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맛·뻔한 맛·새로운 맛, 추석 영화 3파전 [연휴에 뭐 볼까]

김예슬 2023. 9.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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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이냐, 뻔한 맛이냐, 새로운 맛이냐. 추석 연휴 전날인 27일 한국영화 기대작 세 편이 동시 개봉했다. 배우 강동원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이하 천박사)을 필두로 하정우·임시완과 강제규 감독이 만난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배우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이 다시 한번 호흡한 ‘거미집’(감독 김지운)이 자웅을 겨룬다. 이들 작품을 모두 본 쿠키뉴스가 신작들의 호불호 지점을 정리해 봤다.

‘천박사’ 스틸컷. CJ ENM

아는 맛이 더 맛있다, 강동원의 퇴마물 ‘천박사’

강동원의 전작 ‘전우치’(감독 최동훈),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을 좋아했다면 ‘천박사’는 꽤 괜찮은 선택지다. 능글맞아 보이면서도 내면의 상처를 간직한 강동원이 검을 휘두르며 퇴마하는 모습이 빠른 호흡으로 펼쳐진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강동원의 비주얼을 감상하는 맛도 쏠쏠하다. 그와 호흡한 이동휘는 물오른 코믹 연기로 장면마다 기름칠을 한다. 악귀로 변신한 허준호는 극 전체를 좌지우지하며 적재적소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강동원이다. 멜빵을 하네스로 보이게 하는 새로운 ‘강동원 효과’를 만나볼 수 있다. 이솜, 박소이의 활약과 특별출연으로 함께한 박정민, 블랙핑크 지수 역시 재미난 볼거리다. 98분. 12세 이상 관람가.

- 볼까: 퇴마 활극이라는 새 장르다. 머리 쓰지 않고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 강동원의 전작들을 꾸준히 좋아했다면 필히 권한다.
- 말까: 판타지 요소가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세계관이 방대하고 설정 역시 많은데 이야기에 다 녹아있지 않아 궁금증이 남을 수 있다. 

‘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뻔한 맛? 추석 연휴엔 딱! ‘1947 보스톤’

전 세대가 익히 알 만한 마라토너 손기정을 스크린으로 끌고 온 작품이다. 손기정이 동료 선수 남승룡, 후배 마라토너 서윤복과 함께 미국 보스톤마라톤 세계대회에 참가한 실화를 다룬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로 유명한 강제규 감독이 오랜만에 선뵈는 영화다. 개봉 역시 4년가량 밀렸다. 그래서인지 ‘1947 보스톤’은 요즘 시대와 조금은 동떨어진 인상이다. 촌스럽게 느껴질 부분도 있다. 하지만 추석 연휴 극장을 찾는 가족 관객을 포섭하기엔 제격이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장면이나 눈물 뽑으려는 대목이 존재하지만, 과하진 않다. 한국인이라면 뭉클해할 만하다. 손기정은 하정우가, 서윤복은 임시완이 연기한다. 남승룡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배성우가 맡았다.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 볼까: 중장년층 가족과 함께 볼 순한 맛 영화를 찾는다면 ‘1947 보스톤’이 제격이다. 자극 없이 가족영화로서 적절히 기능한다. 하정우, 임시완이라는 신선한 조합 역시 좋다.
- 말까: 음주운전으로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춘 배성우가 꽤 많은 분량 출연한다. 그에게 껄끄러움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극을 불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거미집’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이런 영화는 처음이야! 새로운 맛 ‘거미집’

검열이 만연한 1970년대, 결말만 새로 찍으면 걸작이 되리라 믿는 감독이 재촬영을 밀어붙이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 ‘거미집’은 작품 설명 그대로다. 그런데 묘하게 새롭다. 영화 속 영화와 촬영 현장 이야기가 동시 진행되다 보니 한 번에 두 영화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서로 겉돌지 않는다. 잔잔하게 웃을 거리가 곳곳에 있다.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이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에 이어 함께한 다섯 번째 작품이다. 검증된 조합의 차진 호흡이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다. 오정세의 매력적인 연기는 물론 임수정과 박정수, 장영남이 보여주는 광기 어린 연기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전여빈과 정수정 역시 눈에 띄게 활약한다. 연기와 이야기의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다. 132분. 15세 이상 관람가.

- 볼까: 1970년대에 향수를 가진 관객에게 추천한다. 당시 말투를 그대로 구현한 대사를 즐길 수 있다. ‘남자사용설명서’(감독 이원석)를 좋아했다면 톱스타를 연기하는 오정세 역시 반갑겠다.
- 말까: 인물들이 저마다의 욕심으로 제작을 방해하는 모습이 다소 산만하게 보일 수 있다. 이어지는 난항에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작품이다. 안전한 선택을 원한다면 관람 전 한 번 더 고민해 보자.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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