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지배한 박지수, 속공 기회까지 창출…선수들, 강팀 만났을 때도 속공 꾸준하길 [여자농구 안덕수 관전평]

차승윤 2023. 9.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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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국가대표 박지수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16득점 활약을 펼쳤다.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 스타트를 잘 끊어줬다.

오늘(27일) 태국과의 경기에서 1쿼터부터 멤버 기용이 좋았다. 김단비(아산 우리은행)와 박지수(청주 KB)가 스타트를 잘 끊어줬다. 우리나라 여자농구 주축이라 하면 박지수·김단비·강이슬의 빅 3 아니겠나. 그런 박지수가 골 밑 득점으로 팀의 좋은 흐름을 열었고, 수비도 좋았다. 그 덕분에 1쿼터를 잘 스타트하면서 15-3까지 달아날 수 있었다.

가드에서는 이경은(인천 신한은행)이 베테랑으로서 경기 중간 중간마다 자신의 역할을 잘 해줬다. 여러 요소들이 잘 통하면서 1쿼터를 25-7로 마칠 수 있었다. 1쿼터를 잘 마무리한 것도 좋게 작용한 것 같다. 태국이 물론 강팀은 아니지만, 그래도 첫 경기였고 선수들 긴장감도 있을 법 했다. 그런데 1쿼터를 잘 마무리한 덕분에 2쿼터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져 잘 정리됐다. 박지현(우리은행) 이소희(부산 BNK) 등 젊은 선수들도 교체 선수로 출전해 많은 힘을 보태줬다. 태국이 기량·신장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한국 팀에 많이 못 미치는 상대는 맞다. 그런 점을 고려해도 전반적으로 잘 마무리한 전반전이었다.
한국 여자농구 국가대표 강이슬.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

후반에 들어 눈에 띈 건 1쿼터부터 중간 중간 시행해 온 풀코트 수비 프레스였다. 정선민 감독이 수비에서 변화를 준 덕분에 3쿼터에도 상대가 쉽게 따라오지 못했고, 혼란스러워 하는 게 보였다. 이해란이 보여준 여러 활약도 기억에 남는다. 3쿼터 끝난 시점에서 점수가 78-33으로 50점에 가깝게 차이가 났다. 이 시점에서 이날 경기의 승부가 완전히 갈라졌다고 본다.

정선민 감독이 4쿼터는 승부와 크게 상관 없이 운영했다. 여러 선수들을 로테이션으로 운영했는데, 컨디션 관리 차원으로 보인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잘 정리된 경기 운영이었다. 승리뿐 아니라 북한과 만날 다음 경기까지 잘 준비하고 마무리한 경기였다.

MVP(최우수선수)를 뽑는다면 역시 박지수다. 지난해 아팠던 모습 없이 건강하게 돌아왔다. 특히 수비적인 모습으로도 인사이드 공격 등을 시도한 태국에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본인 직접 꽂는 공격도 좋았다. 1쿼터에만 12점을 내더라. 이렇듯 공수에서 박지수가 해준 역할이 컸다.

박지수의 활약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이후에도 박지수를 통해 공격할 수 있고, 박지수가 막히더라도 공격이 아닌 수비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박지수의 수비가 트랜지션과 속공으로 이어지는 팀 공격 형태가 북한전에서 잘 이뤄진다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 모두에서 박지수가 계속 활약해줄 것 같다.
한국 여자농구 국가대표 김단비. 사진=대한민국 농구협회

제일 중요한 건, 박지수에서 파생되는 공격이 있다는 점이다. 박지수가 이렇게 인사이드에서 공격뿐 아니라 수비까지 해준다면 강이슬, 김단비, 박지현 등이 속공을 나갈 기회가 많아진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도 상대 팀들이 알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당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상대는 박지수를 어떻게 골밑에서 공략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상대가 무리하게 박지수 공략을 시도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도 찾을 수 있다.

박지수뿐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도 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날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앞으로 강팀과 경기했을 때에도 오늘 같은 컨디션을 보여줄지가 관건이 되겠다. 선수들이 시소게임으로 흘러가는 경기에서도 속공과 트랜지션을 얼마나 꾸준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해 보인다. 그리고 그래서 박지수 활약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정선민 감독은 첫 경기를 잘 치르셨다고 평가하고 싶다. 오늘 전체적으로 수비적인 부분이 눈에 띄었다. 물론 4강이나 파이널 등 중요한 경기에서도 수비에서 존 디펜스를 안하실지는 모르겠다. 여러 선수들을 기용해 풀코트 프레스를 계속 할 수도 있다. 오늘 다른 나라 대표팀 스카우트들이 한국 대표팀을 많이 관찰했을텐데, 그 부분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소통과 사기다. 선수와 감독과의 소토으 그리고 그를 통해 선수단의 사기가 높아야 한다. 태국과의 첫 경기로 전부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좋은 모습으로 첫 경기를 봤다. 북한과의 다음 경기도 기대하고 싶다.

안덕수 KBSN 스포츠 여자농구 해설위원(전 청주 KB 감독)
정리=차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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