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쌍쉐 '점유율 20%' 회복이 간절한 이유 [기자수첩-산업IT]

편은지 입력 2023. 9.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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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5%씩은 점유율을 달성해보자'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원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벗어나야하지 않겠느냐고요. 결국은 소비자들을 위해서죠."

'르쌍쉐'로 불리는 중견 3사(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한국GM) 관계자들끼리 사석에서 국내 판매 점유율을 각자 5%씩은 달성하자는 각오를 다졌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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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중 9대는 현대차·기아
기울어진 운동장서 각오 다지는 중견3사
(왼쪽부터)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르노코리아 X3 E-TECH 하이브리드.ⓒ각 사

"'적어도 5%씩은 점유율을 달성해보자'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원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벗어나야하지 않겠느냐고요. 결국은 소비자들을 위해서죠."

최근 국내 중견 완성차 업체 고위 관계자와 대화를 하다 인상깊게 남은 말이다. '르쌍쉐'로 불리는 중견 3사(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한국GM) 관계자들끼리 사석에서 국내 판매 점유율을 각자 5%씩은 달성하자는 각오를 다졌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차·기아의 독점 구조에 맞서야하는 업체들끼리 위로와 응원을 담아 건넨 말이었겠지만, 이 말이 계속해서 맴도는 것은 국내시장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탓이다. 거대 공룡과 싸우는 중견기업들의 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에서 오래오래 뿌리를 내리고 미래를 고민해가겠다는 일종의 다짐처럼 들린다.

실제 국내 자동차 시장은 10년 사이 현대차·기아의 독점구조가 심화됐다. 기존에도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중견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를 훌쩍 넘겼다. 각사가 월 1만대는 우습게 판매했던 시절로, 올해 평균 점유율이 한자릿수인 것과 비교하면 나름대로 화려한 과거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 줬다. 과거 르쌍쉐의 활발한 신차 출시와 수입차 브랜드 진입으로 눈치를 보던 현대차는 이제 국내 시장에서는 굳이 경쟁자를 신경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반면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는 회사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가 KG그룹 품에 안기면서 겨우 구사일생했고, 외투기업 형제인 한국 GM과 르노코리아도 이전보다 뜸해진 신차 출시로 존재감이 흐려졌다. 과거 현대차를 위협하던 '르쌍쉐'는 국산 공룡기업에 파묻힌 안타까움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각사 점유율 5% 회복'을 외친 고위 관계자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과거 영광의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 자동차 업계 흐름을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에서 직시해왔을 것이고, 현재의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 역시 똑똑히 안다.

그럼에도 그가 점유율 회복과 함께 '결국은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을 덧붙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좌절해도 모자랄 상황이지만, 단지 중견 3사의 구성원들 뿐 아니라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이들이 현 시장 상황을 타개하고 점유율을 회복하는 게 절실하다는 의미다.

이 말은 중견 3사가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진다고 가정하면 더 뚜렷하게 와닿는다. 경쟁 상대가 없어진 덕에 현대차·기아는 가격을 올리기에 최적의 조건이 되고, 3~5년 주기로 등장하던 신차 주기도 늘어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해외에 본사를 둔 GM과 르노의 차는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으니 완전한 수입차로 바뀌어 지금의 가격으로는 두 번 다시 구매할 수 없다.

적당한 경쟁은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국내 완성차 시장이 치열해질 수록 현대차·기아도 긴장을 늦추지 않게 되고,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흐려진 건 이미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점유율 5% 회복' 도전을 어느 때보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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