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이 어려운 이유

2023. 9. 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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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패권 시대에 반도체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부활의 몸짓을 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 움직임에는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일본의 반도체 산업의 몰락을 이끌었던 미국이 이번에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활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인재를 양성하지 않은 대가가 오늘날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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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패권 시대에 반도체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부활의 몸짓을 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절대 강자였다. 1988년 일본의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었으며, 1992년 전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일본 기업이 5개나 포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 움직임에는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일본의 반도체 산업의 몰락을 이끌었던 미국이 이번에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활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과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 일본이라는 동맹국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시다 정부는 일본에 투자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천문학적인 보조금 지원을 약속했다.

문제는 일본의 이러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담당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인력 부족 현상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과 대만 등 전통적인 반도체 제조 강자들은 물론, 미국·독일 등도 반도체 제조로 눈을 돌리면서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반도체 인력 양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독일도 반도체 인재 유치를 위해 ‘이주노동자 유치법’까지 통과시켰다.

일본은 반도체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해 인력 양성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다. 일본 정부는 도쿄 지역 대학의 규제까지 풀어가면서 반도체 인력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단 시일 내에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는 자본 투입과 제조 설비만 늘린다고 해서 바로 경쟁력이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조와 생산에 필요한 충분히 훈련된 엔지니어와 기술자가 필요하다. 실례로 대만의 TSMC는 숙련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공장의 가동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반도체 산업이 쇠락하면서 많은 전문 인력들이 국외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백을 메꿀 인력 양성 또한 오랜 기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카이스트(KAIST)에서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는 한 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대학의 반도체학과 연구실에는 학생들이 북적였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의 일본 대학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아 단기간 내 인력을 키워내기가 어렵다. 결국 인재를 양성하지 않은 대가가 오늘날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한국 반도체 산업도 인력 양성을 게을리할 경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여 양성한 인력을 지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설비 확충으로 인해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분야 권위자인 카이스트의 한 교수는 애써 키워놓은 인재들을 미국에 다 빼앗기고 있지만, 붙들 방도가 없다고 한다. 반도체를 포함해 전문 기술인력의 양성·보유·유지·유치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

서용석 KAIST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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