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고급 아파트에 2억짜리 외제차…MZ조폭 '불사파' 정체

이보람, 황수빈 2023. 9. 2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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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과 협박 등 불법행위를 일삼은 83년생 조직폭력배(조폭) 또래 모임 ‘불사파’의 존재가 처음으로 드러났다. 30대 투자회사 대표가 이들을 동원, 투자 수익금 환수를 명분으로 미술품중개업체(갤러리)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에 달하는 미술품과 현금 등을 빼앗은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면서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폭처법)상 공동감금·공동주거침입·공동협박 등 혐의로 불사파 조직원 A씨(40) 등 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 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폭처법)상 공동감금·공동주거침입·공동협박 등 혐의로 불사파 조직원 A씨(40) 등 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 등 조폭 일당은 투자회사 대표인 B씨(30) 측 요청을 받고 지난달 3일 피해자 D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갤러리에 들어가 3900만원 상당 그림 3점을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D씨를 둘러싸고 앉은 이들은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D씨를 협박·폭행했다. B씨는 지인 소개로 ‘불사파’ 일당을 알게 됐으며 이들에게 30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밥값’ 명목의 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B씨 등 투자사 측은 D씨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그림을 사들인 뒤 비싼 가격에 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기 위해 약정서까지 작성했으나,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자 조폭과 조선족 폭력배들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D씨로부터 받기로 약정한 금액은 투자금 28억원을 포함한 42억원이다. D씨를 통해 되팔기로 했던 그림은 유명 화가인 이우환의 작품 4점과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 1점 등 총 5점이었다.

불사파 조직원들이 다른 조직원 가족 행사에 보낸 화환. 사진 서울경찰청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B씨가 조폭을 동원한 사실을 파악하고 D씨로부터 직접 그림을 빼앗은 A씨 등 3명이 또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른바 ‘MZ조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이들은 83년생 돼지띠를 중심으로 모여 스스로를 ‘불사파’라고 이름붙였다. ‘불사파’란 명칭은 영화 ‘넘버3’에서 주인공이 만든 조직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으면서도 월세 1300만원짜리 서울 강남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2억원 상당의 외제차를 모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신에는 문신이 있었다.

A씨 등 조직원은 공동상해 등 전과는 있으나 폭처법상 범죄단체활동 혐의로는 처벌받지 않아 경찰 관리 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불사파 조직원을 동원해 갤러리 대표를 협박한 투자사 대표 B씨와 임원 2명도 폭처법상 공동감금·공동폭행협박 혐의 외에 특수강도 미수와 특수강요,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넘겼다. 함께 동원된 조선족 조직폭력배 C씨 등 3명에게도 특수공갈미수(흉기휴대), 공동감금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 등은 조선족 일당과 함께 D씨를 차량과 사무실 지하 등에 감금하고 흉기로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투자금에 이자를 붙여 87억원을 내놓으라며 8월 10일부터 9월 12일까지 수십차례 전화를 걸고 D씨 남편을 찾아가 2억10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검거되지 않은 불사파 조직원 2명 등 피의자 3명의 체포영장을 이미 발부받은 상태로, 이들을 신속 검거하겠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처음 불사파 조직의 실체를 확인한 만큼 이들의 여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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