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 기각된 날, 송영길 압수수색…野 "檢, 매를 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외곽조직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26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날 전임 대표에 대한 강제수사를 재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의 송 전 대표 자택과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사무실 등 3~4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와 증거 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먹사연을 통해 선거 경비를 마련하고 각종 컨설팅·여론조사 비용 등을 대납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이어왔다. ‘한반도 평화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먹사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출마 관련 컨설팅 비용 9240만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송 전 대표에게는 박모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먹사연 후원금 명목으로 받아 불법 정치자금을 사용했다는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29일 송 전 대표의 서울 송파구 자택과 먹사연 사무실 등을 처음 압수수색한 이후 돈 봉투 살포 경로를 추적하는 한편 먹사연 등을 통한 불법 경선 자금 마련 과정을 추적하는 투 트랙 수사를 진행해 왔다. 송 전 대표를 겨냥한 강제수사는 첫 압수수색 후 5개월 만이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먹사연이 후원금을 받고 그 대가로 입법 로비를 했다는 정황을 근거로 발부받은 영장에 근거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먹사연 전 소장 이모 씨 등 관련자 소환 조사에서 먹사연에 흘러들어온 후원금을 대가로 입법 청탁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먹사연이 2018~2021년 박 전 회장 개인과 박 전 회장 소유의 폐기물 처리업체 등을 통해 약 3억 3000만원의 후원금을 받는 등 각종 기업체로부터 받은 돈이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송 전 대표에 자택 압수수색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날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김모 씨의 자택도 압수수색 나섰다. 검찰은 김씨가 먹사연 후원금 모집과 입법 로비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김씨부터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최근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먼저 기소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송 전 대표의 전 보좌관인 박모씨, 윤관석 무소속 의원 등이 모두 돈 봉투 살포 행위를 시인하면서도 스스로를 중간책 또는 전달자라고 주장하고 있어 수혜자 격인 송 전 대표는 이미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돈 봉투 살포를 위한 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 전 감사위원은 지난 19일 법정에서 “형사적 책임은 송 전 대표가 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발끈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할 시점에 또다시 물타기 보복성 압수수색을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은)압수수색 시나리오 작가들이냐”라며 “검찰이 매를 번다”고도 말했다. 검찰은 정 최고위원의 비판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은 이미 법원에서 받았고, 영장 결과와 관계없이 추석 전에 오늘 압수수색을 하기로 미리 준비해온 것”이라며 “영장 기각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추석 연휴 이후 먹사연을 통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송 전 대표에 대한 소환 시기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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