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단골 예능 '아육대'는 왜 자취를 감춘 걸까

김상화 2023. 9. 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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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기획-명절에 제발 그만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 <아육대> 가 남긴 명암

TV는 저물고 유튜브와 OTT가 당연해진 시대지만, 여전히 추석 명절에 가족들은 TV 앞에 모이게 됩니다. 이번 명절 만큼은 절대 보고 싶지 않은 TV 프로그램들을 꼽아봤습니다. <편집자말>

[김상화 기자]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의 한 장면
ⓒ MBC
 
2023년 설날과 추석에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MBC 예능 프로그램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아래 <아육대>)는 2010년 추석 특집 이후 10여 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대표적인 명절 예능이었다.

<아육대>는 빼어난 운동 능력을 지닌 아이돌 멤버들이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는 신예 스타 발굴의 장이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인원이 집합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때를 제외하면 거의 매년 명절에는 <아육대>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설날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이 프로그램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제작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코로나 시절에도 <아이돌 e스포츠 선수권대회>라는 이름으로 비대면 e스포츠 대결을 펼치며 명맥을 이어갔던 <아육대>는 무슨 이유로 2023년 사라진 것일까?

아이돌 스타 탄생의 산실, 그러나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의 한 장면
ⓒ MBC
 
2010년부터 2017년 설날까지만 하더라도 <아육대>는 기본적으로 두 자릿수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대표 명절 예능이었다. 첫 파일럿 방송 당시에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연말 시상식 무대 외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아이돌이 간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대규모로 등장한 <아육대>는 나름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었다.

최민호(샤이니), 윤두준(전 비스트, 현 하이라이트), 김동준(제국의 아이들), 씨스타 등 운동능력이 남다른 아이돌들이 축구, 육상 등 다양한 종목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은 이들의 팬덤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자연스럽게 <아육대>는 아이돌 멤버들을 향한 대중의 주목도를 키우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었다. '춤, 노래뿐만 아니라 운동도 잘하는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 역시 <아육대>의 긍정적인 측면이었다.

하지만 매년 엇비슷한 형식이 반복되다 보니 <아육대>의 인기는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촬영 전후로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더욱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늘어났다. 출연자들이 격한 몸싸움이 필요한 종목에 출전했다가 큰 부상을 입고 그룹 활동에 지장을 준 사례도 속출했다.

재활 치료에 전념하는 동안, 팬들은 방송사에 불만을 쏟아냈다. 결국 축구, 농구, 씨름 등 몸싸움이 동반되거나 부상 우려가 있는 종목들은 배제되고 양궁, 볼링 등 비교적 안전한 종목 위주로 바뀌기도 했다. 또한 스핀오프 형식의 < e스포츠 아육대 >가 신설되었을 때도 팬들은 적어도 부상당할 일은 없겠다며 환호했다.

부상 발생, 팬덤간 경쟁... 점점 쏟아지는 불만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의 한 장면
ⓒ MBC
때론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는 팬덤들 사이에 불필요한 감정 다툼이나 경쟁이 빚어지기도 한다. 녹화 당일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는 아이돌 멤버들이 팬들을 위해 마련한 도시락과 선물을 비교한 게시물이 등장하곤 했다.

누가 팬들을 위해 더 좋은 도시락을 주는지 은근한 경쟁심리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금이라도 부족해 보이는 메뉴가 있으면 팀을 비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촬영을 위해 팬들을 불러 모은 방송국이 식사를 제공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감정싸움을 하는 것은 팬들의 몫이다. 

또한 수많은 아이돌이 총 출연하는 곳에서 스포트라이트는 유명하고 인기 많은 멤버들에게만 집중되는 현상도 문제적이다. 인기 없는 종목이거나 혹은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 멤버는 우승을 하더라도 별다른 인터뷰 없이, 방송에선 잠깐의 화면이나 자막으로 넘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몇몇 유명 아이돌을 위해 수많은 출연자들이 들러리처럼 취급되다 보니, "화면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데 굳이 출연해야 하나"라는 부정론이 팽배해졌다. 그러는 사이 <아육대>의 인기는 점점 사그라들었다.

화제성 감소, 아이돌 자체 유튜브도 급등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의 한 장면
ⓒ MBC
 
결과적으로 <아육대>가 올해 설날과 추석에 방영되지 않은 것은 예전 같지 않은 화제성과 시청률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러 논란으로 <아육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쌓이다 보니 유일한 수요층이었던 아이돌 팬들 역시 반기지 않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과거에는 <아육대>에 나와야만 지상파 음악 방송에 출연할 수 있다는 풍문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돌의 인기에 지상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아육대>의 현재는 예전만 못한 지상파 TV의 위상, 달라진 시대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또한 SNS 챌린지나 유명 웹예능, 또는 소속사에서 제작하는 유튜브 콘텐츠 등 아이돌 멤버들의 개성을 더 다양하게 담을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가 많아진 것도 영향이 있다. 이들은 대개 2분 이내의 숏폼 콘텐츠이거나 20분 내외의 스낵 콘텐츠다. 5분도 채 나오지 않는 아이돌 멤버를 보기 위해 1시간 30분 동안 지켜봐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1020세대인 아이돌 팬들의 입맛에 더 알맞은 콘텐츠인 셈이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 직접 소속사로 찾아간 <출장 십오야> 하이브 특집, 스타쉽 특집 등은 편당 조회수 1천만 회 이상을 기록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다. 팬들 뿐만 아니라 구독자들 사이에서도 "<아육대>보다 이게 더 재밌다"는 반응을 이끌어낼 정도였다. 출연진의 장점을 최대한 담아낸 웹 콘텐츠의 급등은 반대로 <아육대>의 존재 가치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었다.

<아육대>가 올해 자취를 감춘 또 다른 원인으로 예전과 달라진 아이돌들의 활동 패턴과 관련이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이브, SM, JYP, YG 등 소위 4대 기획사를 비롯해 유명한 아이돌의 상당수는 해외 활동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장기간 해외투어에 몸을 맡기는 것이 당연해진 이들에겐 <아육대> 참석에 시간을 할애할 여유조차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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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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