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 찬물 끼얹은 '가문의 영광'…예고된 가문의 수치 [D:영화 뷰]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 시리즈 속편이 나올 때 자주 소환되던 말이다. 시리즈는 이미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은 작품들이며, 이전 작품들의 성공은, 후속작에게 더 높은 기대를 야기한다. 발전 없는 후속작은 관객들의 철저한 외면만 받을 뿐이다.
이에 후속작을 접근할 땐, 더 흥미로운 캐릭터와 줄거리 등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라는 말은 이제 낡은 공식이 되어버렸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최근 개봉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가 11년 만에 부활했으나 민망한 수준의 퀄리티로 혹평 세례를 받으며 고전하는 한국 영화계를 한층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2000년 '가문의 영광'을 시작으로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2005)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2006)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2011)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2012)까지 10년 간 총 5편으로 개봉, 총 시리즈 도합 2000만에 가까운 관객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1편이 505만, 2편은 452만, 3편은 259만, 4편은 236만, 5편은 116만 명으로,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관객수도 하락했다. 국내 최장수 시리즈가 2012년을 끝으로 오래 잠들어 있던 이유였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시리즈의 안방마님 김수미의 간청으로 이뤄졌다. 이에 7월 9일 촬영을 시작해 8월 26일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극장에는 9월 21일 걸렸다. 촬영부터 극장 개봉까지 약 두 달 반만에 급하게 마무리 된만큼 혹평은 애초에 예상된 수순이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촬영과 편집이 한 번에 이뤄지는 일이 2023년에 가능한 일이냐"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역시나 김수미를 필두로 탁재훈, 정준하와 제작자 정태원 감독이 뭉치며, 부활 자체로 의미를 새기고, 축하하기에는 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시리즈의 최고 흥행작인 1편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다. 조폭이었던 홍덕자 가문은 대형 사업을 하는 재벌 기업이 됐고, CEO였던 대서의 직업은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 진경은 드라마 기획자로 설정했다.
2000년대 초반의 이야기를 2023년에 가져오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직업 뿐 아니라 사고 방식에 맞는 상황들로 변주를 줘야하지 않을까.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는 이유로 딸을 그 남자에게 시집 보내려는 상황은 현재 구시대적인 사고로 읽힌다. 리부트의 의미를 감안하고 보더라도, 작위적인 상황 속에 던져진 캐릭터들도 정상적 기능을 하지 않아 공감을 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욕과 슬랩스틱 코미디, 유치한 말장난 등은 웃음이 아닌 짜증을 유발한다.
정태원 감독은 언론시사회 간담회 당시, '가문의 영광'이 흥행과 상관없이 혹평을 받아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도 있어야 다양성 확장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관객 수가 큰 추석 시장에 들어왔다고 생각을 밝혔다.
정태원 감독의 말처럼 모든 영화가 메시지나 작품성을 필수로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가지는 정체성이나 목표는 선명해야 관객들에게 닿을 수 있다. 생각 없이 보기 좋은 영화에 관객들은 더 이상 지갑을 열지 않는다. 200억원을 들여 높은 영상미를 구현했음에도 뻔하다는 이유로 픽픽 쓰러지는 걸 코앞 여름시장에서 확인했다.
개봉 2주차 '가문의 영광: 리턴즈' 관객 수는 12만 747명이다. 손익분기점은 100만명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흑행 참패 예약이다.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위기론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신뢰도만 깎아먹은 모양새가 됐다. 성찰과 준비성이 미흡한 영화는 외면받는다는 걸 뼈 아프게 새긴 하나의 예시가 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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