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심 품었다 제 발등 찍은 변호사…‘전익수 녹취록 조작’ 징역 2년 확정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이용해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에게 앙갚음을 하려다 되레 구속 기소된 변호사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7일 증거위조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씨(36ㆍ변호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공군 제8전투비행단 법무실장(군법무관)으로 일하던 중 자신의 비위에 대한 징계와 수사 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급기관인 공군본부의 법무실장 전익수 준장에게 앙심을 품게 됐고, 이 중사가 사망하자 이를 이용해 전익수 준장을 처벌받게 하려고 마음 먹었다.
김씨는 모 속기사사무소의 녹취록 양식을 활용해 공군본부 법무관들의 대화 내용을 창작한 가짜 녹취록을 만들어 2021년 11월 8일 군인권센터 공용 이메일로 전송했다. ‘전 준장이 사건 처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게 녹취록상 대화의 골자였다. 군인권센터가 같은 달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녹취록을 공개했다. 기자회견 이틀 뒤 김씨는 녹음장치와 음성합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녹취록과 같은 내용으로 다수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음성 파일까지 만들어 군인권센터에 보냈다. 이 녹취록 때문에 전 전 법무실장이 이 중사 사건 부실 처리 의혹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특검팀(안미영 특검) 출범의 계기가 형성됐다.
대법원은 녹취록 위조는 증거위조죄 및 사문서위조죄에 해당되고 녹취록을 군인권센터에 제보한 것은 위조사문서행사죄 및 군인권센터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녹취록 등을 제보한 행위가 위조증거사용죄에도 해당된다고 보고 징역 3년형을 선고했지만 2심이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아닌 군인권센터에 제보한 것을 증거사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고 형량을 1년 줄였다. 대법원 원심에 “원심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2022년 6월 출범한 안미영 특검팀 수사의 핵심 피의자는 원래 전 전 실장이었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김씨의 녹취록 위조가 사건 증폭의 핵심적 계기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 결과는 반전됐다. 특검팀은 100일간의 수사를 통해 김 변호사와 전 전 실장을 포함한 8명을 기소했지만, 지난 6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전 전 실장의 면담강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전 전 실장은 2021년 7월, 군내 성추행 피해를 겪은 뒤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중사 사건에 대한 군검찰의 수사가 재차 이뤄지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연락을 했다. 관련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군검사의 휴대전화번호를 알아내 “청구서에 내가 공무상 비밀누설을 지시한 것처럼 돼 있는 데 사실이냐” “무슨 근거로 기재했냐”고 했고, 특검팀은 이를 “수사를 중단시키려 한 행위”라 봤다. 재판부는 “수사 중인 군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비치기 충분하고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나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땅찮다고 판단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전 전 실장의 계급을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했지만 전 전 실장은 서울행정법원에 강등 처분에 대한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받았고 지난해 12월 준장으로 전역했다. 전 전 실장은 강등 처분을 두고 정부와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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