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승리에도 웃지 않은 황선홍 감독 "승기 잡았을 때 침몰시켜야…교훈 준 경기" [항저우 2022]

차승윤 2023. 9. 2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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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전을 마치고 인터뷰 중인 황선홍 아시안게임 감독. 진화(중국)=차승윤 기자

"승기를 잡았을 때 상대를 침몰시키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는다. 오늘은 그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황선홍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감독은 5-1 대승과 8강 진출에도 축배를 들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27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전 키르기스스탄과 맞대결에서 5-1로 대승을 거두며 3연속 우승을 향한 쾌진격을 이어갔다. 점수가 말해주듯 조별 예선 3경기 16득점 무실점을 기록한 쾌조의 경기력이 16강전에서도 이어졌다. 4경기 합계 21득점 1실점. 현재까지는 아시안게임 무대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yonhap photo-4909="">27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 대한민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기. 후반 대한민국 정우영이 팀 세번째 골을 넣은 뒤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다만 그 1실점이 황선홍 감독에게는 목의 가시처럼 걸렸을 수 있다. 이날 한국은 페널티킥으로 백승호(전북 현대)가 첫 득점을 기록한지 1분 만에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추가 골을 신고했다. 단숨에 몰아치던 상황이었으나 그 기세가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실책성 플레이로 점수를 내줬다. 전반 28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백승호가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볼 터치를 실수했다. 이를 막사트 알리굴로프가 놓치지 않고 공을 빼앗았고, 그는 페널티 박스 안까지 그대로 진격한 후 만회점까지 연결했다. 한국이 후반 석 점을 더 몰아치면서 1실점의 상처는 빠르게 가라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과 선수단은 이를 잊지 않았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황 감독은 "다음 라운드로 가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축구는 흐름의 경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승기를 잡았을 때 상대를 침몰시키지 못하면 상대에게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는 거다. (선수들에게) 오늘이 그런 교훈을 주는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다음부터는 이런 경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yonhap photo-4568="">27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 대한민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기. 전반 대한민국 백승호가 패널티킥으로 첫 골을 넣은 뒤 팀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한국 대표팀은 후반전 들어 반전에 성공했다. 단숨에 석 점을 몰아치며 팽팽했던 경기를 일방적인 흐름으로 맞바꿨다. 황선홍 감독은 "전반전 끝난 후 경기에 루즈한 부분이 조금 많았다. 실점 장면 빼고도 실수가 상당했다. 공격을 진행하면서 전진하려고 할 때 뒤로 하는 패스가 많았다. 하프 타임 때 그런 부분에 대해 조금 집중을 시켰다. 우리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경기를 완전히 장악하려면 볼 소유가 상당히 중요하다. 교체를 통해 그런 부분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이어 "오늘 우리가 조직적으로 갖춰지지 않았을 때의 문제가 많이 있었다. 역습 상황 등이다. 예선을 통해 그런 상황을 많이 맞닥뜨리지 않아 선수들이 상황이 조금 생소하고, 상황 인지가 조금 부족했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입장에서 조금 어려움도 겪었다"며 "8강에 올라가서는 그런 상황들이 많이 벌어질 거다. 심리적으로 그런 것들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오늘 경기 후 3일 텀이 있다. 그 안에 그런 부분을 조직화해 8강, 4강, 결승을 대비하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yonhap photo-4650="">27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 대한민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기. 전반 대한민국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한편 한국의 다음 상대는 개최국 중국이다. 8강까지 올라온 전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홈 팬들이 이번 대회 종목을 불문하고 뜨거운 응원을 보내는 중이다. 홈 어드밴티지 판정이 나올 거라는 예상도 많다. 황선홍 감독은 "충분히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많은 홈 관중들, 상대 팀의 거친 플레이 등에 대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우리 앞길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과 한 발 한 발 앞으로 향해 나아가겠다. 굉장히 좋은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진화(중국)=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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