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꿈꾸며 ‘스테로이드’ 불법 투약 지속하다간 [헬스]
녹내장은 대표적인 노인성 안구 질환이다. 다만 스테로이드 제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말이 다르다. 녹내장의 주요 발병 원인 중 하나가 ‘안압 상승’인데, 이를 유발하는 게 스테로이드 제제인 탓이다.
안압은 눈 내부 액체인 ‘방수’의 압력을 의미한다. 이 압력이 눈 모양을 유지하고, 눈에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노폐물을 제거한다. 그러나 방수가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방출 통로가 막히면 안압이 상승한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방출 통로인 섬유주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장기 복용하면 눈 안 방수 유출량이 적어지면서 안압이 상승한다.
더 큰 문제는 증상을 자각했을 때 이미 치료 시기가 늦은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유럽시각안과학회(EVER) 학회지인 ‘악타 오프싸몰로지카(Acta Ophtha lmologica)’에 최근 발표된 스웨덴 에텐보리대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녹내장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절반 이상이 녹내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특히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제1형 당뇨병 환자 등은 스테로이드를 지속 투약하지 않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이미 스테로이드를 지속적으로 투약한 상태라면, 한 달 이내에 안압 상승이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테로이드 사용 후 안압이 높아졌다면 당장 스테로이드 사용을 중단하고 안압이 정상 범위로 낮아질 때까지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스테로이드 사용을 중단했음에도 안압이 상승한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녹내장이 심하지 않은 경우 안압 하강 경과를 관찰하고 적합한 치료 방향을 찾아야 한다. 또 녹내장 증상이 심하고 안압이 높은 환자들은 방수 유출을 원활히 해주는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 진료 후 처방을 받더라도,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투약할 때는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녹내장은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 질환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3대 실명 질환에도 포함된다. 완치가 어려운 만큼 걸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윤곤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전문의는 “녹내장은 초기 증상이 없어 자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제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스테로이드에 의해 안압이 상승할 수 있는 기저 질환이나 요건이 있다면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안과 검진을 통해 안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8호 (2023.09.27~2023.10.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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