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질 것" 단 1명뿐이었다…전문가들 "추석 뒤 상승세" 왜
지난 25일 찾은 경기도 광명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달 들어 매수 문의가 크게 줄었다”며 “보통 추석 이후에 가을 이사 수요가 움직이는 것을 감안한다해도 손님이 너무 없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초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정책 대출 확대 등으로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살아났다. 지난해 말 19억원까지 떨어졌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달 25억원까지 가격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거래가 줄고, 가격 상승세도 다소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중개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26일 중앙일보가 부동산 전문가 7명에게 ‘추석 이후 주택시장 전망’을 물었는데,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대답한 건 단 한 명뿐이었다. “지금보다 더 오를 것”(3명)이라는 주장과 “소폭 상승 또는 보합세”(3명)라는 의견이 많았다.
상승 요인으로는 ‘공급 부족’이 꼽혔다. 인허가, 착공 등 주택 공급 선행지표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인건비와 원자재값이 치솟으면서 공사비 부담이 커진 데다 고금리로 건설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3년 후 공급 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타나면서 조급해진 일부 실수요자들이 고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수급 불균형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학습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 12만 가구 가량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사업자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급대책을 지난 26일 발표했다.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다만 대출·세제 혜택 등 수요진작책이 나오지 않아 ‘반쪽자리 대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분양 해소,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등이 필요한데 자칫 투기 수요를 불러올 수 있어 정부가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락같이 오른 분양가와 전셋값도 집값 상승 요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연구원은 “지난 3월 9억원이던 서울 아파트 분양가(전용면적 84㎡ 기준)가 최근 11억5000만원까지 뛰었는데도 청약 경쟁률은 100대 1을 넘는다”며 “새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기존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셋값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주간 기준)은 지난 5월 이후 18주째 상승하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내년부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어 전셋값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지만, 2020~2021년처럼 폭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권일 팀장은 “단기간에 실거래가가 많이 뛰었고, 호가도 오르면서 매수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에 매물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444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석 달 전(6만6052건)보다 12.7% 증가했다.
여전히 고금리가 이어지는 것도 본격적인 아파트값 상승을 예상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연 7%대로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초만 해도 정부가 주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지금은 흡수하려는 모습”이라며 “수요 위축에 2차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에서 강한 집값 반등 흐름이 나타났는데, 추석 이후에도 지속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수도권에서도 강남권과 강북권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지방과 수도권 주택시장 간극은 더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강남, 용산 등과 일부 서울 신축 대단지 등에서는 이미 이전 최고가를 넘어섰다”며 “내년 초쯤에는 이런 곳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미분양 적체가 여전한 일부 지방은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두성규 대표는 “지역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주택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수요가 거의 없다”며 “개별적 호재가 아니라면 현재 답보 상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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