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약 먹고 누우면 약효 빨라질까
약을 먹고 나서 오른쪽으로 누우면 흡수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알약을 삼키고 나서 오른쪽으로 누우면 상체를 세우고 앉을 때보다 13분 더 빠르게 흡수된다는 것이다. 2022년 8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이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왼쪽으로 눕는 게 최악인데 이 경우 흡수가 매우 느려져서 100분까지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으로 누울 때 10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무려 10배가 더 걸리는 셈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한 게 아니라 위장을 본뜬 시뮬레이션 모델을 이용해 계산한 결과이다.
자세에 따라 위에서 장으로 내용물이 배출되는 속도가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1980년 영국 연구에서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다. 물을 마시고 누울 때 왼쪽으로 누우면 장으로 더 천천히 내려가고 오른쪽으로 누우면 더 빨리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바로 앉을 때보다 위 배출 속도가 조금 더 빠르다. 이렇게 되는 것은 위의 구조와 중력 때문이다.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통로는 보통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그러니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 속 액체가 십이지장으로 쏟아져 들어가기 더 쉽다. 약물의 체내 흡수는 주로 십이지장에서 일어나므로 약이 장으로 더 빠르게 들어올수록 흡수도 빨라진다.
하지만 이렇게 되는 것은 소금물처럼 열량이 없는 액체를 마실 때로 한정된다. 설탕물처럼 열량을 지닌 액체를 마시면 장에서 이를 감지하여 위 배출 속도를 조절한다. 고형의 음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로 자세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다. 몸의 입장에서 보면 자세와 관계없이 음식 속 영양성분을 제대로 흡수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이므로 배출 속도도 영양구성에 맞춰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니 식후에 약을 복용할 때 흡수를 빠르게 하겠다고 오른쪽으로 누울 필요는 없다.
건강상 이유로 누워 있어야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약을 먹고 나서 왼쪽보다 오른쪽으로 누워있는 게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약효를 빨리 보려고 오른쪽으로 누울 필요는 없다. 알약을 삼키고 나서는 똑바로 서 있거나 앉아있는 게 더 안전하다. 약을 먹고 바로 누우면 위 내용물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여 알약이 식도점막을 자극하거나 손상시킬 위험이 커진다. 약 복용 뒤에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고 바로 누우면 알약이 중간에 멈추어 식도점막에 달라붙어 염증이나 식도천공을 일으킬 수 있다.
위장 구조상 먹고 나서 누울 때 왼쪽으로 누우면 역류 증상이 적다는 주장도 있다. 반대로 오른쪽으로 누울 때 위 내용물이 빠르게 비워져서 역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있다. 어느 쪽으로 눕느냐보다 먹고 나서 2~3시간은 눕지 않는 게 더 확실한 예방책이다. 약이든 음식이든 먹은 직후에는 눕지 말자.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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