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이미지 회복 ‘깜깜’…신사업에 기대?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로 국내 대표 건설사 GS건설 앞날이 안갯속에 빠졌다. 정부가 ‘10개월 영업정지’라는 강력한 처분을 내리면서 향후 수주가 끊기면 어렵게 쌓아온 ‘자이’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될 우려도 적잖다.
국토부 영업정지 10개월 처분
신규 수주 불가에 선분양 제한 우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 대해 시공사 GS건설에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추진하기로 했다. 검단신도시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다.
국토교통부는 시공사 GS건설 컨소시엄에 원희룡 장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추진한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고의나 과실로 건설 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한 경우 1년 이내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 “사망 사고가 아닐 경우 최대 8개월 처분이 가능하다”는 것이 국토부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불성실한 안전점검, 품질 검사 등을 이유로 추가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안전과 직결된 주요 철근 부품을 빠뜨려 붕괴 사고를 일으킨 만큼 과실이 크다고 판단한 결과다.
국토부 조사에서 GS건설은 도면에 지하주차장 기둥의 보강 철근이 적절히 배치됐는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고, 도면에 있는 철근도 일부 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GS건설은 주거동을 포함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를 전면 재시공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보완책을 내놓고 처벌 수위 완화를 기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만약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이 확정되면 해당 기간 동안 신규 수주를 못해 실적이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크다.
물론 당장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3~5개월가량 걸리는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처분이 내려진 뒤에도 해당 기업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처분이 미뤄질 수 있다. GS건설은 “사고 원인과 행정 제재의 적정성을 검토해 청문 과정에서 잘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가는 최장 10개월 영업이 금지될 경우 최대 10조원가량 수주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GS건설의 월평균 신규 수주 금액으로 추산하면 영업정지 효력 개시 이후 10개월간 9조~10조원의 신규 수주 공백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 영업정지 기한이 6개월 이상으로 확정되면, 향후 2년간 아파트 선분양 자체가 금지된다는 점도 변수다. 주택법 시행규칙과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부실시공으로 6개월 이상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아파트를 완공한 후 분양해야 한다. 선분양이 제한되고 후분양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선분양 제한 적용 시점은 영업정지 처분 종료 후 2년이다.
이 여파로 가뜩이나 부진한 GS건설 실적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신용등급도 불안하기만 하다. 한국신용평가는 GS건설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어렵게 쌓아온 ‘자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고 후 ‘자이’ 아파트는 철근이 들어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 ‘순살자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붕괴 사고로 인한 자이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멀리 보면 GS건설 수주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덩달아 GS건설을 이끌어온 ‘장수 CEO’ 임병용 부회장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 부회장은 2013년 GS건설 수장을 맡은 이후 1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가 대표를 맡을 당시 GS건설은 해외 사업 부실로 한 해 1조원 넘는 적자를 냈다. 취임하자마자 과감한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섰고 무리한 해외 수주 대신 국내 주택 사업에 주력해왔다. 서울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고 때마침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며 실적이 회복됐다. 적자를 딛고 2018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임병용 부회장 주도로 GS건설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10년 만에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영업정지 처분이라는 강한 철퇴를 맞은 만큼 실적이 회복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사업 효자 역할 할지 관심
물론 희망은 있다. 국토부가 이번 사고 이후 GS건설이 공사 중인 전국 현장 83곳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치를 충족했고 철근 누락도 없는 것으로 확인한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GS건설은 영업정지 처분이 나오기 전까지 최대한 수주 물량을 쌓아놓는다는 전략이다. 올 2분기 기준 GS건설의 신규 수주액은 3조592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1.1% 증가했다.
특히 서울 뉴타운 중 노른자위 입지를 자랑하는 노량진뉴타운1구역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하면서 오랫동안 공들인 GS건설이 수주를 따낼지 건설업계 관심이 쏠린다. GS건설은 1구역 사업 초기 단계부터 수주에 힘써왔지만 삼성물산이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면서 결과는 안갯속이다.
막상 노량진1구역 공사 수주에 성공해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원자잿값 인상 여파로 제값의 공사비를 받지 못할 경우 수익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시공사 선정에 나섰던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 조합은 공사비를 3.3㎡당 840만원으로 내걸었지만 입찰 참여자가 없어 유찰됐다. 노량진1구역 공사비는 이보다 낮은 3.3㎡당 730만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정작 시공사에 선정되더라도 ‘손해를 보고 공사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GS건설이 주택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추진하는 각종 신사업이 효자 역할을 할지도 변수다. GS건설은 지난해 수처리, 스마트양식 등 주요 신사업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
신사업의 핵심 축은 수처리 분야 계열사인 GS이니마다. GS건설이 2012년 인수한 GS이니마는 스페인 수처리 기업으로 세계 최초 역삼투압 방식 플랜트를 건설한 회사다. 전 세계 200개 이상의 수처리 플랜트 시공 실적을 보유했다. GS이니마의 지난해 매출은 4053억원으로 GS건설 전체 매출의 3.3%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786억원)은 14%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알짜 기업이다. 올 상반기 순이익도 242억원으로 전년 동기(189억원) 대비 28% 늘었다.
스마트양식도 GS건설 신사업으로 손꼽힌다. 스마트양식은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청정 수산물 양식 산업으로 수처리 기술이 핵심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부산시가 추진 중인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참여한 상태다. GS건설이 사상 최악의 위기를 딛고 국내 건설 명가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8호 (2023.09.27~2023.10.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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