 매체보다는 휴대폰을 통해 편하게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지천명의 영화감독과 뮤지션이 이끄는 두 유튜브 채널이 독특한 매력으로 빠르게 구독자수를 늘려가고 있다.
▲ 장항준 감독과 예능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던 이선균은 지난 4개월 동안 <넌 감독이었어>에 두 번이나 출연했다. |
ⓒ <넌 감독이었어> 유튜브 화면 캡처 |
평소 방송출연을 꺼리는 배우나 감독들도 자신이 출연하거나 연출한 영화의 개봉이나 신작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는 홍보를 위해 일시적으로 방송에 적극 출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KBS의 <연예가 중계>와 SBS의 <한밤의 TV연예>, MBC의 <섹션TV연예통신> 등 지상파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이 폐지되면서 배우나 감독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많은 영화인들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신작 홍보를 하는 경향이 짙다. 유튜버이자 방송인 재재가 진행하는 <문명특급>에는 임수정과 전여빈, 한지민, 이병헌, 김태희 등 국내 배우들뿐 아니라 드라마 <무빙>의 작가 강풀, 마고 로비, 크리스 프랫 등 할리우드 배우들도 출연했다. 이 밖에 유재석의 <핑계고>와 송은이, 김숙의 <비보TV>, 박명수의 <할명수>, 장도연의 <살롱드립> 같은 유튜브 채널에도 영화인들이 많이 출연하고 있다.
이렇게 영화인들의 유튜브 출연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작년 11월 CJ ENM에서는 유튜브 채널 '이응디귿디귿'을 개설하고 장항준 감독을 앞세운 콘텐츠를 시작했다. 성시경의 히트곡 <넌 감동이었어>를 패러디한 <넌 감독이었어>다. 5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했음에도 예능인의 색깔이 강한 장항준 감독의 유쾌한 이미지를 한껏 살린 콘텐츠다.
영화 <리바운드>를 통해 이탈리아의 우디네 극동영화제에 참가한 것을 첫 번째 콘텐츠로 삼은 <넌 감독이었어>는 2회부터 게스트를 초대하는 토크쇼 형식의 방송을 시작했다. 첫 번째 게스트는 개그우먼 장도연과 <메기>를 연출한 이옥섭 감독이었고 두번째 게스트는 <범죄도시>,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과 권일용 프로파일러였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게스트를 불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넌 감독이었어>에서는 신작 홍보를 위한 영화인들의 출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 17일과 24일 방송에서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과 < 69세 >의 임선애 감독,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 등 독립영화를 만든 여성감독 3명을 초대해 즐거운 수다와 함께 영화에 대한 그들의 철학을 듣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선균과 장도연 정도를 제외하면 인기스타가 출연한 적 없는 <넌 감독이었어>는 아직 구독자가 8만이 채 되지 않는 신생채널이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의 유쾌한 진행 속에 영화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에 영화팬이라면 충분히 관심가질 만한 콘텐츠다.
이번 추석 연휴에 <넌 감독이었어>의 매력에 빠지는 구독자라면 매주 일요일 오후 콘텐츠 업데이트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 정재형은 <요정재형> 채널의 <요정식탁> 콘텐츠에서 정형돈과 12년 만에 <순정마초>를 열창했다. |
ⓒ <요정재형> 유튜브 화면 캡처 |
유튜브에서 요리 관련 채널은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백종원의 <요리비책>과 이연복의 <복주머니> 등은 모두 요리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과 콘텐츠들이다. 지난해 11월 또 하나의 요리관련 채널이 유튜브에 등장했으니, 바로 베이시스 출신의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이 운영하는 <요정재형>이다.
<요정재형> 채널은 초기 정재형의 일상과 취미활동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보여주면서 시작됐다. 방송 초반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요정재형> 채널은 정재형과 그의 절친 엄정화가 발리로 여행을 다녀온 브이로그가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엄정화는 본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23분에 걸친 발리여행 영상에서 얼굴 한 번 나오지 않아 시청자들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천천히 성장해 온 <요정재형> 채널은 지난 봄 영화 <킬링 로맨스>의 이원석 감독과 이선균을 초대해 요리를 대접하는 <요정식탁> 콘텐츠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그 후 <요정식탁>에 배두나와 공효진, 장기하, 정우성, 장윤주, 김태호 PD 등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초대손님들이 출연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8월에는 발리편에서 얼굴이 나오지 못했던 엄정화가 출연해 한(?)을 풀기도 했다.
<요정재형> 채널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콘텐츠는 바로 오늘날 정재형의 유쾌한 이미지를 만들어준 일등공신 정형돈과의 재회였다. 정형돈은 <요정재형>에 출연해 정재형과 함께 12년 전 <무한도전>의 황금기를 연상케 하는 환상의 케미를 선보였고 정재형과 '2023년 버전' <순정마초>를 열창하기도 했다. 정형돈이 출연한 영상은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112만의 조회수와 함께 2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사실 정재형은 백종원이나 이연복 같은 요리전문가가 아니다. 정재형의 입담과 예능감이 채널의 인기에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재형은 <요정식탁>에 초대손님을 부르기 전, 손님에게 대접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요정 레시피' 영상을 빠짐 없이 올리고 있다. 물론 토크 콘텐츠에 비하면 조회수가 많이 나오진 않지만 흔치 않은 요리의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구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정재형은 '파리지앵'이라는 별명답게 자신의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을 통해 이국적인 유럽요리 레시피들을 소개하고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과 유럽요리를 주로 다루는 <요정재형> 채널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추석 연휴 외국에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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